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즈니스 계약법(저자 최승수)
고등학교 때 문학 소년이었던 나는 법대에 들어와서도, 변호사가 되어서도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처럼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영화감독을 지향할 정도의 재주는 없었지만 나중에 그 시절 유명한 영화평론가인 정영일 씨와 같은 영화평론가가 되어 보면 어떨까 생각도 하였다. 로펌에 있을 때에는 영화가 포함되어 있는 엔터테인먼트 변호사가 되어 볼 생각을 했고, 일도 좀 했다. 로펌을 나와서도 연예 관련 사건을 조금 하였지만, 조직이 없어 지속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변호사가 될 수 없었다. 영화배우이자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로 유명한 홍승기 변호사가 친한 선배라서 그처럼 배우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영화가 끝나고 흐르는 크레딧에 “법률감수 박형연 변호사”라고 이름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꿈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영화를 즐기는 관객으로 평생 남을 것 같다.
후배변호사들은 영화를 자문하는 변호사를 넘어, 영화를 만드는 변호사 출신 감독도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좋게 말하면 변호사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고, 나쁘게 말하면 변호사가 송무만 해서는 먹고살기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좋아하는 분야로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 영화산업은 전망도 있고, 재미도 있는 분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젊은 변호사들에게, 아니면 영화감상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나왔다. 최승수 변호사의 『영화비지니스 계약법』이다.
작가는 고생해서 책을 썼지만, 우리에겐 쉽게 읽힌다. 그의 의도가 쉽게 읽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문에 “이 책이 영화제작자 등 영화산업의 각 분야에서 일을 하시는 분, 영화비즈니스 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 등 법률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아이디어에서 각본으로, 각본을 바탕으로 배우 또는 감독 등을 패키징하여 영화투자를 끌어들이고, 영화제작에 착수하고, 포스트 프로덕션을 거쳐 배급에 이루어지는 전 과정에 변호사가, 법률이 끼어들 수 있는 논점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주로 미국 영화비즈니스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로펌에 근무하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만일 저자가 영화산업현장에 근무하였다면 좀 더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다. 영화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으나 아직 한 건도 관련 자문이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한 청년변호사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박형연 변호사
사법시험 제29회(연수원 19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