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잘 모르는, 그러나 호기심이 가는. 이번 인터뷰의 전체적인 평이 아닐까 싶다. 이디스커버리(e-discovery)라는 분야는 아직까지는 생소하게 다가온다. 미국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 되면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절차)에 대한 부분을 종종 접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도입의 필요성이 검토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는 아시아 언어에 특화된 이디스커버리 솔루션과 포렌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UBIC의 조용민 대표를 만나 보았다.
[이번 인터뷰에는 조용민 대표를 비롯해 한국유빅의 최혜은 대리, 서울지방변호사회 나지수 공보이사가 동석하였며, 이하 조용민 대표는 '조', 나지수 공보이사를 '나', 임제혁 편집위원을 '임'이라 한다.]
[이디스커버리는 어떻게 새로운 영역이 되는가?]
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너무도 생소한 영역이라 미리 질문지도 준비하지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조: 최 대리로부터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떤 일인지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나: 처음부터 컴퓨터 쪽 전공이 아니셨나요?
조: 네, 아니었습니다. 제 전공을 경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 중에 접하게 된 분야였고, 국내에서도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 아시다시피 국내에서는 디스커버리제도가 없는데도 시장이 보였다는 건가요?
조: 사실 법 전공도 아니어서 배워 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시장만 꼭 시장은 아니거든요. 미국제도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한국기업이면 시장으로 포섭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 하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죠.
조: 그렇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영업을 하다 보면 미국에서 피소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미국 소송절차를 따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임: 당연히 증거개시, 디스커버리 절차에도 응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군요.
조: 네, 그렇게 됩니다.
임: 그런데, 디스커버리라는 것이 소송에서 문제되는 쟁점과 관련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잖아요. 특별히 한국유빅과 같은 이디스커버리 전문 회사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 바로 정보의 양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많은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원본의 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소송과는 무관한 회사기밀정보의 보안을 필요해서죠.
나: 인터뷰 전에 보내 주신 브로셔에 보면 '아시아 언어에 특화된'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그 부분도 하나의 이유가 되나요?
조: 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디스커버리는 기존의 디스커버리제도를 전자적 정보에 적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전자적 정보는 언제나 변형, 조작, 소실 등의 위험을 안고 있고요. 게다가 일단 양이 엄청나요. 거래 하나가 완성되는 데 이메일이 얼마나 오가는지 보면, 그리고 각 이메일이 담고 있는 정보들을 살펴보면, 본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쉽게 발신인, 수신인, 각 수발신 시간, 수발신 위치까지, 정말 종이 한 장에 펜으로 적던 시절하고는 완전히 다르죠. 그런데 영문으로만 된 정보가 아니라면 다른 언어에 특화된 디스커버리 도구가 있어야 되겠죠.
임: 하긴 삼성-애플 정도급의 소송이면 엄청나겠군요. 이디스커버리, 일반적으로 절차 흐름이 어떻게 되나요?
조: 일단 요구하는 정보의 범위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 범위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죠. 수집을 해서 보존을 위한 처리, 프로세스를 거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대상회사의 서버를 저희 회사로 그대로 옮겨오는 거예요. 변형, 변경, 조작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구요. 그리고 이 정보들을 대상으로 리뷰, 분석 등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나: 변호사들이 처리하는 부분이 있군요.
조: 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소송의 내용에 따라 법적으로 유의미한 내용에 대한 리뷰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그 변호사들이 맡아서 진행하는 업무의 양도 상당하죠.
임: 새로운 업무영역이 될 수도 있겠군요.
조: 아닌게 아니라 미국에는 이디스커버리의 문서 리뷰만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도 꽤 있습니다.
임: 시급히 도입할 필요성이 또 하나 있는 거군요.
나: 그렇게 수집과 처리과정을 거친 데이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인가요?
조: 네, 그렇죠. 꼭 법원에만 제출하기 위한 것은 아니기도 해요.
임: 이디스커버리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조: 미국과의 소송에 따라 생기는 시장 외에도 이 제도를 위해 거치는 절차 자체가 만드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사내에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이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죠.
나: 이디스커버리의 과정을 내부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군요.
조: 네, 사실 이디스커버리라는 것이 특정 사안을 위해 필요한 유의미한 자료를 선별,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그런데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정리작업입니다. 기간별, 담당부서별, 프로젝트별, 연관성별로 전부 전자적 정보의 정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임: 꼭 디스커버리제도가 따르는 소송에 응하지 않더라도 필요할 수 있겠군요.
