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회보 인기 코너 ‘선배법조인의 조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수원 34기를 수료하고, 2005년부터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여 처음에는 어쏘로 일하다가 이후 개업변호사로, 2014년에 인천국제공항사 사내변호사로 이직, 2020년부터는 현대모비스 법무팀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현대모비스에서 지금 하고 계신 일에 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저희 현대모비스 법무팀은 전사의 계약서 검토, 법무자문, 소송 및 분쟁 대응과 각종 프로젝트 법무지원, 경영진의 준법 의사 결정을 위한 지원 업무 등을 하고 있고, 저는 법무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자문의견 결재 및 팀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상시 이루어지는 현업과의 회의 참석, 장단기 프로젝트 회의 참석 등을 통해 팀원들과 함께 법무 의견을 제공하고 있고, 그 외 사내 각종 위원회(징계위, 심의위 등) 참석,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내 Legal Counsel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변호사가 되신 후 어쏘변호사, 개업변호사, 공기업 사내변호사, 대기업의 법무팀장까지 다양한 영역을 도전, 경험하고 계신데, 다양한 도전을 하시는 데 영향을 준 가치관이나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저의 기질과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았던 것 같습니다. 2005년에 어쏘변호사로 일 하면서 민사, 형사, 가사 등 소송 위주의 실무 경험을 쌓았고 얼마 후 이를 바탕으로 호기롭게 개업을 하였습니다. 개업을 하고는 대외 활동이 필요했기에 당시 지역(강남)의 각종 CEO 모임 참석, 위원회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고, 대학원에도 다니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개업변호사로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이고 여성이라는 핸디캡도 있었지만, 사교적인 성격과 책임감에 나름의 만족스런 생활을 이어 나가던 중에, 변호사는 정년이 없어 마음 먹기에 따라 개업변호사 생활은 언제든 할 수 있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회사라는 조직에서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발휘하여 인정받을 수 있으면 그 또한 새롭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 인천공항공사 사내변호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되어 과감히 자리를 옮겼고, 인천공항은 인적 물적 시설이 살아 숨쉬는 충분히 매력적인 회사였고 사내변호사로서 법무 의견이 회사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보면서 또 다른 직업적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직에서 조금 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시 공사에는 없던 컴플라이언스 제도 도입을 준비하였는데, 이때 마침 다시 이직의 기회가 찾아 왔고 조직의 리더 자리는 또 다른 새로움의 시작임을 직감하고 인생의 총기(?)를 최대한 발휘해 보겠노라며 지금의 모비스 법무팀장으로 이직하였습니다. 대학 시절에 남들과 다른 곳에 가리라 하여 떠났던 대만 어학연수, 어학 전공이지만 법률가로서 인생 도전해 보겠다고 하여 시작한 사시 공부처럼, 이런 새로운 도전을 기꺼이 마주하는 저의 기질과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된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로펌 변호사와 사내변호사의 차이점이나 사내변호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로펌 변호사는, 의뢰인이 법률문제나 소송이 생기면 이를 변호하는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직접 당사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사내변호사는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즉 직접 당사자로서 일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로펌 변호사는 사건 의뢰인이, 그리고 회사가 알려주고 설명해 주는 것만을 바탕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반면, 사내변호사는 각 부서의 역할, 원하는 방향, 경영진의 의사, 의지, 업계의 현실 등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무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의사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긴장되고 더 부담이 되지만 결과가 좋으면 직접 내 일을 한 것이기 때문에 몰입감과 만족감이 더 높은 거 같습니다. 

 보통 로펌 변호사는 업무 강도가 높고 연봉도 높은 반면, 사내변호사는 연봉은 조금 낮지만 워라밸을 꿈꿀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회사 나름이고 사람 나름입니다. 사내변호사는 회사 규모와 조직의 구성 여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강도 높게 일하고 사내에서 인정받으면 그에 걸맞은 처우를 요구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회사에 컴플라이언스가 없으면 공부하여 경영진을 설득하고 도입하여 전파하고, 준법 의식 고취를 위해 법무에서 법무 관련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소통활동을 계속하는 등 나의 역량과 역할을 높일 일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밖에 조직에서 주는 안정감, 동료들과의 수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 보장된 휴가, 여러 복지제도 등도 사내변호사의 매력 요소입니다. 저희 회사는 특히 구내식당 밥이 맛있어서 신입변호사들이 최고의 복지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Q.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보람이 있었던 일이나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셨는지요?

 기억에 남는 일은, 개업변호사로 형사사건을 했을 때 일입니다. 국선변호 활동을 하여 OO 교도소에 몇 번 가다가, 어느 외국인 피고인의 항소심 사선변호를 맡게 되었습니다. 상해치사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알고 보니 당시 이태원 등지에서 1인자로 불리는 무리 중 한 명이었고 교도소 접견 이외의 변호사 선임 및 보수지급 등은 그의 친구 외국인이 사무실에 찾아와 처리하였습니다. 변호하는 동안에도 그 일당들이 우르르 사무실에 오기도 했어요. 두려움 반 걱정 반 변론을 이어가던 끝에 다행히 2심에서 집행유예 선고가 나왔습니다. 사건이 끝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내고 있는데, 얼마 후 기존 오던 친구들의 배가 되는 숫자의 무리들이 찾아왔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겁이 나서 남자 사무장을 찾고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들이 저에게 너무 고맙다고 약정하지도 않은 성공보수를 주겠다며 현금을 들고 찾아왔던 것입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보수를 받기는 였으나 그 뒤로 다시는 형사 피고인 국선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은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일입니다. 당시 정부의 지침으로 공사가 1호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는데, 약 8개월간 공사, 협력업체 및 노조 등 수많은 당사자들과 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상황에서 수많은 쟁점을 검토하고 10 ~ 30명까지 참석하는 회의를 진행하며 긴장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정규직화는 이루어졌고 그 역사적 순간에 참여할 수 있었음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의 바람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그것이 최선의 결과였는지, 나는 법무 전문가로서 그들의 결정에 얼마만큼 도움을 주었는지, 법무 의견은 과연 필요했던 것 인지 등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많은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Q. 법무팀장으로서 팀원 변호사님들께 자주 하시는 조언 내지 말씀이 있으실까요?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그 어느 조직, 사회든 우리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과거 사내변호사의 지위와 역할의 변천사를 보건대 앞으로는 더욱 사내변호사의 활동 영역과 역할이 확대될 것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든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 회사에서 나를 데려갈 수 있도록,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여 최대한의 많은 경험을 하라, 모비스만큼 사내변호사로서 모든 업무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회사는 없으니, 있는 동안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여 최대한 가져갈 것을 쌓아서 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직에서 법무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현업과 소통에 힘쓰고 관련 대내외 환경 변화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Q. 두 아들이 고2, 중2라고 들었습니다. 아이들과의 소통은 어떠신가요?

