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기자들이 애정행각을 벌였대”

 2024년 3월. 결혼을 7개월여 앞두고 휴가를 내고 드레스 투어에 나선 날, 저희는 지라시 피해자가 됐습니다. “이거 너야?” 메시지와 전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다음날이면 그칠 줄 알고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지라시는 오픈카톡방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평소 연락이 뜸하던 지인들까지 연락을 해 안부를 물었습니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고소를 결심했습니다. 나름 법조 출입 기자들로 둘 다 몇 년씩 서초동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둘이서 고소장 정도는 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웬걸, 첫 문장부터 막혀 아는 분들께 도움을 요청해 겨우겨우 고소장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고소장 접수부터 난관이었습니다.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수사기관을 찾았습니다. 돌아온 말은 “내일 내세요”였습니다. 고소장 접수하는 담당자가 휴가 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지라시가 유포됐던 오픈카톡방 자료가 언제 사라질지 몰라 한시라도 빨리 고소장을 접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직자는 있을 거 아니냐”며 재차 묻자 그제야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 뒤 담당자 연락이 왔습니다. 담당자는 “고소인을 정확히 특정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요구를 하면 사건이 지체될까 우려돼 “오픈카톡방을 먼저 확인한 뒤 최초 유포자를 잡아주실 수 있겠냐” 물었습니다. 담당자로부턴 “오픈카톡방 유포자만 수사하겠다. 최초 유포자는 추가 고소를 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추가 고소 건이 다른 담당자에게 배당된다면 시간도 지체되고 수사의 연속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수사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도 “추가 고소하라는 요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결국 담당자께 “최초 유포자까지 모두 수사해달라” 요청했습니다. 지금 와서는 당연한 요청이라 생각하지만 당시만 해도 담당 수사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닐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소한 뒤에는 수사가 알아서 진행되는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은 여러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지라시가 유포된 오픈카톡방을 특정해야 해, 지인들을 수소문해 오픈카톡방 주소와 당시 캡처를 모아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압수수색을 위해 참고인의 동의를 받아와 달라 요구했습니다. 당시 오픈카톡방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동의가 있어야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으니, 압수수색 동의를 받아오라는 겁니다. 오픈카톡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자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카톡을 압수수색 하는 데 동의하는 기자들은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며칠에 걸쳐 거절에 거절을 당한 끝에 감사한 분들의 동의를 얻어 압수수색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압수수색으로 피의자가 특정됐지만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수사기관에 피의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민사소송을 하라” 했습니다. 반면 지라시에 실명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피의자는 본인을 고소한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라시가 공유됐던 오픈카톡방엔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알려졌고, 경찰 조사를 받은 피의자는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까지 해왔습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정보를 유출한 건 아니리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는 피의자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피의자는 피해자의 전화번호까지 알 수 있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고소 4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피의자 특정은 완료됐다곤 하나, 조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저희에게 연락해 온 피의자를 제외하곤 누가 실명이 담긴 지라시를 돌렸는지는 지금도 모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최초 유포자 수사는 어려울 것 같다”는 연락도 받았습니다. 

 서초동을 수년간 배회해 온 법조 기자들에게도 형사 사법 절차는 멀고도 험했습니다. 수사기관 근처는 와본 적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막막할까요? 언제나 의뢰인들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변호사님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권형석 TV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