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일하고 있는 손지원 변호사입니다. 오픈넷에서는 주로 언론, 표현의 자유 보호를 위한 공익소송, 법제도 개선 활동을 하고 있고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국회 자문, AI 윤리 정책 포럼, 방송사 시청자위원회 활동과 같이 방송, 언론, 미디어, 인터넷, 통신 분야 전반과 관련된 여러 활동도 병행해 오고 있는 11년 차 변호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듣고 노래하고 춤추고 산책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웃음).

Q. 사단법인 오픈넷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픈넷은 제가 생각해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조금 특이한 단체인데요, 일단 ‘인터넷의 자유’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표현물을 유통할 수 있는 권력이 일부의 정치, 경제적 권력자들에게 집중되었다면, 인터넷의 보급으로 일반 대중도 자신의 표현물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각종 정보와 지식을 획기적으로 향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인터넷의 문명사적인 의의를 살리고자 인터넷 공간이 어떤 권력에 의해서 통제되거나 검열, 감시받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인터넷의 자유, 즉 누구나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오픈넷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가치이고요.

 이 근본적인 가치가 원대(웃음)하다 보니, 활동 이슈도 표현의 자유, 알 권리, 익명 표현의 자유를 위한 프라이버시권, 통신의 비밀과 자유, 망 중립성, 공공데이터, 지적재산권 공정이용 확대 등으로 매우 넓습니다. 이제 사람들의 삶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이슈가 더 확장되고 있고요. 또, 공론장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이 위축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가치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화 대응, 소수자 인권 침해 문제를 다룰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다루는 이슈는 방대하지만, 조금 귀엽고 발칙한(웃음) 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작은 단체입니다. 

Q. 오픈넷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해서 설립하게 된 기구인지요?

 오픈넷은 2013년 설립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던 인터넷 실명제가 2012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는데요, 이 헌법소원에 힘을 보탰던 시민 사회와 연구자,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인터넷의 자유를 수호하는 시민단체를 만들어보자고 하여 오픈넷을 설립했습니다.

Q. 오픈넷이 그동안 이루어낸 대표적인 성과들도 궁금합니다.

 설립 초기에는 공인인증서 의무화 제도 폐지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공인인증서 없이는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없어 특정 브라우저나 국제보안기준에 맞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여러 개 깔면서 불편하게 결제해야 했던 폐단이 있었죠. 오픈넷이 이 제도에 대해 폐지 서명운동, 캠페인 등 적극적 활동을 펼쳤고 결국 공인인증서를 강제하고 있던 제도를 폐지해 인터넷 간편결제의 발판을 마련했어요. 

 또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도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에 요청만 하면 가입자들의 신원정보를 가져가고, 가입자들에게 이 사실을 통지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해서도, 가입자들이 통신사들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유엔에 개선 권고 결정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해온 끝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내서 이제는 이용자들에게 통지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던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도 헌법소원 등 활동을 한 끝에 폐지되었고요.

 또,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지만, 선거기간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대해서는 유지되고 있었던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도 헌법소원을 하여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되었습니다.

 이것들이 가장 대표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변호사님은 어떻게 해서 오픈넷에서 근무하시게 되셨는지요?

 원래부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었는데요. 어렸을 때는 TV나 영화를 많이 봤고, 중학교 때는 방송반 활동도 하면서 PD나 영화감독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잠깐 꿈꾼 적도 있었어요. 이렇게 표현 행위에 대한 동경이 있고, 또 살짝 반항아 기질도 있어서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해 특히 잘 열받는 성향이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법 공부를 하면서도 표현 행위를 탄압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많이 가져왔고, 특히 당시 국가가 집회, 시위나 언론을 탄압하는 사례를 보면서 이런 표현의 자유 탄압과 싸우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표현의 자유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시면서 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하시는 박경신 교수님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인연을 맺게 되었고, 변호사가 된 후 오픈넷의 이사이신 교수님의 제안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오픈넷에서 변호사님이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지요?

