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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바이칼 여행기
변호사들뿐 아니라 그 부인들과 여직원들 및 고객들까지 함께하여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하고 여유로웠으며 감사의 의미까지 큰 여행이 되었던 그곳. 
바이칼에 인접한 부랴트(Buryat)족이 우리와 비슷한 외모, 풍습, 설화, 샤머니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고, 먼 옛날 코리(Khori)로 이주해 갔다는 전설이 있어 일부 학자가 한민족의 진원지라고 주장하는 그곳.
우리 선조들이 굶주림과 일제 식민지 학정을 피해 연해주로, 그리고 시베리아로 유랑하며 러시아 국적 취득을 위해 4천여 명이나 러시아 군인이 되어 1차대전에 참전했다는 민족수난의 역사가 있는 그곳.
1930년대 춘원 이광수 선생이 요즘의 막장 드라마처럼 여학교 교장 최석과 수양딸 남정임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묘사한, 통속소설 ‘유정’의 배경이 되었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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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이는 세계 7위지만 최대 수심 1,637미터로 전 세계 민물의 1/5을 담고 있어 담수량은 세계 최대이고, 세계 유일의 민물 바다표범까지 서식하고 있어 시베리아의 오지에 숨어 있는 바다 같은 그곳.
336개의 강에서 물이 흘러 들어오고 오로지 물이 흘러나가는 곳은 예니세이강에 합류되어 북극해로 흘러가는 앙가라강뿐이지만, 자정능력이 뛰어나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남아 있는 그곳.
336명의 아들과 절세 미녀 외딸 앙가라를 둔 바이칼이 자신이 정한 사윗감 이루쿠트를 거절하고 바다구경을 시켜 주겠다는 예니세이에게 빠져 야반도주하는 앙가라에게 돌을 던져 절명시켰다는 전설이 있는 그곳. 
아침에 호텔에서 잠을 깨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호수라는 생각이 들다가, 저 멀리 수평선과 그 너머 산의 윤곽이 아스라한 것을 보면 바다라는 생각이 들던 그곳. 
울창한 적송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걷는 호숫가 트래킹은 사건 스트레스에 찌든 우리의 내장기를 정화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어 금년 후반기에도 씩씩하게 싸워 나갈 힘을 주었던 그곳.
너무나 맑고 투명해 물 밑 아래 42m까지 훤히 들여다 보인다는 호숫물에 발을 담그면 얼음장같이 차가운 기운이 다리로, 몸통으로, 머리까지 치솟아 온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던 그곳.
호수 안에 있는 26개 섬 중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알혼섬은 부랴트 민족의 고향이어서, 알혼섬 - 바이칼 - 부랴트 - 몽골계 - 한민족으로 연결되어 부쩍 뜻 있는 한국인의 방문이 많아진 그곳.
알혼섬의 거친 비포장도로를 차를 타고 가면서, 중국이라면 국제적 관광지인 섬 안의 간선도로는 포장했을 것이고, 한국이라면 빤히 보이는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를 건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던 그곳.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알혼섬의 초원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걸으면서 초원에 이리저리 나 있는 자동차 바큇자국을 보고, 불현듯 서산대사의 시 중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이 떠오르던 그곳.
징기스칸이 죽어 묻혔다는 알혼섬 안, 기가 세 샤먼의식이 행해지며 육당 선생이 주장한 불함문화론의 근거가 되었다는 부르한바위 앞에서도, 기가 막혔는지 빠졌는지 도통 기가 느껴지지 않던 그곳.
 
마루타로 잘 알려진 731부대가 속한 일본 관동군 64만 포로가 시베리아에서 강제노역을 하며 건설한 도로 옆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자작나무와 적송이 혼재된 삼림이 끝없이 펼쳐지던 그곳.
국제법상 전쟁포로는 종전 후 본국송환이 원칙이나 관동군 포로는 3년간 시베리아 개발에 동원되었고 그 중에 조선인이 만 명이나 되었는데, 상당수가 영양실조와 혹한으로 죽어간 아픈 역사가 있는 그곳. 
고교시절에 이육사 선생의 ‘광야(曠野)’를 배우면서 도무지 광야가 어떤 곳인지 실감되지 않았는데, 비로소 시베리아 허허벌판의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그 궁금증이 해소된 그곳.
거의 5분 간격으로 50량 이상의 화차를 달고 교행하는 수많은 시베리아 횡단 화물열차를 보면서 러시아의 힘과 시베리아의 기지개를 느낄 수 있었던 그곳.
 
1825년 서구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한 데카브리스트들의 군주제?농노제 폐지를 기치로 내건 혁명이 실패하고, 이들 중 120여 명이 30년간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을 한 후 사면되어 서구 문화를 전파했던 그곳.
데카브리스트의 부인 11명은 귀족 신분과 재산을 버리고 6개월이나 걸려 뻬쩨르부르크에서 시베리아 유형지까지 남편을 찾아가 족쇄 찬 그 발에 입맞추며 옥바라지를 했다는 순애보가 전해지는 그곳.
제정러시아의 해군 제독으로 10월혁명 후 시베리아에서 백군을 지휘하며 적군과 싸웠으나 결국 패배하여 앙가라 강가에서 총살당한 콜자크의 동상이 버젓이 서 있어, 소비에트가 아닌 러시아임을 실감한 그곳.
이루쿠츠크 주 정부 청사 뒤에 2차대전 참전 이루쿠츠크 출신 전사자 5만 명의 영혼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이 있는데 그 앞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설명을 들으며, 이들의 호국정신이 부러웠던 그곳.
한국에서 폐차된 시내버스가 이루쿠츠크 시내버스로 둔갑해 도색도 되지 않은 채 운행되는 것을 보며 황당함과 아울러 이상한 자부심이 느껴지던 그곳.
 
러시아 정교회 앞에서 동생들과 학용품 값이라도 마련할 요량으로 직접 만든 인형을 팔던 소녀의 착한 모습과 간이역에서 소소한 기념품을 파는 엄마 옆에서 쳐다보던 소년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정겹던 그곳.
흔히 자작나무, 보드카, 처녀를 신이 러시아에 내린 세 가지 선물이라 하지만, 자작나무 껍질의 희고 고운 피부와 투명한 보드카 빛깔의 얼굴을 한 처녀가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 그곳.
러시아 전통 사우나 반야에서는 물에 적신 자작나무 잎사귀로 몸을 두드리며 땀과 노폐물을 빼내는데, 누군가 사타구니 부근을 두드리면서 “주마가편(走馬加鞭)”을 외쳐 웃음바다가 되었던 그곳. 
캠프파이어에서 직접 작사한 바이칼 노래를 부른 조 대표님의 치밀한 준비성과 민속 공연하는 러시아 할머니들도 매료시킨 김 대표님의 신명난 흥이 우리 법인의 추진력이 아닐까 생각했던 그곳.
이루쿠츠크 총영사가 관저에서 베푼 풍성한 만찬, 걸쭉한 유머, 아이스골프에서 롱기스트가 되었다는 색다른 화제가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여 더욱 즐거웠던 그곳.
어느덧 광복 70주년, 이제는 시베리아의 아픈 민족수난사를 뒤로 하고 시베리아의 무궁무진한 천연자원과 횡단열차를 민족의 번영 및 통일의 동력으로 활용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 그곳.
영어 알파벳을 공중에 뿌려 뒤죽박죽이 된 듯한 러시아 알파벳이지만, 스바시바는 우리 귀에도 친숙하게 들리던 그곳.
 
바이칼(Baikal)에 다녀왔습니다. 스바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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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양 변호사
군법무관임용고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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