165cm. WKBL 기준으로도 단신에 속하는 키로 당당히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혔던 소녀는 프로 데뷔 5년 만에 이번 시즌 가장 뛰어났던 5명의 선수 중 한 명인 베스트5에 선정되었다. 아직 앳된 얼굴로 인터뷰 내내 농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숨길 줄 모르던 허예은 선수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B스타즈 농구단 가드 허예은입니다. 

Q. 데뷔 이후 처음으로 WKBL 베스트5에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베스트5는 데뷔하고 처음 받아보는 상이에요. 저한테는 정말 큰 상이었는데 저 혼자 잘해서 받은 상이라기보다 많은 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있었기에 제가 받을 수 있었던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많은 관계자님들, 무엇보다 든든한 팀원들 덕분에 이번 시즌에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 꼭 드리고 싶습니다. 

Q. 프로 데뷔 이후 신인왕, 기량발전상, 베스트5까지 다양한 상을 수상하셨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상이 있을까요?

 모든 상이 다 감사하고, 다 기억에 남아요. 굳이 골라야 한다면 이번에 받은 베스트5라는 상이 가장 최근이기도 하고 (웃음) 리그에서 5명만 받을 수 있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Q. 농구선수 치고는 신장이 작은 편에 속하시는데도 정상급의 기량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장점도 있고 어려움도 있을 텐데, 장단점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농구라는 스포츠 특성상 신장이 크면 유리한 부분이 있겠죠. 하지만 프로선수가 된 이상 신체조건은 변명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일본 선수들을 보면 키가 작아도 기량이 탁월한 선수들이 많아요. 특히 제 포지션인 가드에서는 더 그렇죠. 그러니 더 이상 키를 약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거예요. 작으면 그만큼 더 빠르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프로선수의 의무고, 키는 장단점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Q.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프로선수로서 생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저희 집안에 운동 DNA가 전혀 없거든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 때 평범한 방과 후 활동이라고 생각해서 농구부에 지원했어요. 그런데 부모님 허락을 받아오라는 거예요. 좀 이상했지만 부모님께서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갑자기 부모님을 모셔 오라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흔히 농구 명문이라고 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길을 가는 농구부였죠.

 그때 저는 이미 농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학원들도 다 그만둔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농구를 시작했고, 이후에 청소년 대표팀 생활도 하고, 관계자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선수로 생활할 수도 있겠다고 느낀 것 같아요.

Q. 가족들의 많은 지지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제 결정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시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내가 더 성공하려면 이런 걸 해야 될 것 같아.’라고 말씀드리면 조금 무리한 부분까지도 대개 허락해 주셨어요. 특히 엄마는 제 농구 캠프를 위해서 마산에서 상주를 찍고 서울까지 몇 시간씩 차로 저를 데려다주시기도 했고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그리고 저희 이모도 변호사이신데, 시즌 중에 엄마하고 경기를 보러 자주 오시고, 저를 늘 엄청나게 잘 챙겨주세요. 항상 너무 감사하죠. 

Q. 이번 시즌 3점 성공률이 전체 2위를 하실 정도로 야투율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균 득점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넘으셨는데, 기량향상의 비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재미없는 답변일 수 있겠지만, 노력이라는 말 외에 다른 답이 나올 수 없겠죠. 야투율은 제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프로생활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니, 조금씩 보완해 나가는 걸 목표로 세웠어요. 그래서 시즌 전부터 새벽에 나와서 슛을 많이 던졌고 그러다 보니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해야겠죠.

Q. 팬들 사이에서 화려한 플레이로 유명하세요. 몇몇 플레이들은 SNS에서 백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의도된 플레이일까요?

 저희가 팬분들을 즐겁게 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패스나 드리블을 좀 화려하게 하는 정도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이에요. 그런 플레이를 주저 없이 해도 좋다고 감독님께서 이야기해 주신 부분도 있다 보니, 그런 기회가 좀 더 자주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화려한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건 아니에요. 성공해야만 인정받는 것들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크고요. 대부분은 정석적인 플레이를 반복하던 중에 조금 더 잘해보기 위해 하는 시도가 자연스럽게 화려한 퍼포먼스로 보이는 것 같아요. 정석적인 플레이가 기본으로 탄탄하게 갖춰져 반복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속이거나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패스하는 것처럼,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 때때로 창의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NBA 관람을 직접 하시거나, 휴일에도 NBA 농구 영상을 즐겨 보실 정도로 농구를 좋아하시는 걸로 유명합니다. 선수가 아닌 팬으로서 농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농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요. 농구는 스포츠 중에서 비교적 경기 시간이 짧은 편에서 속해요.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몇 초 만에 플레이가 이루어져요. 그러니 보는 사람이 한눈을 팔 수가 없죠. 압축적이고 집약적인 스포츠라고도 말할 수 있을 텐데, 팬으로서 저는 그런 점에서 농구가 낭만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Q. 프로 데뷔 이전부터 국가대표로도 종종 발탁되어 오셨는데, 국가대표로서 특별한 마음가짐 같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겠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간다는 건 선수로서 꿈이자 영광이죠. 저는 감사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 대표팀에서 세계대회도 경험해 보고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플레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경험들이기 때문에 일단 그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죠. 그리고 책임감과 부담감은 당연하게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자기 능력의 100%, 120%를 쏟지 않는 선수는 없을 거예요.

Q. ‘농구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배움’이라고 답변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러신가요?

 네. 제 농구 인생은 늘 배움인 것 같아요. 농구 내적으로는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하고, 거기에 따라가려면 전술을 포함해 무언가를 계속해서 배워야 해요. 그리고 농구 외적으로도 팀 운동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배우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특히 프로에 와서는 언니들과 생활하며 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고요. 제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거의 평생을 농구 선수로서 지내다 보니, 농구가 선생님이자 동반자, 친구로서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Q. 조금 이르지만,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탯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수치를 다 올리고 싶어요. 하지만 그보다 저희 팀이 이번에 통합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팀의 통합 우승이 우선적으로 가장 큰 목표입니다. 

Q.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신지, 앞으로 어떤 농구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코트에 서면 가장 행복했던 선수라고 팬분들께 기억되고 싶어요. 코트에서 뛰는 동안 팬분들하고 함께 호흡한다고 해야 하나... 저는 그 느낌이 정말 행복하고 좋더라고요. 팬분들이 있어서 코트에서 뛰는 게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간절히 원해도 코트에 못 서는 선수들도 많은데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팀에서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어요. 물론 언제든 건강 문제나 실력 문제로 코트에 오랜 시간 서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런 만큼 뛸 수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게 제게 기회를 주신 팀이나 팬분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터뷰/정리 : 김유중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