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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동아프리카의 교두보 케냐, 나이로비
커피와 마라톤으로 유명한 나라, 케냐.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야생 동물이 많아 마사이마라와 사파리로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나라이다. 2012년부터 한국의 국적기가 직항노선을 개설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탄자니아와 공유하고 있거나 탄자니아에 있는 킬리만자로, 세렝게티를 케냐의 일부로 생각한다. 탄자니아 수도인 도도마나 제1의 경제 도시인 다르엣살람보다는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서 더 가깝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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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나이로비 국립공원 입구_2013/7/26

동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때에 케냐는 비교적 안전한 데다가, 인구 약 4천 5백만 명의 내수 시장 자체가 큰 국가이다 보니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기 가장 용이했던 나라였다. 지금은 영국의 과거 식민 통치국으로서의 위상 유지, 중국의 아프리카 영토전략화, 미국의 G2 견제를 위한 아프리카 끌어안기 전략으로 아프리카 전 지역이 경쟁지역이 되었고, 남북수단 이슈, 마다가스카르 개발, 아프리카 동안지구 개발 등 관심거리가 많지만, 최근 1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엔환경계획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가장 많이 유치한 동아프리카 대표 국가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잘 살았던 나라지만, 지금은 GNP 800불의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영국으로부터 1963년 독립하여, 대통령제 국가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질은 40여 개가 넘는 부족들의 권력 투쟁으로 정치가 매우 불안정하다. 우리나라 1950~60년대 있었던 부정선거/발췌개헌 등의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고, 2007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 언론을 장악하고 선거결과를 번복함으로써 1500명이 사망하고 6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한 부족 간 유혈사건도 있었다. 2007년 당시 므와이 키바키 전 대통령 당선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케냐 정국은 이전까지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다수 키쿠유족과 소수 부족들 간의 유혈충돌로 비화되었고, 다행히 루오족 출신 라일라 오딩가를 연립정부의 총리로 끌어들이는 타협책을 통해 가까스로 정국을 안정시켰었다. 케냐 건국영웅인 조모 케냐타 초대 대통령의 아들인 현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는 위 유혈사태를 사주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되었으나 2013년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동 기소는 취하되었다. 2013년 나이로비 출장 당시 현지 변호사들과 meeting 하면서 정세에 대해 물으니, 선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또다시 유혈사태가 벌어질까 겁도 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2013년 선거가 무사히 치러지게 되어 다행이다. 

필자는 LG전자 재직 당시 중동아프리카 각 법인이나 지점을 방문하게 되면 법인장을 비롯한 주재원들과 업무협의를 하지만, 항상 한국인 현지 채용인(현채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그들의 불편을 들어주곤 하였다. 한국인 현채인들은 대부분 20대의 청년들이었고, 패기와 열정으로 중동아프리카로 나와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멋쟁이들이다 보니 한국의 청년법조인들이 중동아프리카에서 활동할 날도 머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나이로비에서의 현채인 친구들과의 추억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이로비도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도시이다. 최근 소말리아 난민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무기밀수가 늘었고, ‘나이로버리(nai+robbery)’라는 애칭이 있을 만큼 노상 강도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야간에 나이로비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출장 중 주요 업무를 마치고, 현채인 직원 남자 4명, 여자 3명, 도합 8명이서 나이로비의 한 한국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약간 한적한 곳으로 안내를 받아 가서 보니, 백인과 인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멋진 맥주집(Pub)이 있는 것이 아닌가? 별천지라는 말이 옳았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영국이 돌아가면서 잔류한 백인과 인도에서 징집되어 온 사람들의 2~3세가 경제를 장악하고 있으며, 로펌조차도 흑인보다는 백인이나 인디언이 운영하는 펌이 국제업무를 더 많이 취급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즐거운 분위기 탓이었는지 다음으로 나이로비 시내 호텔에 있는 카지노로 향했다. 목적은 단 하나, 싼 값으로 맥주를 더 마실 수 있다는 한 친구의 허풍(?) 때문이었다. 100불 정도를 칩으로 바꾸어 동행한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1시간도 안 되어 모두 탕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 기준으로 약 2만 원을 잃는 1시간 동안 6잔의 케냐맥주(Tusker)를 마셨으니 그 친구의 말이 허풍은 아니었다. 

카지노를 나오니, 노천 클럽에서 흥겨운 아프리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쿠나 마타타~~” 스테이지도 없고, 음향장비도 허술하지만,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나 노래하는 가수, 간혹 나와서 춤을 추는 춤꾼들 모두 너무 멋있어 보였다. 한국으로 치자면 포장 없는 포장마차에 클럽이 있는 것이었다. 우리도 2개의 플라스틱 테이블을 차지하고 음식과 음료를 시켰다. 술기운을 조금 빌리기는 하였지만 인생에서 이토록 이채로운 경험은 처음이었다. 두바이에서도 가끔 흑인 밴드가 연주하는 맥주집에 가지만, 이들처럼 행복하게 즐기고 나 또한 즐겁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곳에는 외국인들이 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함께 녹아 드는 우리를 본 공연가들도 즐거워했다. 흥에 취해 노래하고 춤추는 공연가들을 바라보는 관객도 즐거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는 지난 5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케냐에서도 안정적 정권교체가 있었고, 최근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나이로비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아프리카 선점전략에 대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원자재와 맞바꿔왔다”고 언급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가치를 드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오바마는 중국의 G2 도전, 아프리가 영토전략 및 자원수탈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뜻을 보였다. 벡텔 등 미국 기업들은 최근 케냐에서 라무 신항만 건설, 케냐-우간다 원유 파이프라인 공사, 나이로비-에티오피아-남수단 철로 연장 등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협상에 참여 중이라고 한다. 2007년 말 케냐 대통령 선거 당시 유혈사태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케냐타 현 대통령이 2013년 대선에 당선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던 미국이 2013년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이후 안보상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우호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고는 하나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에는 아직 이익을 취할 것이 많고, 이를 중국에 내어 줄 수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는 안전했던 케냐가 알샤바브의 테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몇 달 전에 필자는 그 쇼핑몰에서 가족과 지인을 위한 커피나 차 등 선물을 샀던 터라 그 충격은 매우 컸다. 2015년 4월 최근에 소말리아 무장단체인 알샤바브가 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을 공격해 학생 등 최소 148명을 사살했다는 소식을 접해 듣고 또다시 안타까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케냐는 2011년 이후 아프리카연맹의 일원으로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견해 알샤바브와 전투를 벌여 왔다는 점과 2015년 학살이 케냐 정부의 부패, 치안 실패 및 사회 분열을 부추기기 위해 알샤비브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었다는 언론보도를 고려하면, 위 테러사건들의 배경 또한 종교보다는 정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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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로비 시내의 전통시장에서 기념품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뒤에 대법원이 있다.

오바마는 2015년 7월 케냐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방문 당시, “케냐는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 외국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부패를 척결해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쓴소리를 했다. 부족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본받는다면, 한국인의 성실성, 끈기, 뛰어난 머리를 가능케 한 교육이 그 예가 될 것 같다. 유일한 길은 “교육”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본다. 근본적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나라가 바뀐다는 점을 또 배웠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굶주리지 않고,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행복하고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날도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해 본다. 

2015. 8. 15.

수정됨_서울변협 방문 사진.jpg

김현종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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