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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보험계약에 우리나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보험계약에 우리나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지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2다118846(본소), 2012다118853(반소) 판결-

Ⅰ. 사건 개요

원양어선 선단을 운영하는 I실업 주식회사(이하 ‘선주’)가 M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보험자’)와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① 준거법은 영국법, ② 인도양 특정 해역 안에서 발생한 사고만 보험사고로 인정한다는 항해구역 담보특약(영국법상의 Warranty)이 보험약관에 포함되었고, ③ 운항, 항해구역, 출항일자 등에 관한 담보 위반이 있을 경우 이를 인지한 즉시 보험자에게 통보하고 추가보험료를 납부해야 담보가 계속될 수 있었다. 
한편 보험계약 체결 후 선주 소유 원양어선들이 애초 정한 항해구역을 벗어나 조업을 하게 되자 선주와 보험자는 항해구역 확장에 합의하였다. 그런데 합의 기간 종료일 바로 다음 날인 2010 12. 13. 당초 이 사건 선박보험계약에서 정한 항해구역을 벗어난 태평양 남빙양 남위 53°지점에서 선주의 냉동화물 운반선 1척(이하 ‘이 사건 선박’)이 침몰하였다.
이에 선주가 보험사고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자는 선주가 항해구역 담보특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선주에 대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본소인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 모두 ‘보험자가 선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선주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

1. 요지
대법원은, ①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선주와 보험자의 합의는 유효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 영국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된다고 전제한 후, ② 영국법에 의하면 항해구역을 벗어나 항해한 것은 이른바 워런티 위반으로서 우리나라 상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달리 선주의 계약 위반 사실의 중대성 및 보험사고 발생과의 인과관계 등을 따질 필요 없이 보험자가 면책되고, ③ 해당 사건 사안의 경우 영국법이 전면 적용되어 우리나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보험자가 선주에게 조업수역 조건의 내용 및 워런티의 효력 등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약관규제법상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며, ④ 묵시적합의 또는 관행에 의하여 조업해역이 확장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⑤ 결국 이 사건의 경우 보험자가 선주에 대하여 보험금지급 채무를 지지 않는다고 보아 선주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해상보험계약에 있어 영국법 준거법 약정의 유효성
실무상 거의 모든 해상보험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보험회사와 우리나라 선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판결을 통하여“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 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 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다고 보아 해상보험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영국법 준거법 약정의 효력을 인정해 왔다. 이러한 입장이 이 사건 판결을 통하여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3. 영국법상 워런티 조항의 유효성
이처럼 영국법 준거법 약정이 유효하므로 이 사건 사안에는 영국법, 특히 영국 해상법이 우리나라 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그런데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MIA 1906)상 위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언제나 정확하게 충족되어야 하는 조건(condition)을 워런티라 하고(제33조 제2항), 이러한 워런티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보험자는 인과관계와 관계없이 면책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행위가 사고 발생의 위험 증가와 인과관계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보험자에게 계약 해지권이 인정되는 것과 대비된다(상법 제652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선주가 보험자에게 조업수역 내지 항해구역 변경 사실을 통지할 의무는 영국법상의 워런티에 해당한다고 보아, 선주가 이러한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보험자가 선주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4. 영국법상 워런티 조항의 효력 등은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 대상인가
한편 대법원은, 영국 해상법상 워런티제도는 우리 상법에 존재하지 아니하는 낯선 제도이고 워런티 위반의 효과는 국내 약관 통제의 원칙에 비추어 이질적인 측면이 있다는 전제에서, 워런티 조항은 약관규제법이 정하고 있는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 등). 즉, 비록 워런티라는 용어가 우리나라 해상보험 거래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관하여 보험자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워런티 조항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는지에 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위반 즉시 보험금청구권을 상실할 위험에 놓일 수 있으므로,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워런티의 의미 및 효과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5.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한 경우에도 우리나라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지 
그러나 이와 같이 약관규제법에 따라 워런티의 개념 및 효력 등을 설명해야 하더라도, 애초부터 해당 사안에 우리나라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워런티가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사건 사안에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첫째, 국제사법 제10조에 의하면 “외국법에 의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규정의 적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되는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하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특별히 그러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둘째,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은 “모든 요소가 오로지 한 국가와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그 외의 다른 국가의 법을 선택한 경우에 관련된 국가의 강행규정은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사건 선박은 우리나라에 기항하지 않았고 사고도 우리나라 영해가 아닌 공해상에서 발생하였으며 계약서 및 보험증권 문언이 모두 영문으로 작성된 것을 볼 때 이 사건 사안에 외국적 요소가 존재하므로 여전히 영국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Ⅲ. 의문점 

대법원은 영국법 준거법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그 결과 선주가 영국법상 워런티 조항을 위반하면 보험자가 면책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였더라도 해당 사안에 외국적 요소가 없으면 국제사법 제25조 제4항에 의해 우리나라의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될 수 있고, 따라서 만약 보험자가 선주에게 워런티의 개념, 효력, 위반 효과 등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은 경우 약관규제법 제3조에 의하여 해당 워런티가 계약에 편입되지 않으므로 보험자가 선주의 워런티 위반을 이유로 면책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해당 사안이 순수 국내 계약인지 아니면 외국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가 판단되고 궁극적으로 보험자 면책 여부도 결정된다. 
항소심은, 비록 보험자와 선주가 모두 한국 법인이지만, ① 준거법이 외국법인 영국법인 점, ② 이 사건 선박이 인도양을 항해하는 선박인 점, ③ 이 사건 사고가 우리나라 영해가 아닌 남빙양에서 발생한 점, ④ 보험료 및 보험금이 원화가 아닌 외화로 표시된 점, ⑤ 보험증권 약관이 국문이 아닌 영문으로 기재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에 외국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대법원이 특별히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므로 향후 대법원의 판단 기준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준거법, 선적, 보험료 및 보험금 표시, 약관 표기 언어 등은 보험계약 체결 시점에 확정될 수 있는 반면, 선박의 항해구역은 계약 체결 후 언제든 달리 정할 수 있고 사고지점 또한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결국 약관규제법 등 우리나라 강행규정이 해당 보험계약에 적용될 것인지 여부를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 당사자들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어떠한 경우 보험자가 선주에게 워런티 등을 설명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미리 알기 어렵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법원의 판단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므로, 보험계약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판단 기준에 의하여 외국적 요소 유무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약관규제법 등 우리나라 강행규정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가장 타당한 기준인지 의문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법무부 운송위원회는 워런티(담보특약)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영국법 준거법 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영국법이 우리나라 법에 우선 적용됨으로써 영국법상 워런티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상법에 담보특약 관련 규정을 새로이 추가하더라도, 워런티 관련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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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호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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