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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의 덕목은 공평과 공정...지연된 정의는 바람직하지 않아” - 이성철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인터뷰

Q.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선 변호사님의 간단한 약력 등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이렇게 찾아 주셔서 송구스럽습니다. 저와 같은 보통 변호사분들을 위한 격려로 이해하고 인터뷰에 답하겠습니다.

 저는 사법시험 제26회(사법연수원 16기)이며 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 김신앤유(Law office of Kim, Shin & Yu) 파트너변호사를 거쳐 1998년 3월 법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지적재산, 의료, 국제거래 및 기업전담, 신청합의, 행정, 파산, 형사 등 경향 각지의 다양한 재판부를 담당하였고,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동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방법원 (선임)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2023년 1월 31일 퇴직하였습니다. 지금은 한국해법학회 고문,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Q. 사법연수원 수료 직후 법무법인 김신앤유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셨는데 주로 어떤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상표침해금지 가처분(Reebok, Adidas 등), 화재 사건, 건물명도 등 모든 사건을 담당하였고, 2 ~ 3년 후부터 주로 국제거래, 해상 보험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법무법인 김신앤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적인 로펌으로 김앤장보다 먼저 발전하였고 고급 Client와 다양한 사건들이 있어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대표변호사님들의 인품과 학식이 뛰어나셔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기억나는 사건들로는 동원실업 L/G(Letter of Guarantee) 위조 사건이 있는데, 은행보증장(Letter of Guarantee)이 위조되어 보세장치장에 있던 화물이 선하증권 없는 자에게 유출된 사건으로, 선하증권과 국제운송의 법리에 대하여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1991년에 런던대학교 법과대학원에 해외 연수를 가신 계기는 무엇이고 연수 중 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셨나요?

 제가 당시 근무하던 로펌의 후원으로 국제거래, 특히 해상 운송의 메카라 불리는 영국에서 국제거래 및 해상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외 해상보험의 준거법은 영국 MIA(Marine Insuarance Act)1906, 선하증권의 준거법은 영국 Bills of Lading Act 1855였습니다. 제가 런던에서 귀국하여 Bills of Lading Act 1855가 변경된 영국 COGSA(Carriage Of Goods by Sea Act) 1992를 한국해법학회에서 소개 발표한 것이 기억에 새롭습니다. 


Q. 변호사로 약 10년을 일하시다가 1998년에 판사로 임관하셨는데 당시로서는 흔한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판사로 임관 신청을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판사 임관 시 포부는 어떠하였나요? 

 당시 변호사들 중 1년에 1 ~ 2명 정도가 간헐적으로 법관으로 임관되었는데, 1998년부터 공식적으로 20여 명씩 경력법관을 선발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0여 년의 재야 생활을 한 경험으로 새로운 사명감과 목표를 지향하여 판사 임관 신청을 했던 것 같습니다. 교통부(철도청)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영향도 있었지 않았나 싶네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의뢰인의 입장에서 소송대리를 하다 보니 때때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곤했는데, 제가 판사 임관 시 가졌던 포부는 소송 사건은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면서 해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었고 위와 같이 하는 것이 결국 소송 당사자에 대한 재판부의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Q. 변호사로 총 약 11년간, 판사로 총 약 26년간 일하셨는데, 변호사를 한 경험이 판사로서 재판 진행 및 판결문 작성 등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현재 변호사 등 법조 경력이 일정 기간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신규 판사 임용을 하는 제도에 대하여 어떤 의견이신지요?

