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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시] 창덕궁(昌德宮)
창덕궁(昌德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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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民 박철언 
변호사, 시인

해와 구름이 숨바꼭질 하는
바람 한 점 없는 답답한 날에도
북악산 줄기 응봉산 자락에
편안히 앉아있는 창덕궁
임진왜란으로 소실되고
일제(日帝)강점기에 훼손 되기도 했지만
동쪽으로 창경궁과 맞닿아있는
그래도 원형이 잘 보존된 조선시대 궁궐

가만이 눈을 감았다 뜨니
오봉(五峰)이, 일월(日月)이 선명하고
넓은 돌바닥에 새긴 대신들의 서열
정삼품 자리 언저리엔
천막을 치던 쇠고리도 보이는데
갑자기 피바람이 분다
음모, 원한, 분노와 증오가 진동하고
권력투쟁의 광란에 숨이 막힌다
절망과 죽음이 엄습한다

무거운 발걸음 조심스럽게 옮기면
우거진 숲속에 펼쳐지는 창덕궁 후원(後苑)
십만 평에 이르는 왕실의 휴양공간
부용지(芙蓉池)와 주합루(宙合樓), 여러 개 정자들에서
여인들의 짙은향기, 구수한 음식냄새
애기 울음소리, 책 읽는 소리, 가야금 소리
창살의 정교함, 담에 붙은 화계(花界), 굴뚝에 새긴 조각들
안식과 감동이 강물처럼 흘러 내린다   

임금님이 거닐던 돌계단에는
백성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새겨져있고
왕자의 독서당에도
“검소하라” “겸손하라”고 써 놓았다
왕이 신하에게 주연을 베풀고 함께 낚시를 즐기던
정자 부용정(芙容亭)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여러사람과 어울려 살다가
하늘의 뜻을 따라 떠난다”라고
온몸으로 말한다

창덕궁에 살던 사람
드나들던 이들
그들의 불타는 야심도
들끓던 권력욕, 부귀영화 모두
허무 속으로 사라져 갔지만
아직도 살아 숨쉬며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고귀한 예술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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