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원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Richards Butler (London Office) 교환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주식회사 악시오나에너지코리아 General Counsel
주식회사 영양제2풍력발전 등기이사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국제거래 및 협상론)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겸임교수(국제 프로젝트 클레임 관리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계약심의위원회 위원
(현) 법률사무소 윤중
(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현) 헌법재판소/대법원 국선변호사
(현) 사단법인 한국플랜트학회 총무이사
(현) 세계 한인변호사회 등기이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등기이사
(현) 한국전력거래소 차액계약승인위원회 위원
(현) 한국전력거래소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구매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 저술
국제계약의 이해(2011, 한국플랜트학회지)
사례로 배우는 계약이야기(12회분, 2012, 이슈와상식)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의 EPC/턴키계약을 위한 활용(2014, 변호사 제46집)
법률실무가를 위한 계약서작성실무(2015, 영화조세통람)
채정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하고 법무법인 충정, 지평에서 근무하였으며, 영국의 Richards Butler(London Office) 교환변호사로 있기도 했다. 이후, 풍력발전 분야 세계 2위 규모의 스페인계 다국적기업 악시오나에너지코리아에서 상무이사로 근무하다가 현재는 개업하여 법률사무소 윤중을 운영하고 있다. 계약법 전문가로서 대학, 기업, 법률신문사 등에서 강의도 하고, 각종 공사기관의 계약심의나 승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같은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셨나요?
어려서부터 UN 인권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소망이 있었지만 언니 오빠도 없고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관련 분야 업무를 하는 어른들도 없어서 특별히 조언을 받기도 어려웠고 정보도 없었어요. 그러다 텔레비전을 보면 변호사들은 외국도 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기에, 사법시험을 합격하면 UN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무지했었어요. 게다가 마침 불문과 시절 난생 처음 들은 민법 강의를 하신 고 이종복 교수님께서 사법시험을 한번 치러보지 않겠느냐 권해주시더군요. 제가 아직 불문과에 재학 중일 때, 두 동생까지 대학생만 셋인 집에서 전업주부인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일곱 식구가 아버지 한 분 수입에 의존해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 퇴직금 축내며 대학을 졸업한 맏딸이 백수 고시생이 되겠다 하니 부모님께서 환영하시기는 어려웠지요. 그냥 막무가내로 법학과에 진학해서 고시공부를 시작했는데, 대학 학비와 수험 비용을 감당하려니 분식점 설거지나 길거리 전단 돌리기 같은 막일부터 학원선생과 통역, 막판에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에 이르기까지 숱한 일들을 전전해야 했어요. 그런데 막상 변호사가 되고 보니 국제기구 진출과 변호사가 그리 가까운 관계는 아니더군요(웃음). 결과적으로 희망과는 거리가 좀 있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때로 일상에서 열정을 잃었다고 느낄 때에, 꿈 한 줌 달랑 쥐고 사법시험에 도전했던 그때를 돌이켜보며 힘을 얻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해요.
▶대형로펌들과 세계적 에너지기업의 임원, 그리고 지금은 개업하셔서 사무실을 운영하시고 계신데요, 원하시는 진로는 모두 경험하신 것 같습니다.