 변호사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사자들과 대리인의 입장에서 준비서면 작성 시의 애로사항들을 살펴서 배려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조정이 비교적 잘 되었던 것 같지만 이것을 굳이 이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경력법관 제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국민의 사법정서에 따르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법관선발 제도보다는 선발된 법관의 소양과 역량을 어떻게 함양하여야 할까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과거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바로 판사로 임관하도록 하는 제도에 대하여 “법관 순혈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예를 들어 “미혼인 판사가 이혼 재판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 제기가 있었고, 반면 경력법관만을 신규 판사로 임용하는 현 제도에 대하여서는 “변호사 등 경력이 있다고 하여 과연 모든 분야의 재판을 잘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 제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제도 및 현 제도 모두 각 장단점이 있는데 국민의 사법정서를 기준으로 어느 제도를 선택할 것인지를 정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규 법관 임용 시 위 2가지 제도를 일정 비율로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Q. 2005년 수원지방법원 제1파산부 부장판사로 일하시면서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제가 수원지방법원 민사 7부 재판장을 담당하고 있을 때 당시 수석부장판사님이 갑자기 다른 법원으로 인사발령이 나면서 후임 인사가 나지 않아서 부득이 민사 7부와 파산부를 동시에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민사 7부에는 예비판사까지 배석판사가 3명이어서 당시 파산부의 배석판사였던 심활섭, 김강대 판사님이 저의 부담을 덜어주시기 위하여 야근을 수시로 하면서 매우 고생하였는데 이 자리를 통하여 감사드립니다. 위 두 판사님은 기업으로 치면 대표이사 역할을 하시면서 많은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하였습니다.

 당시 수원지방법원에 파산부가 1개 재판부만 있었는데, 한국부동산신탁주식회사의 도산으로 인한 소송, 삼보컴퓨터 도산 절차, 해태유업 등 수많은 파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부동산신탁의 경우 진행 중인 민사 소송 등이 30여 건이나 되었는데 각 소송 사건별로 소송대리인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을 파산부에서 제가 담당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가를 기준으로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산입에 관한 규칙대로 변호사 보수를 계산하여 보니 소가가 수십억 원이 됐는데, 그 액수가 너무 다액이어서 제가 해당 변호사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적은 금액으로 소송 위임을 하였습니다. 부도난 기업이 다액의 변호사 보수를 지출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여 한 조치였습니다. 


Q. 2008년과 2009년에 사법시험 면접위원을 하셨는데 당시 위 면접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당시 그 전 해 3차(면접) 시험에서 불합격되어 그 해에 3차 시험만을 보는 수험생 중 복장과 외모가 매우 특이한 수험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심리학과 교수님 등이 면접위원으로서 장시간 면접을 하는 심층면접조로 위 수험생을 보냈는데 최종 결과는 알지 못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합격 여부가 평생이 달린 중대한 일인데 실제로 20 ~ 30여 분간의 아주 짧은 면접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Q. 최근에는 만 65세 정년까지 판사로서 근무하고 퇴직하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 위 정년이 임박한 만 63세에 사직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판사들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법관 인사에 있어서 어떤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원지방법원 근무 당시에 모친께서 대학병원에 장기 입원하셨는데, 면회시간이 오전 10시와 오후 6시에 각 30분씩 있었습니다. 모친을 혼자 병원에 두고 지방에 전출 가기가 어려워 사직원을 제출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해 재임용 법관 대상에 해당하여 사직원 아닌 재임용 법관 신청 철회를 해야 한다고 하여 그 과정에서 사직원이 반려되었습니다.

 지금은 법관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65세 정년까지 건강하니 제도에 별다른 차별 없이 근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후 시니어 법관(Senior Judge)제도나 파트타임 법관(Part time Judge)제도를 도입하여 재조, 재야의 법조인들에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한편 법원의 사건 적체 해소에 도움을 드리도록 하면 일석이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제도적으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수도권에 일정 기간 근무하면 일정 기간을 지방 소재 법원에서 근무하여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정년 이전에 사직하는 법관들이 많습니다. 수도권 법원 근무를 희망하는 후배법관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일이긴하지만 다수 법관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하여 법원행정처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판사로서 약 26년간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었던 사건이 있다면 어떤 사건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선고한 판결들이 언론에 기사화된 사건들이 많은데, 이를 모아 편집한 책이 『법에서 법을 넘어』라는 저서입니다. 그중에는 잭 니클라우스 상표 침해 사건, 채시라 초상권 침해 사건, 격투기 황제 표도르 광고 사건, SOS폰 특허 소송, 역사 교과서 저작권 침해 사건, Be the Reds 저작권 침해 사건, MBC 기자 ○○○ 대통령 사저 침해 사건 무죄판결, 스타벅스 배경음악 저작권 침해 사건, LG전자 드럼세탁기 특허분쟁 사건, ○○○ 시장, ○○○ 국회의원, ○○○ 시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혈 거부를 한 유아의 부모에 대한 진료업무방해금지 가처분 등이 있습니다.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에서 판결 선고 후 소송 당사자로부터 예기치 않은 감사의 편지 등이 제게 왔을 때 보람이 있었습니다.


