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송무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당사자들 간의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되었더라도, 소송 중 상대방과의 의견 조율, 또는 합의가 필요한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더 높은 비율로 합의를 시도하게 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안을 만들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만, 합의안 자체는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변호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의뢰인 또는 상대방이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경우, 변호사로서 직업적 보람을 느끼고 또다시 나아갈 작은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감사의 표현을 금전 또는 이익으로 받거나 이를 요구, 약속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및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변호사법 제33조의 독직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징계에 이른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례 요지

 혐의자는 1978. 6. 19.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0. 8. 31.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검사로 임용되었다가, 2005. 4. 26.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로 변호사자격등록과 함께 개업하였고, 2009. 11.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과태료 500만 원, 2017. 2.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 원의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현재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법무법인 □□에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혐의자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 이△△, 이▲▲과 2021. 2.경 변호사 선임계약을 체결한 후 이들로부터 위 사건의 피해자등과 합의할 업무를 위임받아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2021. 3.경 혐의자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위 사건의 피해자 박○○에게 “수고비로 300만 원을 주면 합의금을 피해금의 80%까지 지급하겠다.”라는 취지로 제안하여 박○○으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수수하였습니다. 

 또한 혐의자는 2021. 3.경 혐의자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위 사건의 피해자 권●●, 하◇◇에게 같은 취지로 제안하여 이들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각각 300만 원을 수수하고, 위 사건의 피해자 전◆◆에게 같은 취지로 제안하여 전◆◆으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200만 원을 수수하였습니다. 

 이로써 혐의자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익을 받거나 이를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수임하였던 이△△, 이▲▲의 형사사건의 상대방인 위 사건 피해자 4명으로부터 합계 1,100만 원을 수수하여 이익을 취득하였습니다.

관련 규정

▩ 변호사법 
제24조[품위유지의무 등] ①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5조[회칙준수의무]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지켜야 한다.
제33조[독직행위의 금지] 변호사는 수임하고 있는 사건에 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익을 받거나 이를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91조[징계 사유] ② 제90조 제2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징계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이 법을 위반한 경우
2.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9조[회원의 의무] ① 모든 회원은 이 회의 회칙, 규칙, 규정 및 결의를 준수하여야 하며, 이 회로부터 지정 또는 위촉받은 사항을 신속 · 정확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 변호사윤리장전
제3조[회칙 준수 등] 변호사는 법령과 대한변호사협회 및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회칙 · 규칙 · 규정 등을 준수하고, 그 구성과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제5조[품위유지의무] 변호사는 품위를 유지하고,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규칙
제9조[징계사유]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3. 변호사법에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4. 협회 또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회칙에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5.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사례의 결론

 혐의자는 피해자들이 혐의자의 합의를 위한 노력을 인정하고 피해 금액의 80%를 받은 다음 그 고마움의 표시로 준 것이고, 변호사법 제33조(독직행위의 금지)는 수임 사건과 관련하여(직무관련성) 이익을 받은 경우라도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규정인데, 혐의자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금전은 대가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변소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혐의자에 대한 제1심 판결에서 변호사법 제33조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이해관계를 달리하여 사실상의 상대방으로 볼 수 있는데, 혐의자는 의뢰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피해자들에게 더 적은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할 수 있었음에도 합의금을 증액하여 지급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피해자들로부터 사례금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는 혐의자가 변호사법 제33조를 위반한 범죄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으므로, 혐의자에게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독직행위 금지 위반의 징계사유를 적용하고, 혐의자의 2차례 징계전력 및 혐의자가 독직행위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점을 불리한 양형사유로, 혐의자가 피해자등 중 2명에게는 사례금을 모두 반환하였으며 그들이 혐의자에 대한 징계처분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사유로 두루 고려하여 혐의자에게 과태료 1,000만 원의 징계를 결정하였고 확정되었습니다.

발췌 : 김상희 본회 윤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