순조롭지만은 않았어요. 저 역시 후배변호사님들께서 겪는 애환을 겪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불문학을 전공한 후 다시 법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사법시험 전부터 이미 나이가 적지 않았지요. 사법시험에 몇 차례 실패한 끝에 포기하고 취업을 결심하기도 했는데, 지원했던 곳에서 ‘나이가 많다’는 불합격이유를 듣고 앞이 캄캄했던 때도 있었어요. 연수원 시절에도 나이 많은 여연수생이 취업은 제대로 할까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UN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었고, 고시생 시절 주한 외국 대사관과 기업에서 통역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으로 영어만은 제법 자신이 있었어요. 덕분에 법무법인 충정에서 해외업무를 배우며 무난한 시작을 할 수 있었지요. 지금도 해외 관련 업무가 주업무이니 그야말로 영어가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지요.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고 사법시험 합격 전에는 해외에서 살아 본 적도, 영어학원 한 번 가 본 적도 없는데, 그래도 국제기구에서 한번 일해 보겠다는 꿈 덕분에 영어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후에도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하기도 했고, 만족스러웠던 직장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나오거나 원치 않는 공백이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변호사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변호사님들도 취업이나 이직 때, 혹은 취업이나 이직을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할 텐데요, 저는 갖은 일을 전전하던 대학시절부터 변호사가 된 후까지 돈벌이에 대한 절박함과 취업으로 인한 고민을 많이 해 봐서 요즘도 가끔 취업에 실패하고 좌절하는 꿈을 꿉니다. 남들은 시험을 다시 치르는 꿈을 꾼다는데(웃음). 그래도 어쨌건 이렇게 굶지 않고 살고 있으니 어쩌면 스스로 대견하다 싶을 때도 있구요,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단단해지고 성숙해져 왔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지난 시간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만약 취업이나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변호사님들이 계시다면, 아무리 힘겨운 순간에도 반드시 배울 것이 있고, 그래서 지나고 돌이켜보면 의미 없는 순간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로펌에서 근무하실 때, 사내변호사이셨을 때, 개업변호사이신 지금의 장점을 비교하신다면 어떤가요?
로펌에서는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고, 전문가로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사내변호사는 거래의 실제를 직접 경험할 수 있구요. 로펌에서는 ‘어떻게 하면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까’를 고민하므로 다소간 개인적인 측면이 있지만, 사내변호사는 항상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므로 단체성이 보다 강조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업변호사는 회사가 아닌 자신만의 브랜드가치를 만들 수 있고, 자유로운 면이 있는 장점이 있지요. 각 순간들이 모두 장단점이 있고 배울 것이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의 임원으로 사내변호사 생활을 하셨는데, 사내변호사 생활을 어떠셨나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페인계 다국적기업인 악시오나사 한국지사에서 General Counsel로 근무했습니다. 악시오나는 호텔, 선박, 에너지, 풍력발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데, 그 중 풍력발전은 생산규모가 세계 2위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상북도 영양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하여 운영하다가 최근 맥쿼리에 매각하였구요. 저는 당시 정부의 중점 지원사업으로 떠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강한 매력을 느껴 실무경험을 쌓고자 악시오나를 택했습니다. 처음 입사하니 ‘고문변호사실’이라고 명판이 붙은 별도 사무실을 주더군요. 처음 몇주간은 거기 혼자 앉아서 가끔 직원들이 들고 오는 서류를 읽어 보고 질문에 답변하거나 스페인 본사의 전화 질의에 응답하고 의견서를 써주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고 싶었던 제 생각과는 거리가 있었지요. 그렇게 고립된 자리에서 혼자 일하니 조직의 일원이 아닌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사에, 조직 내의 직급을 주고 혼자라도 좋으니 법무부서를 만들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발전소 건설 현장도 둘러보고 실태를 파악해야겠다 했습니다. 본사에서는 변호사의 한국어 직급체계를 알지 못하니 한국어 직함은 알아서 제안해 보라 하기에 제가 상무 직함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임직원들에게 저를 변호사라 부르지 말아 달라 하였습니다. 저 스스로도 그냥 회사의 일원이고 조직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였지요. 이후 회사에서 제가 맡은 역할들은 점점 늘어나서 후에는 회사의 대외사업과 일반 업무는 물론 재무와 수입지출, 인사와 노무까지 관여하게 되었고, 법무부 변호사도 3인으로 늘어났습니다. 생소한 분야였던 신재생에너지와 발전소 건설 분야에도 지식과 경험이 늘게 되었구요. 사내변호사로서 기업에서 근무해 본 경험은 이후 개업변호사로서 기업자문을 할 때 의뢰인들과 사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훨씬 넓혀 주었습니다.