Q. 법조 원로로서 후배법조인에게 조언하여 주시고 싶은 사항은 무엇인가요? 법조인이 가장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요?

 여러 법조인들이 모두 열심히 하기 때문에 큰 조언은 없습니다. 전문 분야를 한두 개 정도 갖고 건강에 힘쓰며 주위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법조인이라고 하면 외부에서 딱딱하게 생각할까 봐 저는 가끔 사진도 찍고 시도 쓰고 그러는데 이것은 제 자신을 성찰하며 다른 분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법조인의 덕목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공정, 정의, 정직, 건강 등 많은데 저는 이것을 내재화하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분들이 법조인의 덕목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노벨경제학자인 존 내시(John Nash)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한다고 그가 생각하리라는 걸 내가 생각한다면...”이라는 내시 평형이론을 도출하였고 이 이론은 ‘함께 살기 전략’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자성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말해도 될지요.


Q. 현재 법원의 평판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법원의 판사님들은 모두 지혜롭고 현명하며 성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사건들이 적체되어 있다 하니 엊그제까지 법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연대책임을 느낍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당사자들에게 준비서면 제출기한의 고지, 정교한 석명권의 행사, 인증등본신청이나 문서제출명령, 사실조회 등 증거조사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나아가 Discovery 제도의 적극적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관의 덕목은 공평과 공정, 전문성 등도 있지만 지연된 정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Q. 2023년 12월에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로부터 ‘제5회 채이식 해상법 렉쳐’ 강의 요청을 받아서 강의를 하실 정도로 해사법 전문가이신데 해사법 전문가로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선박충돌 사건과 해양유류 오염사고 등에 관하여 법원, 해법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했습니다. 태안반도에서 Hebei Spirit호 선박충돌 사건과 해양유류 오염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세월호 침몰 사건 등이 발생하여 해결 방안을 그때그때 논문으로 발표하여 많은 분의 논문에 인용, 회자되었고, 태국 고위 법관, 베트남 법관들에 대하여 신용장, 대한민국의 국제거래소송 등에 대하여 강의를 하였습니다. 이들 강의안과 발표 논문을 편집한 것이 『법과 등대』입니다. 각급 법원도서관과 변호사회관에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Q. 본인의 많은 저서 중 후배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저서 1권은 무엇이고 그 주요 내용은 어떠한가요?

 제 저서 중 『형사실무와 판례』(박영사 출간)는 출간하고 법학 계열 베스트셀러 3위까지 갔습니다. 1, 2위는 변호사시험 출제 문제집이라고 들었습니다. 수필집으로는 『법 따라 글 따라』도 있습니다. 취향대로 보시면 될 것입니다. 


Q.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부장판사님으로 모셨던 정현수, 이주흥, 송진현 원장님, 이상훈 대법관님 모두 훌륭한 인품과 뛰어난 재판 능력을 가지고 계셔서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수원지방법원 근무 시 법원장으로 모셨던 이홍훈 전 대법관님은 등산, 참선 등에서 제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Q. 변호사님의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요?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위와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당사자가 힘들어하는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도 많은 보람을 느끼고 기쁩니다. 주말에 탁구를 즐기고, 카메라와 함께 등산도 하려고 합니다.

 

● 인터뷰/정리 : 황상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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