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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인문학] 속도 -느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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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졌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 속의 빈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 버렸는가?
- 밀란 쿤데라, <느림> 중에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 <느림 Lenteur>에 나오는 18세기의 인물들은 정복욕과 과시욕, 속도의 엑스터시에 몸을 맡긴 채 광란과 욕정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과는 달리 그 열정이 느림에서 생겨난다. 이들은 느림의 지혜와 감속의 기법을 동원하여 자연스럽게 사랑을 최고조로 이끌어 나가며 마음과 몸의 흥분을 연장시켜 나간다. 이들의 사랑에는 여운이 있고 그 자취에는 향기가 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에서 느림은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그 안에서 우리는 행복의 어떤 징표를 찾을 수 있다. 

밀란 쿤데라에 의하면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바름은 망각의 정도에 정비례한다. 신속한 결과와 효율적 일처리만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는 인생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없게 하고 삶의 정체성마저 상실케 한다. 밀란 쿤데라는 속도를 늦추고 한발 물러나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하여 돌아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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