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리 : 임제혁 본보 편집위원
오늘날이 배경인 미국 영화에서 1960년대 머스탱을 애지중지 부품을 찾아 다니고 유지하면서 타는 모습들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3년 리스 기간을 마치는 즉시 차를 바꿔 탄다. 언제나 차가 새것으로 보인다. 그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왠지 모르게 혼자 정체된 느낌이다. 이번에 인터뷰로 만난 사람은 (가칭)사단법인 오토튜닝코리아의 박석순 회장이다. 그로부터 자동차는 어떤 의미인지, 새벽에 번쩍거리면서 자유로를 미친 듯 달리는 것만 과연 튜닝인지, 튜닝은 우리 법체계에서 어떻게 인정을 받아야 할 것인지 알아본다(이하 박석순 회장은 '박'이라 약칭한다).
한 곳만 바라보는 신림동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다
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알기로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신데, 한 번 얘기해 주시겠어요?
박: 제가 어쩌면 변호사님 자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공부를 했었죠. 신림동에서.
임: 신림동, 반갑게 다가옵니다. 사실 어쩌면 우리는 신림동에서 구면일 수도 있는 거죠?
박: 분명 구면일 겁니다.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면서 학원비를 아끼려고 학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2000년대 초반을 신림동에서 보낸 분들은 대부분 봤겠죠. 그런데 학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교육사업이라는 것이 참 수익성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임: 수익성이 좋다. 그때는 그랬겠죠?
박: 물론 지금도 고시계(수십 년 전통의 그 ‘고시계’를 지칭)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지만, 그때는 돈이 오가는 게 그냥 눈에 보이던 시절이었죠.
임: 사업에 눈을 떴다는 거군요. 정확이 어떤 의미에서의 수익성을 찾은 건가요?
박: ‘어디에 투자를 하면 수익으로 돌아오겠다’라는 것이 조금씩 보인다는 뜻인 것 같아요. 사실, 고시공부와 학원일을 병행하다가 결국에는 학원일과 대학원에서 행정법을 전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리고 학원에서는 강의들을 '설계'하고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몇 년 있다 보니 강사분들도 많이 알게 되고, 조금씩 변하는 트렌드가 보이더군요. 거기에 강의를 맞추는 거였죠.
임: '설계'를 한다. 새로운 방향제시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박: 맞아요. 사시시장이 조금씩 작아지면서 다른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이죠. 남보다 조금 빨리. 처음에는 7급 또는 그 이하 공무원 시험으로, 그러면서 경찰간부 시험으로, 그러다가 자격증시험 시장으로 옮겨가는 거죠.
임: 그런데 지금은 그 시장도 쉽지 않은 시장이 된 거죠?
박: 어디를 가나 뭉칫돈을 손에 쥐고 들어오는 선수한테는 못 당해요. 공무원 시장과 자격증 시장에도 거대자본이 들어온 거죠. 아마 이름만 대도 아는 학원 이름들일 겁니다. 처음에는 그건 재수학원 상호 아니냐, 영어학원 상호 아니냐 하겠지만, 그 학원들이 들어온 게 맞습니다.
임: 그럼 단가를 소위 '후려치고', 시장에 지각변동이 생기겠군요.
박: 다른 활로를 찾을 때가 온다는 것이지요.
튜닝, 그거 위험한거 아닌가?
임: 그래서 찾은 것이 ‘튜닝’이라는 건가요?
박: 제가 한 번 물을게요. 변호사님한테는 튜닝이 뭔가요?
임: 음… 자동차 뒤에 흉측한 날개를 달고, 휠은 걸맞지 않는 걸 끼우고, 머플러에는 대포같이 생긴 걸 달고 시끄럽게 굴면서 위험하게 떼지어 돌아다니는 거 아닌가요?
박: 역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임: 네, 다소… 아닌가요?
박: 사실 튜닝은 자동차를 원상태에서 개량하는 모든 행위입니다. 옛날에 신림동에서 공부하다 보면 기본서에 꼭 필요한 곳에만 줄을 긋고, 누락된 논점은 포스트잇으로 채워 넣고, 옆에 라벨지 붙이고 하잖아요. 그런 게 튜닝이에요.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사실 제가 현대차를 사면, 소유는 제 것이 되지만, 차는 여전히 현대차예요. 그런데 제가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 그것이 튜닝이에요.
임: 굉장히 다르게 다가오긴 하는데, 그렇게 자기가 이리저리 고치다 보면 오히려 위험한 그런 차가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특히 모두가 같이 이용하는 도로에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괴물이 나와 버리면 어떻게 하죠?
박: 자유로 종종 타시죠? 그런 데서 이상한 차를 많이 보신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런 차들은 교통안전에 해가 돼요. 그렇게 못 고치게 해야죠. 그런데 고친 것보다 더 문제는 그들의 운전습관이지, 차량 자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치는 행위와 관련해서도 인식을 좀 바꾸어야 할 필요도 있어요.
