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 여러분.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영준 법제정책이사입니다. 

 지난 임기 동안 변호사 직역과 관련한 많은 업무들을 겪으며 격변하고 있는 법조 시장과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회원분들의 도전과 긍지를 마주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변호사시장에 대한 기업자본의 잠식 위기와 이권 갈등 속에 우리가 지켜야 할 법조인으로서의 본분을 되새겨보는 기회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은 공적 영역에서 변호사들의 새로운 역할을 제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현재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제48조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매년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대상 기관은 23년 기준 공기업 32곳과 준정부기관 55곳 등 총 87개 기관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 관련 핵심 기관들도 있고,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예금보험공사, LH, 한국소비자원 등 국민들에게 친숙한 많은 공공기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관들은 매년 말 이듬해 경영지침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경영편람’을 기준으로 정부의 국정운영기조와 그에 따른 기관의 공적 역할을 고려해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고 재무와 예산, 각종 인적 관리와 노사관계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영평가단이 이러한 한 해의 실적을 ‘우수(S)’에서 ‘아주 미흡(E)’의 단계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기관장의 거취나 각종 성과급 등이 결정됩니다.

 평가는 공기업 혹은 준정부기관 등 조직 성격에 따라 크게 경영관리, 주요사업별 배점을 나누고 세부 항목별로 점수를 배분합니다. 여기서 경영관리는 다시 주요 정량평가 요소에 따른 계량평가와 지난해 경영평가 지적사항에 대한 충실한 이행이나 개선 노력, 정성적인 평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계량평가로 나뉩니다. 비계량평가는 다시 리더쉽, 전략기획, 재무관리, 상생, 안전, 지역발전, 조직 인적자원관리, 일자리 및 균등한 기회, 국민소통, 노사관계, 윤리경영, 보수 및 복리후생 지표로 구분되고 각 지표에 세부평가 항목별로 구체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2월 정도에 경영평가단을 꾸려 3 ~ 5월 동안 각 기관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고 평정과 평가보고서 작성 등의 실무작업이 이뤄집니다. 기관 실사는 평가위원들이 직접 기관에 방문해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집체 실사가 가능합니다. 작년부터는 리더쉽 평가가 추가되어 기관장에 대한 인터뷰도 필수적인 평가가 되면서 조금 더 절차가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각 팀은 4 ~ 6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12개 정도의 기관을 교차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집니다. 기관보고회를 통해 각 기관의 실적보고서를 브리핑한 이후 담당지표 위원이 체크리스트를 송부하면 기관이 그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사와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집니다. 

 경영평가단은 대부분 전문 분야 교수님들로 구성되어 왔고 현재까지도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 저를 포함한 변호사 등 전문 직역군이 일부 참여하기 시작했고 평가단에 새로운 시선과 활력소를 가져다 주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변호사 등 전문인력은 일반적으로 비계량평가에 투입되는데, Compliance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윤리경영이나 HR 분야인 노사관계 지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경영평가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에너지 공기업들에 대한 경영관리 분야 비계량평가를 담당했고, 윤리경영, 노사관계, 보수 및 복리후생 지표를 담당했습니다. 이론적으로 혹은 특정 기업의 케이스에 국한되었던 내부통제 시스템이나 준법감시체계에 대한 이해와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여러 기관을 함께 평가하며 장단점을 비교하고 각 기관 특유의 제도들을 보면서 점차 강화되는 윤리경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체감하고 또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노사관계와 보수 및 복리후생지표를 통해 기관에 소속된 직원들의 니즈와 기관의 노력이 어떻게 접점을 찾는지, 그사이에 노조의 역할이나 협상과정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언론에 비친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모습들과 달리 기관장부터 신입직원과 임금피크제 인력까지,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제도적 장치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부분 등 공적 의무에 충실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숨은 노력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평가과정을 통해 정부의 기관평가 방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피상적으로만 경험했던 많은 공공기관들을 직접 찾아가 언론을 통해 비친, 혹은 표면화할 수 없었던 기관의 내밀한 고민들을 알게 되고, 이에 대해 건설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잘못된 점들을 바로잡고 바람직한 사후조치를 함께 되짚어보며 작게나마 각 기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던 것도 변호사라는 배경 덕분이었고 저 스스로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10월 전후로 부진한 기관들에 대한 컨설팅이 진행되고 나면 2025년 경영평가위원 선발을 위한 모집 신청이 12월경 시작됩니다. 정부의 평가 절차에 대한 공정하고 성실한 참여를 통해 식견을 넓히고 보람을 얻으실 수 있기를 희망하며 회원 여러분의 많은 도전을 추천 드립니다. 저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앞으로도 변호사의 새로운 직역 확대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 08. 제97대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정책이사 이영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