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를 맡은 의뢰인의 소송에 여러 차례 불출석해 패소하게 한 변호사에게 위자료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고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경애 변호사와 법무법인을 상대로 낸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원고에게 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11일 판결했다.

박 양은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2016년 유족은 서울시 교육감과 학교법인,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권 변호사는 이 씨를 대리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 씨는 항소했으나 권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나 불출석해 결국 패소하게 됐다. “당사자가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민사소송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패소 사실을 몰랐던 이 씨가 상고하지 못하게 되면서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뒤늦게 불성실 변론 사실이 알려지자 권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 씨는 권 변호사를 상대로 “재산상 손해 1억 원과 위자료 1억 원 등 총 2억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이 법으로 보장된 3심제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상실했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가 소송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승소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