임: 인식을 바꾼다는 것이 정확이 어떤 의미죠?
박: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현대, 기아, 쌍용, 쉐보레, 르노삼성이에요. 이 회사들이 자동차에 대한 모든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시피 해요. 사실 안전성이라는 것은 이 회사들이 담보하는 게 아니에요. 안전과 관련한 기술들이 법에 규정되고 강제될 때 갖추어지는 것이 안전성이지, 이들 자동차 메이커들이 독점적으로 차를 만들어서 생겨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자동차 제조에 대한 독점적 구조가 안전성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임: 법 얘기로 가는군요. 결국.
박: 네 결국은 법 얘기로 갈 수밖에 없어요. 제가 행정법 전공이긴 한데, 지금도 제일 복잡하게 느껴지는 분야가 교통관련 법규들이에요. 아주 넓게 자동차와 관련되는 희한한 규정들까지 포함해서요.
임: 그런데 먼저 자동차 제조사들이 그런 법규의 활용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박: 네, 임 변호사님 운전하시죠? 옛날식 SUV 몰아본 적 있어요? 가령 옛날식 코란도 같은 거.
임: 네, 알고 물어 보신거예요? 제 첫 차가 아주아주 구형 수동 코란도였어요. 왜요?
박: 코란도가 보통 6인승이에요. 앞에 두 자리 있고 뒤에 두 명, 두 명 마주보며 않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게 엄청 불편합니다. 사실 세제혜택 때문에 억지로 6인승으로 차를 만든 거예요. 세제혜택을 미끼로 많이 판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많은 운전자들이 차를 산 다음에 뒷시트를 떼어내고 아예 짐 싣는 용도로 쓰거나, 큼직한 시트 두 개를 놓고 4인승으로 전용해서 썼어요.
임: 저도 4인승으로…
박: 임 변호사님도 그럼 법을 어기신 거예요. 나쁜 사람이군요. 하하. 그러면 안 되게 되어 있어요. 있는 그대로 타라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이게 얼마나 불합리한 건지. 비싼 돈을 주고 샀어요. 이제는 제 차에요. 남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치는 것도 안 되는 거예요? 시트 떼고 짐을 싣는 칸으로 쓰더라도 어차피 그 차를 트럭이나 특장차처럼 쓸 수는 없어요. 네 사람 앉는 자리를 두 사람만 앉게 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어차피 4인승 코란도 사 보면 6인승을 4인승으로 개조한거나, 원래 4인승이나 똑같아요.
임: 그런데 하면 안 된다.
박: 결국 제조사만 손을 댈 수 있다는 거예요. 제조사가 4인승을 제조 판매하는 건 되고, 똑같은 안전성이 보장이 돼도 저는 원래 6인승이었다는 이유로 4인승을 만들면 안 되는 겁니다. 이제는 바뀔 때도 된 거죠.
임: 튜닝을 넘어서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고 규제하는 법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박: 당장 어떻게 불법적인 것을 하겠어요. 그럴 수는 없죠. 일단 튜닝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걸 시작해야죠. 변호사님은 지금 얘기를 잘 따라오셨지만, 사회 전체의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임: 그래서 특별히 생각하신 방법이 있나요?
박: 그래서 사단법인을 만드는 거에요. 이 사단법인에 참여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일단 소위 "기름밥" 먹는 사람들, 그러니까 정비업체들, 자동차학과 교수, 보험사, 튜닝관련 허가 업무에 대한 조언을 위한 행정사 등이에요. 아마 변호사분들은 유사직역이라 싫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변호사님들 중에 튜닝신고 대행해 주실 분은 아직 없었어요. 일단은 이렇게 모여서 교육사업부터 시작하는 거죠.
튜닝은 결국 차와 친해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임: 누구한테 무슨 교육을 한다는 것인가요? 빨리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박: 원래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가 '밑밥을 깐다'고 하잖아요, 사람들한테 다가가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은 여성분들도 운전 많이 하시죠? 이 여성 분들, 운전만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심지어 시트 조절도 힘들어하시는 분들 있어요. 이 발언 위험한 거 아니죠?
임: 아마 아닐 겁니다. 남자 중에도 그런 분들 많다는 걸 더하면 전혀 차별적인 발언은 아닐 겁니다. 어차피 남녀 공히 운전만 간신히 할 줄 아는 정도가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박: 암튼, 이런 분들을 상대로 교육을 한다는 것입니다.
임: 아, 먼저 차와 친근해지도록 한다. 이거군요.