 주로 언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제, 법안이나 개별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법안에 대해 의견서를 내거나 국회의원들과 법안 발의를 기획하는 정책 활동,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심위의 사이트 차단과 같은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부당한 명예훼손죄 기소에 대한 형사 변호, 표현의 자유 침해 법제에 대한 헌법소원 등의 공익소송 활동을 하고 있고, 문제적 사건이 터지면 이에 대한 논평이나 성명서를 내서 여론을 환기하는 언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디지털 인권 관련 국내, 국제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이나, 토론회 개최, 발표, 그 밖의 연구 프로젝트 참여 등의 학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Q. 오픈넷 활동을 하시면서 힘드셨거나 보람 있으셨던 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공익소송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변호사로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 일인 것 같습니다.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실명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을 때는 한 사건이 아닌 ‘제도’ 자체를 변화시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큰 효능감과 보람을 느꼈고요. 잔존해있던 인터넷 실명제를 없앤 상징적인 결정인 만큼 바이럴도 많이 되어서 더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또 ‘노스코리아테크’라는 북한의 IT 기술에 대한 보도를 하는 웹사이트를 방심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차단했던 사건에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방심위의 자의적이고 경솔한 사이트 차단 관행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판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보람이 있었습니다. 또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부모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도 참여했었는데요. 비록 대법원에서는 유죄로 확정되었지만, 1심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서 승소했었는데, ‘국민참여재판’의 의미를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었기에 매우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Q. 현재 오픈넷이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거나 활동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제가 활동하는 것 중심으로 뽑자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비범죄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심의 제도 개선, 인터넷 임시조치(게시 중단) 제도 개선입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표현행위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많은데요. 특히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거나 감정 (욕설)을 말했다는 이유로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명예훼손죄, 모욕죄는 전 국민을 형사범죄자,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는 법이죠. 유엔에서도 이런 표현 행위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 침해 문제는 원칙적으로 민사적 구제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비범죄화를 고려하라고 대한민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이라는 이미 형벌에 준하는 가혹한 형사적 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도 형사범죄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고요. 명예훼손, 모욕죄의 고소, 고발 건수는 연간 약 6만 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개인적 분쟁에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낭비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의 ‘불법정보’ 및 ‘유해정보’를 검열하고 차단 요청할 수 있는 ‘통신심의’ 제도로 연간 약 20만 건이 넘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물이 차단되고 있고요, 누군가가 온라인상의 게시글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일단 게시글을 차단해야 하는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로 연간 약 45만 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데, 이 제도는 공인이나 기업들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터넷 게시글들을 대량으로 차단 요청하여 인터넷상 여론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인터넷상의 정보, 게시글들을 검열,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과도한 제도는 표현의 자유, 나아가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 역시 유엔에서도 개선 권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표현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규제,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 정보 차단을 대표하는 이 세 가지 제도를 혁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오픈넷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활동을 하시면서 힘든 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표현의 자유’ 자체를 위한 활동은 시민들로부터의 일반적인 지지나 공감을 얻기 힘든 주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마치 공기와도 같은 것인데, ‘공기’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별 의미 없는 외침인 것처럼요. ‘어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법안이나 사례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 표현이 올바른 것이냐, 나쁜 것이냐를 먼저 판단하고 나쁜 표현이면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해 오픈넷이 그런 표현도 규제해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오픈넷은 그 문제적 표현에 동의하는 단체라는 오해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애초에 문제가 없는 올바른 표현만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따로 표현의 자유 보장을 논할 필요도 없겠죠.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라는 말이 있어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표현의 정당성을 보증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않은 표현도 허용될 수 있는 공론장의 시스템 그 자체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것을 대중들이 많이 인식하고,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제도와 관행에 대해 기본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인식 개선 운동을 해나가는 것이 또 저희 일이겠지요.

Q.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라는 말이 참 뇌리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는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지요?

 이것도 위에서 말씀드린 ‘표현의 자유’ 보호 주장의 어려움과 통하는 지점인데요,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고, 일명 ‘사이버 렉카’들의 활동이 폐해를 낳는다는 비판이 일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 운동도 힘든 시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우리 사회가 ‘명예’, ‘체면’을 매우 중시하고, 타인의 평가나 말에 매우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의 자유는 마치 대단한 공익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가진 표현만을 보호하는 기본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지난 헌재 결정에는 잘못된 판단이 많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에도 330여 명의 법률가들이 참여해 주셨다시피 허위의 명예, 즉 허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진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것의 과잉성, 위헌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법률가와 시민들이 공감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에서는 사실적시뿐만 아니라 전체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폐지, 개정 입법을 통한 해결도 지속적으로 도모할 생각입니다.

Q. 오픈넷과 같은 비영리단체,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변호사로서의 특별한 점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변호사로서 좋은 점은, 법조인으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로서의 역할도 겸하면서 아무래도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일을 경험해 보고, 많은 멋진 사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생각과 활동, 삶으로부터 많이 배운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특히 저희 단체가 다른 나라의 표현의 자유, 디지털 인권 보장 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해외 연대 활동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세계와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정말 위험한 정치적 상황에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분들도 보면서 존경심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풍요는 포기해야 하지만, 법조인으로서의 전문성도 유지하면서, 일정한 사회적 가치, 변화에 일조도 하면서, 좀 더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NGO 단체는 후원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보니, 불안정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많은 변호사님이 NGO 활동에도 관심 가져주시고 후원이나 활동으로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일이나 커리어와 관련해서 큰 계획이나 포부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제가 추구하는 여러 가치 중 하나와 들어맞기 때문에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 같고, 미력이나마 이 분야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믿으며 계속 가고 있고요, 이 믿음이 배신당하지 않도록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이 있을 뿐입니다. 개인적 삶에서는 더 즐겁고, 다양하고, 여유롭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포부가 있습니다! 

● 인터뷰/정리 : 고정욱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