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이다. 하계 스포츠 대부분 후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골프도 후반기가 시작되었다. KLPGA 투어에 복귀한 윤이나 선수의 팬으로서 우승 소식을 고대한다.

 직장 선배들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지 벌써 8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제법 골린이(골프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초보 골퍼를 의미) 티를 벗었다. 

 13년 차 법조인이자 8년 차 중견 골퍼로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직접 플레이하거나 갤러리로 즐기다 보면, 문득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이번 해에도 라베(life best score)를 목표로 연습과 너튜브 시청을 통해 실력을 가다듬고 있다. 이번 라운딩에서 뭔가 보여주겠다는 웅장한 각오와 벅찬 마음으로 주말 새벽 잠을 깨워가며 골프장에 간다. 하지만, 라운딩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쏟아지는 졸림 속에서도 아쉬움과 부족함 만을 더 느끼게 된다. 아마추어 골퍼의 십중팔구는 나와 비슷할 거라고 스스로 멘탈 케어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 라운딩에서 오잘공(오늘 제일 잘친 공)이 한번 나오면 또 그 뽕(?)에 취해 다음 라운딩까지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꼭 뭔가를 이루겠다는, 또 잘 해내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성공을 쫓을 때가 있다. 분명 그러한 노력과 성공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상 모두가 다 성공하고 성취를 얻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었다. 마흔 언저리가 되면서 나쁘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필자 또한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과 실패, 좌절이 있었다는 걸 숨길 수는 없다. 그리고 좌절, 실패 속에서도 하루하루, 한발 한발 삶의 무게를 내딛는 과정에서 늘 오잘공은 있었다. 좋은 친구나 가족, 동료일 수도 있고, 스스로의 만족감, 동기부여일 수도 있다. 

 살면서 그러한 오잘공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남에 눈에는 볼품없는 샷이지만, 나에게는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오잘공일 수 있다. 

 핸디캡(handicap)은 자신에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여건, 운동 경기 따위에서 기량의 차이가 나는 경기자에게 이길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하여 우월한 경기자에게 지우는 불리한 조건을 말한다. 핸디캡은 골프 실력이 서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입장에서 경기할 수 있도록 실력 수준을 수치로서 표시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통상 4인 라운딩을 하게 되는데, 동반자 중에 핸디캡이 높은 플레이어들이 있으면 상호 간에 합의된 규칙(로컬 룰)에 따라 크게 경우에 어긋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선에서 공을 좀 더 치기 편한 곳으로 옮겨서 치도록 권유(긴 러프나 벙커에서 빼서 페어웨이에서 치도록 허용) 하기도 하고, 타수 조정(“캐디님, 우린 양파 없어서요. 최대 트리플까지만 적어주세요”라고 주문함)을 해주기도 하여, 특정 홀에서 파나 버디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거나, 깨백(100타 이내 스코어 달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골퍼로서 흥미와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중상급 골퍼들이 배려를 해주는 것이다. 내기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핸디만큼 시드머니를 제공해 준다. 지역에 따라서 후핸디 정산하는 곳도 있다.

 요즘 세상이 풍요롭다고 하나, 젊은 세대의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진 느낌이다. 개개인의 노력이나 주변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큰 부를 이룬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젊은 세대는 상대적 빈곤, 박탈감을 넘어서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곤경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높아진 집값, 물가, 좁아진 취업문 (대기업 공채 사라짐), 결혼 및 출산의 버거움 등 인생 난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꿈을 꾸는 젊은 세대가 줄어들고, 중요한 부분(취업, 결혼, 집 장만, 출산 등)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것 같다. 변호사 업계도 마찬가지다. 법률시장 전체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변호사 수는 늘어가고, 변호사 대우나 급여는 크게 높아진 게 없다. 과거 선배들이 의사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전문자격인으로 대우받던 시절은 사라졌다. 굳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반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어려워졌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 바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쉽게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어 오랜 기간 더 많은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사람도 많다.

 자본주의니, 복지 포퓰리즘이니 하는 이념적 논쟁을 하고 싶진 않다. 골프에서 R&A와 USGA에서 공동으로 제정한 규칙을 따르지만 로컬 룰(local rule)이 있듯이, 우리 사회나 법조계에서도 후속세대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배려와 기회 제공, 노력의 가치 조정(성과 인정) 등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도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