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인물 탐방
“한국 내 법조인 멘탈 관리 연구 부족, 전문적인 법조인 멘탈 케어를 위해서는 현황분석이 필수” - 이모셔너그라피 허정윤 대표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성통합심리치료를 전공으로 미국에서 석 · 박사과정을 마친 허정윤입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이모셔너그라피’라는 멘탈 케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 상담심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진로를 변경하여 창업까지 하게 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종합병원, 정신과병동, 상담소 등에서 상담과 연구를 병행했는데, 그때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조금 더 일찍 전문적인 개입을 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필요치 않은 고통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보통은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상담을 받거나 진료를 받거든요. 박사학위를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6개월만 온전히 쉬어보자고 생각하며 쉰 적이 있는데, 쉬고 있었던 동안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정부지원사업에 지원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선정이 되면서 작년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미국, 호주 등에는 법조인을 위한 멘탈 케어 서비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러한 서비스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모셔너그라피에서 법조인 특화 감정 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박사과정 논문을 쓸 때 정말 감사하게도 ‘엘홈’이라는 변호사 모임에 초대를 받아 스트레스와 멘탈 관리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어요. 그때 강의를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데 한국에는 법조인을 위한 멘탈 케어 서비스 자체, 그리고 자료가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서 훨씬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법조인, CEO, 의사 등 high-performance 직업군만을 위한 멘탈 케어 세미나 · 상담, 멘탈 코치 등이 활발하거든요. 그렇게 연구한 자료들을 모아보던 와중에 엘홈을 통해서 법조인들의 개인 상담을 하게 되었고, 또 스트레스 관리 세미나를 열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법조인을 위한 4주 과정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Q. 멘탈 케어 측면에서 변호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법조인이 아니고 법조인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말할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간접적인 경험과 법조인들이 직접 쓴 자료들, 그리고 연구자들의 연구와 각종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제 전공인 멘탈 케어, 심리치료 전문가로서의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공통적인 어려움

1.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업무량

2. 일과 일상생활의 분리가 어려운 것에 대한 스트레스

3. 성과지향적으로 달려가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high-performance를 만들어야 하는 스트레스

4. 그리고 이건 미국에서 연구된 건데요. 법조인의 일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인데, 갈등 속에 늘 노출되는 거죠. 의뢰인, 판사, 상대 변호사, 또 상대 의뢰인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 속에서 갈등을 항상 직면하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스트레스가 됩니다. 의사와 변호사를 곧잘 비교하는데요. 의사도 삶과 죽음을 다루는 막중한 일을 하지만, 변호사처럼 끊임없이 나의 주장에 반박하는 대상이 있지는 않거든요. 물론 그런 환자들이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의사가 진료에서 결정 권위를 가져가는 것에 비교하면 변호사는 계속 도전받는 상황, 그리고 그것에 대비해야 하는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봅니다.

5. 정서적으로는 불안, 정서적 긴장이 가장 많이 발견되었고, 

6. 그리고 정서적, 관계적 부분에서의 어려움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타인, 혹은 전문가에게 내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저항이 있습니다. 그리고 confidentiality(비밀 보호)가 매우 중요한 사항인 점도 문제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분들도 다양한 업무를 하고 계시잖아요. 분류를 해보자면,

1. 로펌에서 일하는 신입변호사들 같은 경우 일에 대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작은 것이나 과소역할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고요.

2. 파트너변호사 혹은 개업변호사의 경우는 업무에 더해서 영업 · 사업에 대한 부담감 · 재정적 스트레스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3. 여성 변호사들 같은 경우는 5년차 이내 변호사인 경우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이 문제 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고, 아이 양육 후에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해 육아를 하고 있음에도, 충분히 육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에 어려워하십니다. 

