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님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에 재학 중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제18회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1989년에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1994년에 미국 코넬 로스쿨에서 LL.M. 과정을 마치고, 그다음 해에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현지 로펌에서 근무하다가 귀국하여 국내에서 국제중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법무법인(유) 세종 국제분쟁그룹의 파트너변호사로 국내외 기업들을 대리하여 다양한 국제중재 및 국제소송 사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Q. 국제중재업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국제중재 사건들은 건설, 에너지, 인수합병, 합작투자, 조선, 해양, 제약, 국제무역, IP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국제적인 분쟁들인데, 이러한 사건들은 주로 국제상업회의소(ICC),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미국중재협회 국제분쟁해결센터(ICDR),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대한상사중재원(KCAB) 등 유수의 국제중재기관에서 진행됩니다.

 국제중재 사건들은 소송 사건처럼 늘상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분쟁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크고 복잡하여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게 됩니다. 우리 기업들의 경우 국제거래활동이 활발한데, 대부분 중재조항을 두기 때문에 국제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은 대체로 국제중재를 통해 해결됩니다. 우리나라의 법률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아주 다양한 국제중재 사건들을 직접 처리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왔기 때문에 국제중재 분야에 있어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중재 분야가 크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법원의 소송을 대체하는 분쟁해결 방법으로 더 크게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특히 신속한 분쟁해결의 수단으로서 중재의 신뢰성과 효율성이 더욱 제고되고 또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 몇 가지 여건이 갖추어지면 국내 중재시장도 보다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큰 시장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Q. 기억에 남는 국제중재, 중재 사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리우 올림픽 출전 기회가 부당하게 박탈된 우리나라 수영 영웅 박태환 선수를 대리하여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법원 등에 제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제소송과 더불어 국내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던 사건인데, 우여곡절 끝에 승소하여 박태환 선수를 올림픽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뜻깊고 보람찬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밖에도 아태지역국제중재그룹(APRAG)의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중재법원의 초대 상임위원으로 선정된 외에 비엔나국제중재센터(VIAC)의 International Advi - sory Board의 멤버로 선임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의 경우 당시 국내 국제중재 전문가로서는 유일하게 중재법원의 초대 상임위원으로 선임되어 Gary Born과 같은 세계적인 국제중재전문가들과 같이 교류하면서 싱가포르의 국제중재가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Q.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법과대학 학생이었던 저는 공부하다가 마음이 퍽퍽해지면 종종 음대 건물을 찾았습니다. 음반이 참 귀하던 그 시절에 음대 도서관은 클래식을 좋아하던 저에게는 보물창고였습니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각종 희귀 음반들을 들을 수 있음은 물론 신청만 하면 원하는 음반을 카세트테이프에 복사까지 해주었으니 말이지요.

 제가 다니던 대학의 음대 건물은 법대 건물과 거의 붙어 있다시피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법대 건물에서 음대로 접어들면 그곳은 공기마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음대의 연습실에서 요란하게 섞여 흘러나오는 각 악기의 연습 소리들조차도 여느 현대 음악가가 작곡한 심포니 작품처럼 들릴 정도였으니, 제가 클래식을 좋아하기는 많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눈에 생생한데, 첫눈이 온 초겨울이었습니다. 카잘스의 연주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음대 도서관에서 찾아 워크맨 카세트에 넣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관악 캠퍼스를 내려오고 있었는데, 첫 프렐류드를 듣는 순간부터 감전이 된 듯 음악에 빨려들었습니다. 회색빛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귀에 울려 퍼지던 아름다운 첼로의 노래에 이 곡은 악기를 배워서 꼭 직접 연주를 해보아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무슨 확신과도 같이 들더군요.