 변호사를 막 시작했을 때는 업무도 많았는데 얼마 후 결혼도 하고, 두 아이도 낳고, 여러 활동도 하다 보니 감쪽같이 30대가 지나갔습니다. 돌아 보면 어떻게 두 아이를 키웠나 싶지만 양쪽 부모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다행히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하는 엄마를 이해해 주는 편이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느 워킹맘들이 그렇듯 아이들의 소소한 일정을 다 챙겨주지 못하여 안타깝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한은 최대한 함께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대화하려고 하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양해를 구하고 미루기도 하는 등 타협하며 지냅니다. 가끔 친구처럼 장난도 치고 소통이 어려울 때에는 제 고민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사춘기라(?) 가끔 대화에 어려움이 있지만, 곧 성인이 되어 다 떠날 텐데 특히나 남자아이들은, 하면서 그날이 옴을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인내합니다. 

Q. University of San Diego School of Law에 다녀오신 경험도 궁금합니다.

 두 아이를 낳고 제대로(?)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고 경력 단절 없이 달려오다가, 둘째가 초등 2학년이 되기 직전에 그때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육아휴직의 마지막 시기임을 갑자기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아이들과 온전히 있을 날이 있겠는가 싶어 과감히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 주자 마음먹고 미국 로스쿨에 지원했습니다.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가야 했던 터라 종일 수업인 LL.M.은 포기하고 U.S. Law Program 과정에 지원하였고, 아이들은 동네 공립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샌디에고 대학 로스쿨은 한국 법조인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어서 수업 이외에도 지역 법원 방문, 로펌 방문, 교수님 집 초대 등 많은 배려를 해 주어 저도 그때까지 못 해본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이들도 금방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즐겁게 학교에 다녔고 저는 아이들 라이드, 밥 해주기, 학교 행사 참여하기 등을 원 없이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바닷가 가기, 놀이공원, 국립공원 등 여행도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고 동료 판검사 변호사들과도 자주 교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아와 쌓인 것은 추억과 함께 oo 은행 마이너스였지만, 지금도 아이들과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어서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체력은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오래 전부터 헬스를 꾸준히 합니다. 점심 때 짬을 내어 헬스장에 가거나, 저녁에 홈트를 하거나 적어도 스트레칭이라도 합니다. 요즘엔 유튜브에 훌륭한 콘텐츠가 많아서 10분 컷, 20분 컷 등으로 짬 나는 시간에 맞추어 활용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주변에서 제 일정을 보면 정말 체력이 되느냐고들 많이 하시는데, 제 생각에도 기본적으로 체력은 타고난 거 같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Q. 시간 터널을 발견해서 2005년 1년 차 김선희 변호사를 5분 동안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고 싶으신가요?

 자신감을 가져라,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있게 된다. 저연차는 법률 검토도 회의 진행도 송무 진행도 아무것도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때 너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하고 자신감도 없고 모든 게 두려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과 확신이 생기기 때문에 그렇게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내가 있는 자리에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경영전문가를 꿈꾸며 MBA를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만약 조금 더 일찍 도전하였더라면 기업에서 사내변호사로서 지금보다 더 능동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도 아이가 어려서, 당장의 할 일이 많아서 등 오만가지 못할 이유가 있었지만 젊음이라는 시간은 다시는 못 올 기회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조금 더 일찍 도전하여야 만약 실패하더라도 극복의 시간이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어떤 꿈이나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는 사내변호사가 기업 내부에서 다른 조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수동적, 종속적으로 일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세미나에서 들었던 것처럼 회사의 변호사는 기업의 동반자로서 선제적 차원에서 법률적 가이드라인을 제시 하고 기업 경영에 적극 기여하는 능동적 역할을 하는 기업변호사로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있는 조직에서 사업 부서와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고 최대한 경영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후배변호사들이 더 멀리 더 높은 더 다양한 직역에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작은 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가 인생 제2막이라 생각하며 걷고 있는데, 10년 내(?)에 또 다른 인생 제3막을 꿈꾸며 체력 관리, 경제 뉴스 듣기, 새로운 분야 사람 만나 그들의 경험 듣기 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그 어떤 변화도 기회도 없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경험하라, 그리고 도전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지금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업무 영역이나 직역을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는 변호사 고유 직역뿐 아니라, 정치인, 교수, 사업가, 사외이사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분야에 진출해서 일 할 수 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에,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절망함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역할 할 수 있고, 나아가 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인 것임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세상 최고의 직업입니다.

● 인터뷰/정리 : 정희선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