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이란 무대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당사자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이러한 주인공들과 달리, 그 자신은 결코 빛나지 않지만 무대를 만들고 조명을 비추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있다. 법정이란 무대의 진행이 가능하도록 묵묵히 재판을 준비하는 법원공무원들이다. 한편, 이들은 한 걸음 떨어져서 사건의 진행을 지켜보는 가장 객관적인 평가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를 만난 것은 대학원 강의를 통해서였다. 저자는 낮에는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학문적인 목마름 때문에 밤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특수대학원인 법무대학원을 다니며 주경야독하고 있다. 열 개라도 부족한 몸일진대 늘 강의실 맨 앞에 앉아서 집중하는 저자의 모습에 오히려 강의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배울 정도였다.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생활법률 서적 등을 저술한 작가이자, 인터넷신문과 각종 언론에 법률에 관한 이야기를 게재하는 법조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기성 언론에서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는 판결 분석이나 사법개혁에 대한 글을 주로 쓰고 있으며, 어려운 법을 생생한 사례들 속에 녹여내 설명하는 글과 강연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KTX 여승무원 복직 요구 소송판결’과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 판결’ 등 최근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판결들을 엄선한 후 “같은 사건이거나 비슷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판결이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도대체 ‘법에 따른 판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라고 하면서, “보통 사람의 상식이나 법감정으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두 판결을 서로 대립시켜 보거나, 해당 사안을 관통하고 있는 법리가 보다 도드라지게끔 두 판결을 대비시키는 방식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책을 읽으면서 판결의 쟁점이 확실히 부각되어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한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단순한 판례의 소개가 아니라 해당 판결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인 시각에 기초한 비평 역시 많은 부분 공감이 된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일반 국민이 판결과 법률을 다소나마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책이지만, 판결을 만들어 내는 판사나 변호사 등 법조인들도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게 만든다. 최신 판결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으신 변호사님들에게 감히 일독을 권한다.
이찬희 변호사
사법시험 제40회(연수원 30기)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외래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