박: 맞아요. 익숙해지면 더 나아지게 해 보고 싶고, 조금씩 바꿔 보고 싶어지고 그러는 거예요. 워셔액을 넣을 줄 알고, 엔진 기름을 확인할 줄 알면 금방 ‘더 좋은 제품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타이어도 스스로 갈 수 있게 되면, 휠을 바꿔서 다른 모습, 다른 기분으로 타고 싶어지는 거구요. 차가 익숙해지면 차에 캠핑 트렝일러도 붙여 보고 싶고, 자전거 거치대도 달아 보고 싶고 그런 거죠.
임: 하긴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해서는 유독 보수적이죠. 새 것으로 바꿀지언정 변화를 꾀하지는 않죠.
박: 전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 이거는 진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돼요. 그런데 그 대신 2~3년에 한 번씩 살짝씩 바꿔 보면 좋은 거죠. 그래야 더 오래 탈 수도 있어요.
임: 그런데 회장님 입장에서 보면, 법이 만들어놓은 ‘장벽’은 어떻게 개선해 나가실 의향인가요? 게다가 법인데 쉽게 바꿀 수도 없지 않을까요?
박: 조금 섣부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법은 자본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시장이 형성되는 곳에서 법은 느슨해지죠. 그게 우리 정부가 말하는 규제완화기도 해요. 물론 그것이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요. 완화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죠.
임: 아닌 게 아니라 튜닝시장이라는 얘기는 최근 2~3년 사이에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박: 쇼프로그램 같은 데 종종 등장하는 푸드트럭, 전형적인 튜닝시장에 대한 수요예측을 위한 것입니다. 일단 생계와 관련된 튜닝부터 허락을 해 보는 것이지요.
임: 튜닝보험도 생기겠군요. 원래 튜닝하면 보험 적용 안 된다는 얘기도 많았잖아요?
박: 이미 논의는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그리고 옆나라 일본만 해도 튜닝시장의 규모가 각각 35조, 23조 그리고 14조 원이에요. 이정도 규모의 시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부합하는 보험이 생기지 않을 거라 볼 수는 없겠죠.
임: 상당한 시장이군요.
박: 맞아요, 이 시장을 가만히 둔다는 것도 이상한 거예요.
우리 법은 어디로 나아가야 되는가?
임: 그럼 지금 교육사업은 어떤걸 준비 중이신가요?
박: 우리가 김여사, 김여사 하잖아요. ‘김여사 정비법’부터 시작할 생각이에요. 차랑 친해져야 엔진 첨가제라도 하나 더 사 보게 되지 않겠어요? 혹시 임 변호사님 대형마트 가 보셨어요? 한 3~4년 사이에 가장 빨리 면적을 넓힌 코너가 ‘자동차 용품’ 코너예요. 우리 불과 10년 전만해도 엔진첨가제, 이거 뭔지 몰랐어요. 이렇게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는 거예요. 여기에 살짝 힘을 더하고 싶은 거죠.
임: 그럼 튜닝 관련 규제완화는 어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박: 두 방향으로 가야 해요. 하나는 안전기준은 강화하고, 강화된 안전기준의 범위 내에서는 자유를 허여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은 안전기준은 형편없고, 자유는 전무해요. 하나 전형적인 예가 오른쪽에 핸들있는 차가 우리나라에 굴러다닌다는 거에요. 오른쪽에 핸들이 있는 차는 돌아다니는 흉기예요. 왜냐하면 급박한 순간에 왼측에 핸들이 있는 대부분의 차와 반대방향으로 차를 꺾기 때문이에요. 혼자 죽으면 다행인데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의 예는 브레이크등을 그냥 하얀등으로 바꾸는 사람들에 대한 단속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거에요. 이건 튜닝이 아니에요. 그냥 미친 짓이지. 깜깜한 밤에 고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바로 앞에 있는 차의 후미등에서 해드라이트가 켜진 것처럼 보여 봐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임: 들어 보니 심각한 거군요.
박: 네, 이런 것들을 고쳐 나가야 돼요. 그러려면 전문가들이 모여야 되는 거죠. 단순히 차량을 고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법 전문가, 차량안전 전문가 다 모여야 되는 거죠. 그래서 사실 오늘 인터뷰에서 변호사님들의 도움도 많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었어요.
임: 빨리 튜닝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 좋겠네요.
박: 네, 오늘 인터뷰 그래서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는 5월 16~17일 사이 대구에서 열린 '대구 스트리트 모터페스티벌'에서 가졌다. 아직은 ‘튜닝’에 대하여 이야기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박 회장은 이 모터쇼가 벌써 5년째 열리는 것이라면서 나한테 ‘로터스(Lotus)’라는 자동차 메이커를 알려 줬다. 그러면서 한 얘기가 이 메이커가 사실은 자동차 튜닝샵, 쉽게 튜닝 전문 공업사로부터 출발해서 지금은 세계적인 스포츠가 메이커가 되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 위주의 자동차 시장이 다양한 개인의 의견을 반영하고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유연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