악시오나 근무 시절 영양풍력발전소에서
▶변호사님께서는 에너지, 국제거래 분야에 전문성이 있지 않습니까? 전문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후배변호사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초년생 시절에 전문화를 위하여 특별히 노력한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제가 소속된 직장에서 받은 일을 똑바로 하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주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간혹 잘 해내는 일들이 생기고, 어떤 일을 잘 해내면 비슷한 일을 또 하게 되고, 비슷한 일을 몇 번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익숙한 분야가 생기더군요. 고용되어 있는 입장에서 자기가 선택하는 일로 전문성을 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잡다한 것 같은 경험들이 쌓여 전문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처음 들어갔던 로펌에서는 초짜 변호사인 저에게 번역 업무를 상당히 많이 시켰었는데, 때로는 번역일에 며칠 밤을 새우다가 이런 일을 하면서 변호사라 할 수 있나 회의도 품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때 수많은 계약서들을 번역했던 것이 계약에 능숙해진 가장 큰 이유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문 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을 갖기보다는 지금의 일을 해내는 사소한 과정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하는 일을 잘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특정 분야를 공부하거나 경험할 기회도 생기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업변호사로서 기업자문을 주로 하시지 않습니까? 장·단점이 있으신가요?
주로 자문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자문에서 파생되거나 관련된 소송도 당연히 합니다. 또 변호사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공익활동 차원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국선사건도 하고 있습니다. 자문 업무는 주로 단시간에 집약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소송에 비하여 빨리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반면 그 집약도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빈번하고 업무가 없는 때와 있는 때의 기복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요. 또 저처럼 시간당 청구를 하는 자문은 성공보수 없이 오로지 소요한 시간만큼만 보상받으므로, 가끔은 딱 몸이 상하는 만큼 돈을 버는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웃음)
▶영국 Richards Butler(London Office) 교환변호사 시절 영국변호사들을 보면서 배울 점이나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나요?
영국변호사들은 업무집약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업무시간 중 잡담이나 사적인 행위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책상 앞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오로지 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U 노동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근로감독관이 각 사무실을 돌면서 1시간마다 쉬어야 할 시간이라고 주의를 줄 정도이지요. 이렇게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 대신, 퇴근 시간 후에 늦도록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매일 늦게까지 남아 있으면 무능한 변호사 취급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인상적인 것으로는 법률의견서를 구술로 쓰는 것이었습니다. 영국변호사들은 법률서류를 글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기 앞에서 말로 줄줄 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강 이러이러한 취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목부터 각 항목번호, 마지막 날짜까지 일일이 불러 완전한 의견서를 음성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비서들이 그 녹음된 것을 가져다가 그대로 듣고 타이핑하여 서류로 바꾸는 것이지요. 제가 영국에 있을 때 5년차 변호사였었는데, 제 눈 앞에서 말로 의견서를 쓰던 변호사는 7년차였습니다. 얼마나 실력이 쌓여야 저렇게 단번에 말로 의견서를 쓸까, 나는 2년이 흐른다고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반성도 했었지요.
▶변호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얘기지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변호사라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변호사가 아닌 일반 여성이었더라면 직장을 잃거나 이직할 때, 진로가 막막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할 때 훨씬 큰 두려움과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래도 변호사니까 전화기와 실력만 챙기면 굶어죽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었지요.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님들을 위해서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도 두려움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딛던 신입변호사였던 때가 있습니다. 매 연차마다 고민의 내용만 달랐지, 같은 무게로 고민하고 때로는 힘들어하기도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변호사 첫해 자문 업무만 할 때에는 소송을 배우지 못하여 불안했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조급함도 있었고, 뭔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을 현실이 따라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은 조금씩 기회가 생기더군요. 장학금으로 해외에서 공부도 해 보고, 짧으나마 외국의 로펌에서도 지내 보고, 기업의 경영판단에도 관여해 보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되었고, 올해는 부족하나마 실무경험을 반영한 책도 출간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에 충실한 것은 미래에 충실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변호사님들의 건승을 빕니다.
인터뷰/정리 : 이은미 본보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