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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인문학두드림] ‘가진다는 것’과 ‘거기 있다는 것’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

“아프리카를 떠나며(Out of 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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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덴마크 여성이 유럽에서 보내던 정제된 일상을 멀리하고 생면부지의 땅, 날 것의 아프리카에서 보낸 경험담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척 단순하다. 주인공은 모든 것을 가졌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갑작스레 탈출하고 싶었다. 우연히 아프리카행을 결정하고 케냐의 커피농장을 운영하게 된 주인공(카렌)은 다른 세상을 다시금 가졌다. 붉게 지는 석양, 뜨거운 대지, 이름 모를 동물들, 춤추고 노래하는 거친 사람들을 접하면서 삶의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그곳 삶에 익숙해지자 그녀는 사람과 농장이 싫어졌고 모든 것이 무료해졌다. 가지고 누리는 기쁨이 오래가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불현 듯 찾아온 데니스라는 영국인은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그는 늘 아프리카의 ‘현재’에 살고 있었다. 남편과의 불화로 마음 둘 곳이 없었던 카렌은 데니스의 말투와 생각이 신선했다. 그리고 데니스와 함께 아프리카의 삶을 새롭게 시작해 보려 했다. 그녀는 소유욕이 불타올랐다. 그녀의 말대로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고,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사람으로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안도감마저 가지고 누려야 했던 거다. 

하지만 데니스는 달랐다. 그는 단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이 다른 존재였던 거다. 데니스는 “소유할 수 없어. 단지 지나가는 것뿐이야”라고 말하면서 카렌의 곁을 냉담하게 떠나버렸다. 이런 모습에 카렌은 당황했다. 그녀가 반복적으로 배운 것은 “누군가와 가까워져서 가질 수 있는 것”인데, 데니스의 반응은 꽤 낯설었던 게다.

이윽고 실망한 카렌은 농장과 모든 것을 청산하고 아프리카를 떠나려 하는데, 자신을 보러 온다는 데니스의 약속에 일말의 희망을 건다. ‘만약에, 데니스가 마음을 돌린다면...’하고 바랐던 거다. 하지만 돌아온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데니스의 죽음 소식이 들려온다.

슬픔을 삭인 카렌은 데니스의 주검을 아프리카의 땅에 다시 돌려보내면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그동안 사랑, 기쁨, 연인, 아프리카, 아름다움 등은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영원히 그것을 가지고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이제, 그녀가 “단지 거기 있다는 것”이 “가진다는 것”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그녀는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꼈다. 아름다운 풍광(scenery)을 보면서 나만의 사진으로 담을지, 그 순간을 충분히 느낄지는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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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다는 것과 그냥 거기 있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카렌과 데니스의 관계처럼 무척이나 가까이 있다. 아프리카라는 한 공간에서 같은 시대를 함께하는 두 사람에게서도 그렇게 달랐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만끽하는 사랑, 행복, 진리 같은 것들도 알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나의 것으로 가질 수는 없다. 

이처럼 ‘소유’와 ‘존재’라는 거창한 철학적인 내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더라도,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는 이야기 한 편은 그러한 삶의 명제를 쉽게 설명해 준다. 소설의 묘미를 잘 살린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상과 절절히 울리는 선율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아프리카라는 곳, 사랑과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마음 편하게 느끼고 쉴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속 한 장면. 데니스가 아프리카의 대지로 영원히 떠나는 날, 영국의 시인 하우스먼은 카렌의 입을 통해 시 한 편을 들려 준다. 데니스의 자유롭고 불타오르는 삶을 가까이에서 본 카렌은 아프리카의 삶에 하루하루 충실했던 그를 요절한 운동선수에 비유하며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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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운동선수에게
-A.E. 하우스먼


The time you won your town the race(그대가 고향에 승리를 안겨줬을 때)
We chaired you through the market-place;(우리는 그대를 가마 태워 시장을 돌았지)
Man and boy stood cheering by,(사람들 길가에서 환호하는 가운데)
And home we brought you shoulder-high.(우리는 그대를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갔었어.)

To-day, the road all runners come,(오늘은 모든 이들 달려나온 그 길로)
Shoulder-high we bring you home,(죽은 그대를 어깨에 메고 집으로 데려와)
And set you at your threshold down,(그대의 문지방에 내려놓는다.)
Townsman of a stiller town.(고요한 도시의 주민이 된 그대를)

Smart lad, to slip betimes away(영리한 젊은이여, 영광이 머물지 않고)
From fields where glory does not stay,(월계수는 일찍 자라지만)
And early though the laurel grows(장미보다 빨리 시드는 들판을)
It withers quicker than the rose.(때에 맞춰 떠나버리다니.)

Eyes the shady night has shut(어둔 밤이 눈을 닫으면 그대는)
Cannot see the record cut,(기록이 깨지는 것 보지 못할 것이요,)
And silence sounds no worse than cheers(흙이 그대의 귀를 막아버리면)
After earth has stopped the ears:(정적도 환호보다 나쁘지 않으리.)

Now you will not swell the rout(이제는 영예를 소진해 버린)
Of lads that wore their honours out,(젊은이 무리나, 명성이 앞서 달려)
Runners whom renown outran(이름이 사람보다 먼저 죽은 주자들이)
And the name died before the man.(그대 앞에서는 뽐내지 못하리라.)

So set, before its echoes fade,(그러니 영광의 메아리 사라지기 전에)
The fleet foot on the sill of shade,(날렵한 발로 어둠의 문지방 딛고 서서)
And hold to the low lintel up(아직 지켜진 그대의 우승컵을)
The still-defended challenge-cup.(낮은 윗문틀까지 들어 올려라)

And round that early-laurelled head(이른 월계관을 쓴 그대 머리 주위로)
Will flock to gaze the strengthless dead,(힘없는 망자들 모여들어 구경하리라)
And find unwithered on its curls(소녀의 화환보다 빨리 시드는 화환이)
The garland briefer than a girl's.(그대 머리에서 아직 시들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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