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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Don`t worry. I`ll do my best!
본 변호사는 지난 9월 수단 출신 난민 A씨를 대리하여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출입국관리소의 난민 불인정처분이 위법하다는 1심판결 선고를 받았다. 지금 이 사건은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의 난민재판

대외적으로만 본다면 대한민국은 난민과 관련하여 선진국으로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1992년에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하였고, 2013년 7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유엔난민기구 역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일본만을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선진국이라는 의미의 난민 수용국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만 살펴본다면 대한민국의 국격이 세계 속에 쭉쭉 뻗어 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1994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총 1만 2천 명을 넘어섰으나,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4.3%인 522명에 불과한 현실을 보면 난민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로서 참담하기만 하다. 진정한 난민이 아닌 사람들만 대한민국에 난민인정신청을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이처럼 낮은 인정률이 나오는 것을 살펴보면 세상에 어렵지 않은 소송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난민(Refugee) 불인정처분 취소소송만큼 승소하기 어려운 소송도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의 사진이 지구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그로 인하여 난민 인정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기란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난민사건의 특수성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의 대략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외국인이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난민인정에 관한 신청을 하여 출입국관리사무소장으로부터 난민 불인정통지를 받게 되면, 그 외국인은 이에 대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의신청마저 기각결정을 받게 되면 그 외국인은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경우 대부분 소송구조제도에 따라 각 변호사에게 사건이 배분되고, 본 변호사도 소송구조를 통하여 난민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난민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민불인정처분 취소소송의 절차가 일반적인 소송절차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언어적 장벽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엄청난 난이도의 소송으로 변모해 버린다. 이러한 언어적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로 의뢰인의 언어구사능력이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난민의 인정을 위해서 먼저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을 것을 요구하는데, 의뢰인이 언어구사능력이 부족한 경우 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난민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난민면접과정과 면접조서검토과정 등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의뢰인들이 질문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난민인정에 있어 중요한 부분의 진술을 쉽게 번복하곤 한다. 그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일관성’과 ‘설득력’에 있어서 많은 감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나 자신, 즉, 변호사의 언어구사능력에 있다. 사실 처음 난민사건을 받고 오랜만에 기초적인 영어단어를 구사하면서 바디 랭귀지에 기반해 의사소통을 하였던 첫 사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정신 없이 이어진 상담 이후에 나도 모르게 마지막에 튀어나온 “돈 워리.. 아 윌... 두 마이 베스트!”라는 어눌한 발음의 말에 옆에 있던 변호사들은 실소를 머금었지만 의뢰인이 좋아하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소송과 자문으로 인해 계속 바쁜 중에 있더라도 반드시 몇 번 정도는 의뢰인을 직접 만나고 의견을 물어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송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러한 진실을 찾기 위해서 꾸준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지만 수많은 난민사건들을 접해온 지금까지도 의뢰인과의 상담은 쉽지 않다. 아무리 외국어 공부를 한다고 한들 의뢰인 국가의 언어 모두를 내가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나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하더라도 언어적인 미세한 차이까지는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세 번째로 자료수집에서의 언어적 문제가 발생한다. 난민 불인정처분의 취소를 위해서는 의뢰인 국가의 국제정세에 대한 설명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증빙자료들은 거의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 자체도 쉽지 않고, 이를 번역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정세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한 명의 변호사가 하기보다는 여러 변호사들이 Googling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DB화 한다면 보다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우리 법인에서는 비록 소형 법인이지만 네 명의 변호사를 난민담당팀으로 분류하여 함께 국가정세를 검색하여 Database화 하는 작업을 실시 중이다. 이번 난민사건에서 승소하게 된 계기도 함께 일해 준 난민구조팀원 변호사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남용적 난민의 문제

지인 중에 한 명이 내게 그동안 난민사건 여러 건을 담당해 봤으니 가짜 난민, 진짜 난민을 구별해 낼 수 있는지 물어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진정한 의미의 난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 좀 더 머무르고 싶어 하는 외국인인 경우까지 난민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할 것인지 물어 보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난민사건과 관련하여 내가 변호사로서 한 노력이 난민이 아닌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하는 실수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형사법에서 아홉 명의 도둑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이 있지만, 난민사건을 담당하면서 내가 절실하게 느낀 것은 아홉 명의 남용적 난민을 난민으로 인정받게 하더라도, 진정 도움이 필요한 한 명의 난민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난민인정이라는 지위는 당사자에게는 생명, 신체의 위험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적 신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나는 의뢰인이 남용적 난민이든 진정한 난민이든 간에 의뢰인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자기 스스로 필터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인용해 줄 것인지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하면 되는 것 같다. 

난민(難民) 사건은 정말 어려운(難) 사건이지만, 사람(民)을 살리는 일이기에 난민 불인정처분의 취소를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변호사로서의 깊은 보람과 환희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기에 오늘도 나는 또 다른 난민을 기다리며 이렇게 외쳐 본다. “Don`t worry. I‘ll do my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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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환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1회
법무법인 폴라리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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