조: 보안을 위한 점하고도 연결이 됩니다.
임: 중요도별로 정리가 가능할 수도 있어서인가요?
조: 네, 사실 뭐가 있는지를 알아야 보안의 필요성도 생기는 겁니다. 무조건 보안을 할 수도 없거든요. 정리를 하고 나면, 보안도 그만큼 쉬워진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어디까지 활용되는가?]
나: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얘기도 오갔었는데요, 디지털 포렌식, 어떻게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조: 쉽게 디지털 증거분석과 증거복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임: 복원이라는 것은 삭제된 파일 등을 되살리는 것을 의미할 것 같은데, 사실 이런 복원은 저도 종종 이용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증거분석은 정확히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나: 복원을 종종 이용해요?
임: 그럼요, 가끔 핸드폰에서 지워진 내용들 빨리 복원시킬 필요가 있을 때가 있어요. 꼭 뭐 간통, 이런 게 아니어도요. 얼마 전에도 체포과정에서 발목이 부러질 정도로 지나치게 취급을 당한 사람이 있었는데, 피해자의 친구가 그걸 다 찍어 둔 거예요. 경찰이 이러시면 안 된다면서 핸드폰 동영상 파일을 지웠대요.
나: 그런데도 제대로, 온전히 복원이 돼요?
조: 네 복원되죠. 그런데 그런 메모리들의 특징은 후속해서 새로운 동영상 파일들이 저장되면 밀려서 복원할 수 있는 부분들마저 사라진다는 거예요. 빨리 복원을 시켜야 한다는 거죠.
임: 결국 그 사건도 이미 너무 늦어서 복원할 수가 없더라고요. 어찌나 안타깝던지.
나: 그렇다면 증거분석은 정확히 어떤 분야를 의미하는 건가요?
조: 사실 증거분석은, 복원을 포함해서 증거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고 나아가 검색기록, 레지스트리 분석, USB 사용흔적 등 데이터의 이동경로까지 파악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임: 결국 전자정보의 일거수일투족이 현출된다는 건데, 이런 증거분석도 꼭 사건이 터져서가 아니라 내부 감시용으로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한 것 아닌가요?
나: 아닌 게 아니라 요즘 큰 기업체들은 고용계약서에 회사의 서버를 통해 저장되거나 오가는 개인정보에 대하여 회사가 해당 개인에게 그 열람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 네, 그래서 이런 부분은 학회 같은 데에서도 많이 논의되는 주제예요. 사실 그 동의를 통해 회사는 회사의 서버를 통해 오가는 개인정보에 대한 사실상 자유로운 억세스가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이때 억세스를 한다는 게 그냥 어항 들여다보듯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아니라, 주로 특정 키워드 등을 통한 감시가 가능해지는 거예요.
임: 가령, 횡령, 배임 뭐 이런 류의 범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조: 그런 경우 외에도 성희롱, 성추행 등의 위험을 감지하는 것도 가능해요.
나: 그런 건 아주 바람직하네요.
임: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조: 가령 사내 메일링 시스템에서 오가는 메일 중에 "어제밤"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설정해 두면, 그런 이메일들이나 대화는 필터링이 돼요. 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로 걸러내는 거죠.
임: 그럼 그런 '어제밤'이라는 용어를 자주쓰는 사람은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건가요?
조: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고객사의 경영과 관련되는 부분이라 저희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어쨌건 정보제공의 동의로 그런 범위의 감독까지도 가능은 하다는 거죠.
임: 그렇다면 그런 필터링의 단서가 되는 키워드들은 누가 설정하는거죠? 설정이 주관적이면, 일종의 "주관에 따른 사냥"이 가능해질 수도 있지 않나요?
조: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기법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그렇게 주관이 개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 그런데 사실 통계라는 것도 분석 기법에 따라 얼마든지 주관적으로 편향된 결과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요.
조: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아요. "반체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은 체제를 규정하는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성범죄의 위험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은 성범죄의 발생빈도라는 객관적 지표랑 연관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의 개입이라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죠.
임: 아마 이런 관련 내용의 토론회에 가면 저는 그래도 개인정보의 활용이 그런 분석틀에 의한 경향파악까지는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쪽에 설 것 같아요.
