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는 의뢰인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이 마련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법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절차 진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의뢰인의 생각 중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려주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하면 수긍하지만, 가끔은 본인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만 품은 채로 상담이 종결되기도 합니다. 
 
 이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직업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 변호사입니다. 위법한 행위에 대한 조력이나 위법한 법적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의뢰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변호사윤리장전 제11조는 위법행위에 대한 협조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위법행위 협조 금지 규정을 위반하여 징계에 이른 사례를 소개합니다.

사례 요지

 혐의자는 2009. 11. 24.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2. 1. 31.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2012. 2.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로 변호사자격등록과 함께 개업하였으며, 현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2021.경 어머니의 사망 후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를 아버지 단독명의로 변경해 줬는데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하여 아버지로부터 폭행, 협박을 당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 아파트를 공동 분할로 변경할 방법을 찾기 위해 혐의자 사무실을 방문하였습니다. 혐의자는 상담 과정에서 청원인으로부터 이미 합의하에 재산 명의를 아버지의 단독명의로 변경하는데 동의하였다는 내용과 아버지와의 통화 중 동의하에 처리하였다는 대화 내용이 있다는 점을 전달받았습니다. 청원인은 혐의자에게 사건 의뢰가 가능한지, 거짓말을 하면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지 문의했지만, 혐의자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사건 진행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였습니다. 이후 청원인은 고소장 초안의 무고죄 관련 경고 문구에 죄책감을 느껴 진행을 중단하였고, 혐의자가 사문서위조라는 죄명으로 고소장을 거짓으로 제출하려고 했던 행위에 대해 청원하였습니다. 

관련 규정

▩ 변호사법 
제24조[품위유지의무 등] ① 변호사는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5조[회칙준수의무]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지켜야 한다.
제91조[징계 사유] ② 제90조 제2호부터 제5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징계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이 법을 위반한 경우
2.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 대한변호사협회 회칙
제9조[회원의 의무] ① 모든 회원은 이 회의 회칙, 규칙, 규정 및 결의를 준수하여야 하며, 이 회로부터 지정 또는 위촉받은 사항을 신속 · 정확하게 처리하여야 한다.

▩ 변호사윤리장전
제3조[회칙 준수 등] 변호사는 법령과 대한변호사협회 및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회칙 · 규칙 · 규정 등을 준수하고, 그 구성과 활동에 적극 참여한다.
제5조[품위유지의무] 변호사는 품위를 유지하고,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
제11조[위법행위 협조 금지 등] ①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협조하지 아니한다.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범죄행위, 기타 위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 때에는 즉시 그에 대한 협조를 중단한다.

▩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규칙
제9조[징계사유] 변호사에 대한 징계사유는 다음 각 호와 같다.
3. 변호사법에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4. 협회 또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회칙에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5.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사례의 결론

 혐의자에게는 청원인이 아버지를 사문서위조, 동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로 고소하는 것이 무고죄를 구성하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인지시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원인이 고소를 강행하여 할 경우에는 더 이상의 협조를 중단하여야 할 위법행위 협조 금지의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의자는 피고소인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나 무고가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들어 고소장 작성을 계속하고 고소를 할 것을 종용하였는데, 이는 명백하게 변호사법을 위반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변호사윤리장전 윤리규약을 위반하여 위법행위에 협조한 것은 물론 범죄 혐의가 희박한 고소를 종용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혐의자는 조사과정에서 ‘애초에 청원인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본인이 혐의자에게 고소 대리 진행을 하지 않는다고 초기에 분명히 의사를 밝혔어야 하고, 혐의자가 고소장 작성 등 이행에 착수한 후에 이를 중단하는 것은 명백히 청원인 측의 변심에 의한 취소이므로 혐의자에게 책임이 없다’, ‘청원인의 고소의지가 강했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이 사안의 쟁점은 변호사 보수 반환문제가 아니고 혐의자가 의뢰인의 위법행위를 알고 협조를 중단하여야 함에도 의뢰인의 위법행위에 협조하였는지, 가능성이 희박한 고소 등을 종용한 것인지 여부라고 밝히며, 혐의자는 의뢰인의 고소가 위법한 고소라 하더라도 의뢰인이 이를 강행하기를 원한다면 그런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청원인의 고소의지 여부나 청원인이 위법한 것을 알고서도 고소를 하자고 했다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여 혐의자에 대한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를 구성하는 것을 조각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혐의자와 합의한 청원인이 밝힌 처벌불원의 의사를 징계양정에 참작하여 과태료 100만 원의 징계를 결정하였고 확정되었습니다.
 

발췌 : 김상희 본회 윤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