 이렇게 뒤늦게 첼로라는 악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비록 아마추어 연습생이었지만 열정을 가지고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 전반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더 깊어지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Q. 『클래식을 변호하다』를 집필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클래식 음악을 취미로 하면서 삶에서 힘든 시간을 지나올 때마다 음악에서 늘 큰 감동과 위로를 받다 보니 마치 종교에 귀의한 사람이 자신이 깨우친 것을 주위에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클래식에서 얻은 즐거움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전도자와 같은 심정으로 제가 평소 위대한 작곡가들의 명작을 통해 받은 그 감동의 순간들을 책자의 형태로 주위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흔히 클래식은 아는 만큼 들린다고 하는데, 수십 년을 듣다 보니 작곡가가 곡을 통해 말하자고 하는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클래식 연주자들의 역할이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진정한 의도를 해석하여 이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그 과정이 우리 법률가들이 계약서나 법률을 해석하는 것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법률가로서 수십 년간 클래식을 들으면서 작곡가의 의도가 연주를 통해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깨달은 부분도 있고, 또 일반 사람들이나 심지어 프로페셔널 음악가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클래식 작품에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한 것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것들을 글을 통해 정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Q. 클래식 음악이 어렵고 진부하고 감상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부정적 통념에 대해 클래식 음악을 변론하셨습니다. 변론 요지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과거 음반이나 공연으로만 클래식을 즐기던 시대에는 다양한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클래식 음악 감상 환경에는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혁명적 변화를 이끄는 기수가 바로 유튜브 등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클래식 음악 감상은 주로 음반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제한된 정보를 기초로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수입된 음반을 통해 클래식을 즐기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부 마니아들은 해외 출장을 가는 기회가 있어야 해외 음반 가게에서 명반을 비싼 가격으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을 눈으로 보면서 감상할 수 있는 매체는 그 영상 및 음향의 품질도 좋지 않았고 그 수도 매우 적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어떻습니까? 유튜브를 통해 참으로 방대한 양의 음원 및 공연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음질에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Apple Music 등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면 한 달에 단돈 만 원 정도의 가격에 수백만 장의 CD를 필요할 때 언제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손에 든 핸드폰에 그렇게 소중한 클래식 음악의 보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더구나 유튜브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너무나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기에, 관심이 생겨서 그 속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길을 나섰다가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쉽게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제 책은 유튜브를 통한 클래식 감상에서 길라잡이와 같은 안내서의 하나로 집필되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이책보다 블로그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s://blog.naver.com/celi2005)에 엄선한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고, 클래식 명작에 대한 해설과 국내외 공연에 대한 다양한 후기들을 작성하여 공유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을 위해 추천해 주실 클래식 감상 방법이나 음향기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종래에는 클래식 감상은 소위 명반이라고 하는 음반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음악 감상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명반이라는 것이 모종의 상업적 동기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홍보된 결과물인 경우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한 장의 명반에 너무 집착하는 경우 다른 연주를 이와 비교한 후 조금이라도 다르면 해당 연주를 쉽게 폄하하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음향기기는 취향에 따른 선택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처음에는 국산 진공관 앰프에 탄노이와 같은 스피커를 매칭하여 음악 감상을 시작하였는데, 차츰 음향기기에 욕심이 생겨 CD플레이어(dCS 제품), 프리앰프(첼로 오디오수트), 파워앰프(골드문트), 스피커(소너스 파베르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더 고가의 시스템을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음향의 미세한 차이에 대한 큰 욕심만 버린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유튜브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음질이 좋은 제품으로는 ‘드비알레’라는 회사에서 나온 제미니(Gemini)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추천하는데, 최근에 나온 신형은 다소 고가이므로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중고 시장에 나온 상태 좋은 구형 제미니 이어폰을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스피커로 클래식을 즐기고 싶은 경우에도 선 연결의 필요 없이 간편하게 즐기려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택하면 되는데, 요즈음은 가성비가 좋은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 2개를 스테레오로 페어링할 경우 미니 하이파이가 되어 멋진 음향을 들려줍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이지만 UE(Ultimate Ears)의 ‘MEGABOOM 3’라는 제품 2대를 스테레오로 페어링하여 듣는데, 책상 위에서 클래식을 감상하는 데는 별 부족함이 없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에게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변호사 업무는 강도가 높은 데다가 스트레스도 상당합니다. 거기다가 백세 시대인데 이 직업은 정년도 없잖아요. 늘 길게 보면서 방전이 되지 않도록 워라밸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변호사에게 있어서 취미 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저에게 클래식 음악이라는 취미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피난처이자 ‘혼자만의 방’과 같은 역할을 했는데, 천재들이 남긴 클래식 작품을 통해 얻는 감동과 위로가 업무에 동력이 되고 추진력이 됐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나이에 상관없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작품들도 무궁무진합니다. 비록 처음에는 다가가기가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친해지고 나면 여러분의 평생의 동반자가 되어 늘 여러분들 곁에서 넉넉한 감동과 위로를 선사해 줄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차 한 잔과 함께 음미하면 좋을 듯한 음악 유튜브 링크 몇 개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쇼팽의 왈츠(피아노)
https://youtu.be/YXhhYLMVMAc?si=rxBaILqY09bklqh

차이코프스키의 감성적인 왈츠(바이올린)
https://youtu.be/rUuusqy50yk?si=1IXSy3XCsa2BlWX4

엘가의 사랑의 인사(오케스트라)
https://youtu.be/_eTpjokho8g?si=5b6YYqNpy8urUwzL

에델바이스(합창)
https://youtu.be/6JMHXbxZYf4?si=W7wt8B88QQsa04rt

● 인터뷰/정리 : 도진수 본보 편집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