4. 사내변호사 같은 경우는 소속감에 대한 어려움이 많고,

5. 이혼이나 범죄 등과 같은 사건 위주의 변호사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중심적 해결방식 그리고 정서중심적 해결방식이 있습니다. 문제중심적 해결방식은 스트레스 근원을 해소하려는 방식이고, 정서중심적 해결방식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야기되는 부정적 감정을 회피, 거리두기 등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입니다. 음주나 약물 남용, 일 중독, 유튜브 쇼츠 보기 등이죠.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정서중심적 해결방식은 오히려 우울감을 증가시키고 지속시킨다고 해요.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중심적 해결방식을 생각하고, 또 그대로 행동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그렇기에 저희 서비스를 통해 문제중심적 해결방식으로 마음챙김, 그리고 과거에 해소되지 못한 감정, 관계에 대한 감정 해소 및 재구성 등을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익숙해지면 무뎌지고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절대 그렇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곤 합니다.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스트레스는 더 큰데, 익숙해지다 보니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에게 가볍게 체크만 받아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Q. 일도 조금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조금 더 나를 돌보면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까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1. 인간이 주변 환경, 흐름에 취약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주변 환경의 흐름,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상황, 한국 법조계 내의 문화, 더 작게는 우리 사내 문화와 나를 분리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상태와 무엇에 스트레스를 받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의도를 가지고 나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2. 일과 일상생활의 분리를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어요. 내가 의지대로 일과 일상생활을 구분하려고 하면 잘 안됩니다. 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면 죄책감만 들고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합니다. 그렇기에 아예 시스템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2번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데 생각이나 감정, 혹은 일 자체에서 빠져 나와야 합니다. 생각이나 감정 안에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면 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거나 운동 등 아예 다른 활동을 하면서 잠시 잊어버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나의 정신을 환기하는 것, 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4. 좋은 커뮤니티 안에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소속감을 느끼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엘홈같은 단체가 실제적으로 유용하지만, 심리치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효과가 있습니다. 5. 스트레스 외에 어떠한 감정, 예를 들면 화, 짜증, 우울함, 열등감 같은 감정이 2주 내 3번 이상 반복된다면 자신의 신체 상황 중 기본적인 것 - ‘무엇을 먹고 있는지’, ‘운동을 하는지’,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쉬고 있는지’ - 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고도 잘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안전점검을 받는다는 느낌으로 전문가를 한번 만나는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감정 다이어리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내담자들은 중증 정신장애로 가기 전에 전조 증상을 보입니다. 상담과 연구를 하면서 전조 증상을 보일 때 전문가의 개입이 있었다면 정신장애가 중증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고객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알 수 있게 돕고자 감정 다이어리를 만들었어요.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는 그 자체로 심리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고, 한 달 동안 쓰고 나면 본인의 감정패턴을 알 수 있게 되죠.

 우리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익숙한 감정을 주로 느낍니다. 본인의 감정패턴을 알고 나면 나중에 어떤 감정이 왔을 때 ‘아, 또 왔구나. 나는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었지.’ 이렇게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그 감정을 수용할 수 있게 돼요. 저희가 감정 다이어리 매일쓰기 챌린지 등을 통해서 고객분들을 테스트해 보니 ‘감정을 어떻게 대하는지 머리로만 알던 것을 체득하게 되었다’는 피드백도 많고,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도 다이어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스스로 감정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청소년, 불안, 우울, 수치심, 열등감 등으로 나누어 감정 다이어리를 시리즈로 만들고 있습니다.


Q. 감사일기는 쓰지 말라는 조언을 하셨는데요.

 우리가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 감정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입니다. 감정은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급발진한다, 욱한다, 이런 말을 하잖아요. 이런 경우가 바로 참을 수 있는 만큼 참았지만 더 이상 의지대로 참아지지 않아서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아, 내가 화가 나는구나’, ‘싫구나’ 이렇게 인지해 주고 받아주는 것이 부정적인 감정을 약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에요. 

 감사일기도 삶을 긍정적으로 보기 위해서 하는 건데, “감사”라는 부수적 형식이 본질이 되어버리면 실제로 감사하지 않는데 억지로 나 자신에게 감사를 느끼라고 통제하고 억제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현상이 벌어집니다. 감사일기 대신에 제가 추천하는 것은 “내가 잘한 점 찾기”예요. 그러면서 하루를 돌아보면 진짜 나를 더 좋아하는 마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죠.


Q.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 마음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사회문화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우지 못했을 뿐이에요. 자신의 마음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럼으로써 정신장애가 중증화되는 것을 조기에 개입하여 고통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3개가 있는데요. 먼저 저희가 제작한 감정 다이어리를 고도화하고 있고요. 고객들에게 감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 위해 제가 쓴 교재를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조인 상담 데이터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4주짜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 머지않아 완성될 예정입니다. 현재 한국 내 법조인의 멘탈 관리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해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법조인 단체에서 혹시 관심 있으시면 공동연구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

정희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