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을 걷는다.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까지 와서 사람들이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도와 경쟁에 지친 이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걸으며 치유받기 위해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다 빼앗긴 사람들은 재충전을 위해 올레길을 찾는다. 올레길을 걸은 이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게 해 주어 정말 고맙다’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치유 받고 행복해진 덕이란다. 걷는 길은 현대인에게는 정신과 육체를 자신의 두 발로 치유하는 행복한 종합병원인 것이다. ‘백문이불여일보(百聞以不?一步)!’ 설명을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한 번 걸어 보는 것이 더 나으리라.
제주올레를 처음 찾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묻는 말이 ‘어떤 코스가 제일 좋아요?’다. 제주올레 26개 코스마다 다른 색깔과 매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코스를 콕 찍어 추천하기란 쉽지 않다. 언제 누구랑 걷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와랑와랑한 햇살과 솜털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교차하는 여름에는 어떤 코스가 좋을까? 햇살과 바람에 온 몸을 통째로 맡기고 싶다면, 5코스·8코스·14코스·20코스를 꼽을 수 있다. 15km가 넘는 코스를 완주하지 않아도 좋다.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걸을 만큼 걸은 뒤 시원한 바닷물에 풍덩~. 햇빛과 땀에 절은 몸을 바닷물에 던져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햇빛보다는 그늘을, 바다보다는 숲을 더 좋아하는 이라면 제주의 허파라 불리우는 곶자왈을 끼고 도는 코스나 숲이 많은 코스를 걸으면 된다. 2코스나 9코스 또는 14-1코스나 19코스가 대표적이다. 삼림욕을 즐기듯 그늘 안으로 숨어들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제주 올레길의 ‘치명적인’ 매력을 제공하는 제주의 자연이 최근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제주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중국자본을 비롯한 대규모 자본에 의해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있고, 올레길이 지나가는 제주 자연과 제주 마을의 고유성도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주 올레길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든다. 제주의 자연은 제주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인데, 지금 더 많은 황금알을 탐내겠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제주 올레길이 문을 연 지 8년째. 이 길을 내고 유지 관리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금이야말로 다음 10년을 잘 준비해 이 길이 백년천년 갈 수 있는 토대를 닦을 때라고 판단했다. 우선 올레센터를 마련해 길을 내어 준 자연과 제주 마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걷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지역민과 여행자들이 만나서 서로 생산적인 교류를 하고, 세계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제주, 제주올레를 함께 만들어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제주올레만의 힘으로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기에 올레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먼저 ‘담돌간세(제주올레 센터 건립 후원 회원)’가 되어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5년, 10년 뒤에도 제주 올레길을 계속 걷고 싶다면, 제주도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면, 담돌간세가 되는 것은 어떨까.
* 담돌간세가 되는 방법은 제주올레 홈페이지(www.jejuolle.org)에 공지되어 있다.
안은주 사무국장
사단법인 제주올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