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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상념] 30분의 상담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2012년 안철수 교수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윌리엄 깁슨의 말을 인용했다. 로스쿨 3학년이던 나는 ‘새정치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인용자의 의도와 달리, 원작자의 말에서 ‘견(見)의 힘’을 떠올렸다.
그 후 3년간 대한민국에는 새정치와 미래 대신에 세월호와 메르스가 왔다. 깁슨의 말에서 미래를 보지 않은 것이 어쩌면 ‘견의 힘’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변호사 3년차를 맞은 지금의 나는 어떨까? 내가 가진 미래의 소망은 이미 와 있는 걸까? 기회가 늘 함께 있는데 내가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금요일 아침, 구로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있는 의뢰인을 만났다. 좁고 음침한 접견실 안에서 딱 30분의 자유가 허락됐다. 일생일대의 위험에 빠진 스무살 신입생과 열 달째 공익 상담을 나가는 변호사에게 30분이란 같지만 다른 시간이다.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빛의 속도로 전달하니 상대성 이론을 자가 체험했을 것 같다. 

여느 때처럼 시간이 지나고 경찰서 골목을 돌아 나오다 문득 30분의 시간이 나에겐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해 본다. 얘기를 들어 주고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 그것 말고도 어쩌면 나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보석처럼 숨어있는 건 아니었을까? 

사람과 사람이 마주 대하는 짧은 순간에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숨어있다. 서로의 무의식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느끼고 싶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매 순간 극적으로 표현된다. 눈빛과 눈빛을, 호흡과 호흡을, 말과 말을 주고받으며, 오감으로 서로의 기(氣)를 느끼는 과정은 그 자체로 종합예술이다. 

30분의 상담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신뢰의 본질, 관계의 본질을 연구할 수 있다. 매번 같은 상담에서도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매 순간 다른 대화에서도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기회란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거대 담론이나 이념을 멀리서 따라다니기보단, 내가 발 딛고 있는 곳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서, 내가 하는 업에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잊지 않으려고 여기에 남겨 둔다. "기회는 매 순간 지나간다. 단지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150609 조석근변호사 증명사진.jpg

조석근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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