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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아프리카의 흑진주, 혼돈의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는 우리 국민에게 축구로 잘 알려져 있지만, 1억 8천만 명의 인구와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대국이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렇지만, 나이지리아 역시 다양한 민족, 문화, 언어를 가진 250개 이상의 부족이 모인 이질적인 구성원들의 집합체이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수많은 내전, 쿠데타, 부족 간의 싸움 및 군부독재를 거쳤고, 1999년 오바산조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07년까지는 독재정권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후임 대통령 역시 같은 인민민주당 소속의 조나단 전 대통령이었지만 부패가 심각하고 최근 유가하락에 따라 국가경제가 침체인 데다 보코하람(Boko-Haram)의 테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 내기는 했지만 신임 부하리 대통령은 과거 군부 쿠데타로 집권했다가 20개월 만에 다시 쿠데타로 축출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나이지리아의 고질적인 부패와 종교 갈등, 테러 문제의 해결과 주 수입원인 원유 가격 폭락으로 더욱 피폐해진 경제상황 개선 등의 과제가 정권교체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이지리아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와 부의 편중, 종교와 경제력의 차이가 만들어 낸 “남북문제”이다. 북부 지역은 자원이 빈약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신봉하지만, 남부 지역은 자원이 풍부하며 기독교 세력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정치는 기독교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으며 경제 중심지는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라고스이다. 수도는 중부 지역에 위치한 아부자(Abuja)이지만 이는 행정 수도에 불과하고, 중동 지역의 IS(Islamic State)에게 충성을 맹세한 보코하람의 근거지도 북동부 보르노(Borno) 지역에 위치한다. 부하리 신임 대통령이 북부지역 이슬람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치 및 경제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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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두바이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8시간이라는 긴 비행을 마치고 나이지리아 국경으로 가까워지는 동안 하늘에서 보는 나이지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라고스 공항에 가까워지자 쓰레기더미와 황폐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은 보수 공사 중으로 질서가 없었고, 입국장을 통과하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다. 그 명성(?)만큼이나, 출장 일정이 가장 힘든 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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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심사 후 세관 직원들 및 공항 경찰들이 외국인이 지나가는 길목을 여러 단계로 막고 서서 "What can you do for Nigeria?"라고 묻는다. 많이 다녀 본 사람은 몇 불 집어주고 나온다. 황열병 주사 확인증에 사인만 있고 도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잡아놓는데, 3시간 동안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지독한 놈을 만났다는 듯 모두 포기하고 내보내 주었지만 전기 면도기를 빼앗길 뻔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Compliance(준법)를 강조하는 것이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필자의 출장 목적은 LG전자가 나이지리아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준법 교육을 실시하고, 법인이나 지점 등 복잡한 legal entity들을 정리하며, 부패가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compliance program을 구축하고자 함에 있었다. 

부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막는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고, 국가 경제를 파탄시킨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뇌물이나 국제 사기로 악명이 높은 나라이다. 대부분의 사기꾼들이 나이지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전세계 전산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부패방지법(Anti-Bribery Law)이나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은 전세계를 실질적인 관할로 하고 있어서 나이지리아에서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뇌물을 썼다가 큰 벌금을 낸 회사들도 적지 않다. 전세계 컴플라이언스의 교과서가 된 지멘스(Siemens) 역시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한국기업이 대형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의 뇌물요구에 골머리를 앓다가 해당 프로젝트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아깝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이니 칭찬받을 일이다. 

현지 대형 로펌과의 미팅을 통해 정세, 경제 및 사업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안정적인 사업을 위한 지원을 약속 받았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방문한 해안가 라군(Lagoon, 석호) 지역의 빈민촌에서 바라본 서민들의 삶은 필자에게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수상 가옥 아래에는 분뇨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혼재해 있는데, 그곳에서 어업 등 생활이 가능한지 의문이고 심지어는 수영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이지리아는 전체 1억 8천만 명 인구 중 70% 정도의 사람들이 절대빈곤 상태에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절대 빈곤자 비율은 이미 3% 이하로 낮아졌지만, 나이지리아는 약 1억 2천만 명이 절대빈곤 상태에 있고, 1억 명 정도가 노숙(지붕이 없는 집에서 잠을 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 로펌과 외국계 정유회사 등이 소재한 빅토리아 아일랜드라는 지역은 별천지였다. 모든 건물이 깨끗하고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으며, 보안이 철저했다. 이곳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변호사와 대화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보통 해가 진 이후에는 야외활동이 극히 불가능하다. 전 세계 파견국가 중 주재원이나 한국 현지 채용인들이 캠프(빌라를 임대해서 회사 전용 숙소로 이용) 생활을 하는 곳은 나이지리아가 유일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의 도움으로 큰 불편 없이 나이지리아 시내와 로펌사무소 등을 돌아다녔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적잖이 겪었다. 고속도로에서 출구를 놓쳤다고 아주 빠른 속도로 후진을 하고 있는 차량을 보고 놀랐는데, 조금 더 가다 보니 도로의 중앙분리대 부근에 홀딱 벗은 채로 멍 하니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보이는 것이다. 화들짝 놀라는 내게 현지 직원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는다.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서아프리카 사람들은 동아프리카 사람들과는 인종이 다르다. 케냐,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비롯한 동아프리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이목구비도 오목조목한 반면, 나이지리아, 앙골라,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사람들을 보면 덩치도 크고 우락부락하다. 그런 이유로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한 서아프리카에서 노예 무역이 활발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속옷 가게 입구 쪽에 서 있던 엉덩이와 가슴의 크기가 보통 마네킹의 두 배 이상 큰 마네킹을 보고 적잖이 놀랐지만 이들의 신체 구조와 미의 기준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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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인사를 하자 내 차를 따라 달려오는 모습 

출장 복귀하는 차량에서 복잡다단한 나이지리아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고민에 잠겼다. 그런데 차량이 잠시 멈춘 동안 길거리에서 앉아 있던 어린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차는 다시 출발했지만 그 아이들이 차를 따라 계속 달려온다. 물론, 구걸을 하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얼굴은 해맑다. 즐겁게 웃으면서, 차량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포기하는 순간까지 웃는다. 그리고 그냥 손을 흔든다. 잘 가라고.

이들은 이미 행복할 수도 있다. 현재에 만족하고 웃으면서 살 수 있는 이들의 눈빛에서 흑나비조개에서 채취된 7색이 빛나는 아름다운 검정색을 띤, 진주 중에서 가장 희소성이 높고 값비싼 흑진주를 연상케 된다. 

2015. 7. 15.

수정됨_서울변협 방문 사진.jpg

김현종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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