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청구인들은 제123조에 명시된 ‘사람’의 범위에 공무원을 포함하고, ‘의무’의 범위에 ‘직무상 의무’를 포함하는 것은 확장해석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조문 내용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어떤 행위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처벌받는지’ 알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라는 부분은 그 의미가 명백하므로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제123조에 명시된 ‘사람’의 범위에 공무원이 포함되면, 검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직권남용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공무원이라도 직권남용행위로부터 보호받을 필요성이 부정되는 게 아니므로 공무원이 ‘사람’의 범위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지난 1995년에도 같은 조항을 놓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