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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로스쿨은 로스쿨이다
학생에게서 메일이 왔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울음을 터뜨리던 울보 여학생이다. 학업우수자에게 주는 전액장학금을 받기에 약간 모자라는 성적이라고 걱정하였다. 어려운 형편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들어 보니 상황이 심각하였다. 장학금 사정(査定)을 책임지는 동료에게 면담내용을 전했다. 수일 후, 전액장학금 지급을 결정하였다는 통지를 받았다. 지난주에 서초동에서 점심을 같이 먹은 이대 로스쿨 출신의 젊은 변호사는 3년 동안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근로장학금 명목으로 생활비까지 지원받았다고 하였다. 맑고 꿋꿋한 정신으로 변협이 지원하는 청년변호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에까지 선발되었으니 그에게 로스쿨은 희망의 사다리였음에 틀림없다. 지도학생 중에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도 있다. 전혀 무관한 전공이라 따라가기 많이 힘들 텐데도 씩씩하게 버티고 있고, 답안도 좋아 채점을 하면서 절로 마음이 넉넉해졌다. 이것이 2015년 대학민국 로스쿨의 실상이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두고 때늦은 논쟁이 진행 중이다. 로스쿨을 도입한 지 7년이 흘렀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6천 명에 이르는 현재, 오래전에 사법시험 일몰제를 예고하여 사법시험 문 닫을 날이 눈앞에 와 있는 지금 과연 진정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자원이 얼마나 있을지는 정말 의문이다. 논란의 가운데에 변호사 단체장 선거가 있다는 점은 더욱 코믹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머리카락 힘주고 제멋대로 떠드는 자가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선거’ 제도는 인류에게 색다른 고민거리이지 싶다. 

로스쿨법은 어물쩍 국회를 통과하였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으로 늘여 놓고 그것도 여러 해를 시행하였으나 모두들 로스쿨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1,000명 연수생 중에는 각종 전공자들이 넘쳤고 분위기는 날로 발랄하여졌다고 안다. 사법연수원이야말로 가장 수준 높은 로스쿨이라는 자찬도 그럴 듯하였다. 그런데, 어물쩍 로스쿨법을 통과시키면서 단호히 해결하였어야 하는 숙제마저 놓쳤다. 법조 유사직역의 맹목적인 확대를 입법으로 막고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이 유사법조까지 아우른다는 당연한 전제를 너무 쉽게 건너뛰었다. 로스쿨 필수론자들은, 로스쿨이야말로 다양한 전공의 청년들을 변호사로 육성하여 우리 법조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제도라고 나팔을 불었다. 실제로 로스쿨은 국가제도의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정부는 제도 변화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변호사단체가 요구하였어야 한다. 변호사단체도 판판이 놀고만 있었다. 

현실적으로 유사직역 종사자들이 느끼는 불안을 이해하여야 했다. 그들 중에는 법조인이 무관심하였던 분야에서 진력하며 국가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발휘한 이들도 많다. 따라서 그들이 이미 이룬 성과는 충분히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새롭게 유사직역 진입을 준비하는 이들도 배려하였어야 했다. 변리사 시험을 채점하는 어느 로스쿨 교수는, 공대 출신 응시자들이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는 수준이 놀랍다고 혀를 둘렀다. 그렇다면 변리사 시험에도 일몰제를 도입하고 그 후에는 모두가 로스쿨을 거쳐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도록 유도하였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사태는 거꾸로 치달았다. 

1995년 이른바 세계화 추진위원회가 로스쿨을 공론화하자 전국의 법과대학 교수들은 로스쿨만이 살길이라고 용렬하게 일어났었다. 법과대학 교수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달라는 궁상맞은 주장도 슬쩍슬쩍 고개를 들었었다. 새삼스레 사법시험을 존치하여야 한다는 법과대학 교수들의 주장에서, 그때 그 시절 로스쿨 도입에 목숨이라도 걸 것 같았던 전국 법과대학 교수 양반들의 열렬하던 얼굴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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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기 교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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