[인공지능과 정보의 동일성]
임: 아마 조 대표님께서 하시는 업무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인공지능 가능한가요?
나: 임 변호사님의 영화취향이 나오겠군요.
임: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아까도 위험인자를 선택해 내는 것, 최근에 개봉했던 캡틴 아메리카에서도 나온 얘기고요. 아무튼 인공지능, 워낙 많이 나오는 얘기고, 사실 인공지능이 가능하면 제가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들도 확 맡겨 버리고 싶은 생각도 많이 드니까요.
조: 사실 저희 회사에서 증거분석을 할 때 사용하는 도구, 우리 쪽에서는 툴(tool)이라고 많이 하는데요, 그 툴들은 인공지능에 많이 기초하고 있습니다.
나: 인공지능, 어디까지 업무를 맡길 수 있는 건가요?
조: 인공지능의 바탕은 정보입니다. 툴에 많은 패턴, 정보를 주입하는 거죠. 일종의 학습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학습된 결과를 바탕으로 중요한 내용을 찾아내고, 스스로 분류를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일일이 분석해야 될 것을 정보처리장치한테 맡기는 거죠.
나: 결과물은 흡족하게 나오는 편인가요?
조: 만족이라는 것은 결국 클라이언트가 내리는 평인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특히 동양언어권에 특화된 분석툴이다 보니 아무래도 미국 등에서 개발된 툴보다는 더 정교할 수밖에 없죠.
임: 이렇게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정보를 일단 수령을 해야 되잖아요. 수령한 정보와 원본 정보와의 동일성은 어떻게 보장되는 건가요?
조: 아닌게 아니라 이 부분이 수사 및 소송 과정에서 제일 민감하게 다루어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쉽게 이 부분을 푸는 유일한 방법은 저희가 고객으로부터 정보를 원본 그대로 가지고 오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클러스터 하나까지 변동이 안 생기게 말이죠. 어떻게 보면 기술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이디스커버리나 디지털 포렌식이 가능하기 위한 기본 철학이기도 합니다.
나: 결국 이 부분은 전제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군요.
조: 네, 원본과의 동일성에 흠결이 있다면, 모든 업무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데이터를 옮겨오는 작업도 단순히 외장하드 하나 들고가서 "긁어오는" 그런 작업은 아니죠.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임: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에 이디스커버리가 도입되지 않았고, 분석툴을 사용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검색하고 때로는 위험을 감지하는 모든 절차가 아직은 생소합니다. 그런데 흐름을 보면 우리도 도입과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나: 네, 지난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에서 이 논의를 한 적도 있었고, 지금도 그 도입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키려고 노력 중인데, 아직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 거죠.
조: 결국 친숙해지는 과정부터 필요하겠군요. 사실 요즘 들어서는 변호사님들로부터 일단 제일 실무적으로 많이 사용할 만한 디지털 포렌식, 특히 핸드폰 이나 전자정보기기에 대한 복원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습니다.
임: 저도 다른 업체긴 했지만, 소송 수행을 하면서 알아봤던 것 같아요.
조: 아니 저희를 빼고….(웃음) 그 부분에서 모든 것이 이어진다는 느낌은 받으셨을 거예요. 정보를 복원하게 되면, 그리고 그것이 단편적인 정보가 아니라 그 양이 상당하다면 분석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고요, 분석을 하게 되면 분석결과를 원하는 형태로 현출시켜서 제출을 해야 됩니다.
나: 결국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될 수도 있고, 공급자가 될 여지도 있는 거군요.
조: 네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아무리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분석의 결과물을 리뷰하고 정리하는 데에는 변호사의 손길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정보의 양이 많아지는 사회가 될수록 정보의 편중이라는 것이 더 크게 생기거든요.
임: 아닌 게 아니라 개인을 대리해서 병원을 상대로 하는 소송들이 있는데, 증거자료의 편중은 일종의 넘사벽,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나: 정말로 의무적으로 증거를 개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가 필요하죠.
조: 그런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추이를 따라가고 정보에 대한 관심과 분석력이 생기면 또 하나의 거대한 업무영역이 생기는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후기
저녁을 먹으면서 오간 얘기는 이보다 많았다. 아직은 '정보처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여 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최대한 쉬운 용어들과 비유들로 이디스커버리와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입문을 도와준 한국유빅 조용민 대표와 인터뷰 과정 내내 도움을 준 최혜은 대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