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얼굴을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그린 작가와 이를 전시한 단체에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정하정 부장판사)는 기자 22명이 작가 A씨와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서울민예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달 19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민예총은 2022년 6월 광주 동구 메이홀에서 전시회를 열고,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정치인 110명의 얼굴을 희화화한 뒤 붉은색으로 덧칠한 그림을 전시했다. 주최 측은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 행태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작품 소재가 된 기자 중 22명은 “A씨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1인당 1천만 원씩, 총 2억 2천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기자들의 얼굴을 함부로 그림으로 묘사하고 공표해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캐리커처 얼굴이 기괴하고 혐오스럽게 묘사됐고, ‘기레기’, ‘기더기’ 같은 모멸적 표현이 사용돼 원고들에 대한 모욕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원고들이나 원고들이 작성한 기사에 대한 정당한 비평이 아닌 외모 비하, 인신공격”이라며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기자들에게 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이 중 30만 원에 대해서는 서울민예총이 A씨와 공동부담하라고 밝혔다. 또한 A씨에게 자신의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에 게시한 캐리커처 관련 글을 7일 이내에 삭제할 것도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