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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음악] '제제'에 대한 제재(制裁)
J.M. 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국내에서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고, 소아성애(pedophilia)가 SNS 등을 통하여 젊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적도 없었다. 최근 인디뮤지션 장기하의 열애설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가수 아이유가 야심차게 발표한 신곡 ‘제제’의 논란 덕분이다. ‘제제’의 노래 가사, 그리고 또 다른 신곡 ‘스물셋’의 뮤직비디오에 소아성애의 콘셉트가 포함되었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시작되더니 발표 이틀 만에 해당 음원의 폐기를 요청하는 서명운동까지 번졌던 것이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는 까닭에 출판사까지 비난전에 가세하면서 흙탕물 싸움이 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아이유 옹호파들과 로리타 마케팅을 근절되어야 한다는 아이유 비판세력의 찬반싸움이 SNS를 도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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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아이유는 팬미팅에서 “‘제제’는 소설 속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의 관점에서 만들었고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캐릭터만 봤을 때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 있고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작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기가수가 어린 아이에게 ‘섹시’라는 단어까지 동원해가면서 소아성애를 미화한다는 비난 여론은 쉽게 누그러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결국 아이유는 “맹세코 어린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자신의 노래를 듣고 불쾌했거나 상처받은 이들에게 죄송하며,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이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심지어, ‘스물셋’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한 룸펜스 감독까지 소아성애 논란을 일축하며 자신의 작업과정에 대해 세세히 공개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제제’를 과연 제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의 와중에 출판사 동녁은 이러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한 덕분에 어부지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문제 제기 전 일주일 동안 168위에서 순위(1000위) 밖을 오가던 이 출판사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온라인 서점 판매 순위는 10위권까지 수직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사 동녘은 ‘제제’에 대한 아이유의 해석이 부적절하고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글에서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던 것이다. 심지어, 동녘은 ‘챗셔’ 음반 자켓에 있는 ‘제제’ 캐릭터와 관련해서도 제제에게 망사스타킹을 신기고 핀업걸(Pin-up Girl) 자세를 취하게 했다는 이유에서 “핀업걸은 굉장히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진중권 등 논객들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죠.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게다가 망사스타킹이 어쩌구 자세가 어쩌구... 글의 수준이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어휴, 포르노 좀 적당히 보세요”라고 꼬집은 것을 비롯하여 윤종신 등의 예술인은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 끊임없이 표현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하는 음악인들도 소아성애 또는 미성년자와의 부적절한 성관계 스캔들의 덫에 걸려야했다. 표현의 자유에 그토록 관대하다는 미국, 영국에서조차 아동 포르노 및 미성년자 성관계행위(sex with under-aged)에 대해서는 몇배 더 철저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The Who’의 기타리스트 Pete Townshend는 아동 포르노물을 즐겨서 감상하였다는 이유로 2000년대 초반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었으며, 수많은 여성팬들에게 든든한 애인으로 곁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만 같던 미성의 소유자 Cliff Richard도 2014년에 10대 소년과의 섹스 스캔들로 추문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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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소아성애로 커다란 오점을 남겼던 뮤지션은 금세기 최고의 인기스타 마이클 잭슨이 아닐까 싶다. 그는 수십년간 쌓아온 ‘King of Pop’의 명성을 child molester 혐의 때문에 수년간 재판을 겪어오면서 한순간에 날려보냈고, 그가 저 세상으로 가던 2009년도까지 그의 발목을 잡았었다. 어느 스포츠경기장에서나 항상 울려퍼지는 찬가 ‘Rock'n Roll (part2)’로 유명한 영국의 락뮤지션 Gary Glitter, R&B 소울의 전설 R.Kelly 등도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때문에 수많은 팬들이 등돌렸던 아픔이 있다. 우리나라도 인기댄스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 문차일드(MC the Max)의 리드보컬 이수 등이 미성년자 성관계 때문에 쇠고랑을 차거나, 연예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아이유의 ‘제제’ 논란에서 지켜보듯이, 표현의 자유도 실정법이라는 한계에서 무척 조심스럽게 접근할 영역이며, 청소년에게 쉽게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라면 더욱 더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재경 변호사
사법시험 제35회(연수원 25기)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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