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과 쟁점

 임차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신규 임차인 주선을 방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신규 임차인 예정자와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거절의 의사)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에 주선을 방해하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침해한 것이 된다. 만약 임대인이 확정적으로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임차인은 실제로 신규 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임대인의 의사 중에서 어떤 경우에 확정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인지가 쟁점이다.

판결 요지

 대법원은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ㆍ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라 한다)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에서,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 철거 · 재건축 계획 및 그 시점을 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상임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점포 등 건물 전체는 사용승인일로부터 이미 약 45년이 경과되었으며, ‘수년 내에 철거 · 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피고가 신규 임차인과의 임대차 가능기간을 짧은 기간으로 특정하여 고지하려는 확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그 구체적이 이유는 「피고가 수년 내에 철거 · 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알리고 그와의 협의를 토대로 구체적인 철거 · 재건축 시기 및 이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확정하려는 탄력적 · 유동적 · 적극적 입장을 표명한 것… 이를 두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피고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 고 판단함으로써 원심(항소심)에서 임대인은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인 의사표시로 판단했던 것과 달라서 원심 패소 부분을 파기 환송하였다.

판결 평석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각 심급별로 모두 엇갈릴 만큼 과연 임대인의 의사표시가 확정적인 것인지 쟁점이 됐다.

 이 사례는 오래된 건물을 새로 사들인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받아 기존 임차인에게 향후 수년 내에 재건축 예정이라고 말한 경우다. 그리고 기존 임차인은 이러한 의사표시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주선행위는 불가하다고 판단하여 주선행위를 포기한 채 건물주를 상대로 권리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기존 임차인 입장에서는 신규 임차인을 주선해야 할 입장인데, 새로운 건물주가 향후 재건축 예정 사실을 숨기지 않고 모두 밝힌다면, 권리금 거래가 될 것을 상정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임차인 입장에서 본다면 응당 임대인의 확정적인 의사로 보아 주선을 방해한 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

 권리금이 거래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0년간 영업기간이 보장될 때에야 비로소 거액의 권리금이 거래될 수 있는 것이 엄연한 권리금 거래 시장에서의 현실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사견으로 임대인의 이러한 의사표시가 확정적인 거절인가 여부에 착안하기보다, 해당 사안에서 구체적인 재건축 고지가 가능한 시점이 과연 언제인지에 대해 다루었어야 한다고 본다. 즉 임대인 측이 갱신거절을 하거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로서 ‘구체적인 재건축 고지’가 가능한 시점이 갱신계약 당시인지 최초계약 당시인지에 따라서 해당사안은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법문의 내용대로만 그 법적 의미를 파악한다면 법 제10조의 제1항 제7호 가목에 따라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라고 하고 있다.계약 체결 당시란 최초계약만을 포함한다고 축소 해석하기는 어렵다. 갱신계약체결 또한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된다.

 대법원의 판단이 결론은 타당하나 근거에 있어서는 갱신계약 체결 시에도 이와 같은 재건축의 구체적 고지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권리금의 청구요건에 대한 보다 분명한 기준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

엄정숙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