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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미술] 실크로드를 가다 - 제17편
13. 쿤자랍 고개 -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두 대륙의 분수령 

파수에서 다시 34㎞를 북상하면 중국 국경을 넘기 전 파키스탄의 마지막 마을인 소스트(Sost, 2,760m)에 이른다. 이 마을에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는 카라코람의 마지막 봉우리 키릴로고즈(Kirilogoz, 일명 Jujur Khosa)(도판 86)는 해발 5,463m에 불과하지만 7천 미터급 산에 못지 않게 산세가 웅장하고 날카롭다. 공식이름조차 갖지 못한 6천 미터급 산이 수두룩한 이 나라에서 이 매력 있는 산 하나를 떠다가 한국의 서해바다에 띄어 놓으면, 동아시아 최고봉으로 산악인들의 사랑을 받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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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86 한국으로 떠가고 싶은 키릴로고스봉, 해발 5,463m ⓒ 강명훈, 네이버 블로그

여기서 파키스탄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행 NATCO국제버스를 갈아타고 창고처럼 허름한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한다는 팔자 좋은 이탈리아인 그룹과 독일인, 프랑스인 관광단 등 수백 명의 유럽인 사이에 끼어 세관검사와 출국절차를 마친 다음 다시 87㎞를 더 북상한다. 해발 3,970m 지점에 이르렀을 때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어 길이 막혔다. 공병대의 복구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호텔에서 싸준 도시락을 먹는데 음식이 차갑고 식욕이 없어 잘 먹히지 않는다. 도로 복구가 끝난 뒤 다시 출발하여, 2001. 8. 3. 13:20경 드디어 해발 4,733m의 쿤자랍 고개(Khunjerab Pass, 중국명 ‘총령(蔥嶺)’) 정상에 올라섰다(도판 87). 역사상 수많은 상인, 승려, 여행자,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넘었던 고개다. 고선지와 현장과 혜초가 넘었던 바로 그 고개다. 갑자기 추워져서 윈드재킷을 꺼내 입어도 따뜻하지 않다. 이 고개는 매년 5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만 개방된다. 나머지 기간은 춥고 눈이 많이 와서 폐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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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87 쿤자랍 고개 정상(해발 4,733m), 국경표지석 앞에 서있는 필자 ⓒ 필자

쿤자랍 고개는 인도 아대륙(亞?陸)과 중국의 분수령이다. 파키스탄 쪽의 물은 인더스 강을 따라 아라비아해로 흘러들어가고, 중국 쪽의 물은 야르칸트 강과 카슈가르 강이 되어 흘러내려가 타클라마칸 사막에 의해 삼켜져 버린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는 해발 4천 미터 이상의 고원으로, 여기서 유라시아 대륙의 5대 높은 산맥들, 즉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 쿤룬, 톈산산맥이 뻗어나가므로 그 중심을 파미르의 매듭(Pamir Knot)이라고 부른다. 고개 정상은 좁고 가파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눈 덮인 불모의 광활한 고원이고(도판 88), 그 위로 1982년 개통된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실처럼 한 가닥 지나간다(도판 89). 국경을 가로 지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쇄석(碎石)이 깔린 도로다. 심하게 덜컹거리는 고물 버스 안에서 약간의 고산증세로 복통이 있었는데, 파미르 고원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해우(解憂)를 하고 나니 씻은 듯이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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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88 쿤자랍 고개에서 중국 쪽으로 달리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 강명훈,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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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89 쿤자랍 고개 위를 지나가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 Anthony Maw, 위키피디아 

국경까지 200여 미터는 천천히 걸어서 갔다. 서쪽 면에 ‘PAKISTAN’, 동쪽 면에 ‘中國’이라고 쓴 경계석만 이곳이 국경임을 알려 준다(도판 90). 국경이라고 하지만 지도처럼 선이 그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철조망이나 담장이 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땅 위에 인위적인 상상의 줄을 그어 놓고 목숨을 걸고 싸우며 전쟁도 불사한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두 대륙의 분수령 위에 서니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 한없이 왜소한 나의 존재, 죽기 전에 다시 와서 볼 수 없는 정경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 20분쯤 머물며 코끝이 싸한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으로 폐에 가득 주워 담고 중국 땅으로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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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90 쿤자랍 고개 위,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경 ⓒ Anthony Maw,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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