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분야에서 법률 업무를 하다 보면 저작권법을 깊이 분석할 기회가 자주 있다. 특히 저작자 사망 후 저작권 상속 문제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도, 최근 특별하게 재밌게 분석한 가상의 사례를 통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 : 상속인들은 미술품 A를 전시할 수 있을까? 

 상속인들(乙, 丙, 丁)은 미술품 A의 원본 소유자로서, 직접 또는 갤러리스트 K를 통해 미술품 A를 전시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35조 제1항). 또한, 이들은 지분 100%를 보유한 공동저작재산권자로서 전원이 합의하면 전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9조, 제48조 제1항). 상속인들이 미술품 A를 전시하려면 “전원이 합의”해야 하며(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공동저작재산권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전시할 수 없다.

 그러나 乙, 丙, 丁이 전시에 “전원이 합의”하더라도, 바로 전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질문에서 다루어야 할 논점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질문 : 공동저작재산권자들 간에 전시권 행사에 대한 전원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원의 합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모든 공동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단 1%의 반대가 있어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일부 공동저작재산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더라도, 연락이 두절되거나 행방이 불분명해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전원의 합의를 얻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공동저작재산권자들 간에는 대표권 설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저작권법 제48조 제4항, 제15조 제2항). 

 그러나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乙, 丙, 丁 중 丁이 대표권을 행사하기로 합의되었지만, 丁이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그의 권리가 배우자 戊와 자녀 己에게 상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丁의 대표권도 戊와 자녀 己에게 공동으로 상속되는 것일까?

 만약 대표권이 상속된다면, 乙이나 丙이 이를 문제 삼아 다시 대표권 설정에 대한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 자체는 상속재산이지만, 대표권 설정에 따른 법적 관계는 丁의 개인적 권리로,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필자의 사견으로, 이 권리는 재산권보다는 丁이 乙, 丙과의 관계에서 대표자로 선정되어 저작재산권을 대외적으로 행사하기로 한 합의에 불과하므로, 丁의 일신에만 속하는 권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권리가 戊와 자녀 己에게 상속되지 않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저작권법과 민법 제5편 상속 규정 사이에 해석상 공백이 존재하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각설하고, 일부 공동저작재산권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거나, 반대하지 않더라도 그의 행방이나 의중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주목할 조항은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제2문의 “각 저작재산권자는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즉, ‘신의에 반하지 않는’ 경우 단독 또는 일부 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속인 중 일부가 甲 화백의 생전 의사가 미술품 A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전시가 그의 의사에 반한다고 반대한다면, 누구의 의견이 우선되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하려면 저작인격권에 대한 논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 질문 : 甲 화백의 미술품 A에 대한 미공표 의사는 존중될 수 있는가?

 甲 화백의 생전의사는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하는 공표권과 직접 관련이 있다(저작권법 제14조 제1항, 제11조 제1항). 공표권은 상속되지 않으며, 보호기간은 甲 화백이 미술품 A를 창작한 날부터 사망할 때까지로 한정된다.

 비록 乙, 丙, 丁이 공동저작재산권자이지만, 이들은 공표권자가 아니므로 甲 화백이 생존해 있었다면 공표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제1문). 그러나 甲 화백의 미발표작인 미술품 A를 공개하는 것이 사회 통념상 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면, 乙, 丙, 丁은 그 미술품을 공표할 수도 있다(저작권법 제14조 제2항 제2문). 

 이때 甲 화백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상속인들이 그의 명예를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판단의 기준이 사망한 저작자의 의사에 따르거나 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회 통념상 저작자의 명예’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 : 상속을 받지 않은 유족이 미술품 A의 공표를 막을 수 있는가?

 甲 화백의 형제인 庚은 甲 화백이 생전에 미술품 A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乙, 丙, 丁이 미술품 A를 갤러리스트 K를 통해 전시하기로 결정하자, 庚은 甲 화백의 뜻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乙, 丙, 丁이 저작재산권에 근거해 전시를 강행하려 하자, 庚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이때 庚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저작권법 제128조에 명시된 ‘저작자 사망 후 인격적 이익의 보호에 관한 침해 등 정지청구권’이다.

 이 조항은 침해 등 정지청구권의 행사 주체로 “유족(사망한 저작자의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또는 형제자매)”이나 유언집행자를 지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족’이라는 단어다. 유족이라고 해서 모두 상속권이 있는 것은 아니며, 유족 중에는 乙, 丙, 丁처럼 저작재산권을 상속받은 자도 있고, 庚처럼 저작재산권을 상속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따라서, 비록 庚이 저작재산권을 상속받지 않았더라도, 그는 유족으로서 甲 화백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침해 정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가상 사례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저작권법과 상속법이 만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담고 있다. 실무에서 저작권과 상속 문제를 다룰 때, 법률 규정에 대한 해석이 충분하지 않고, 기존 판례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융합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지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서유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