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연수원 동기를 만나게 되는데 술 몇 잔을 돌리면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다가 듣는 말이다. 이직이나 개업이 빈번한 변호사 사회에서 10년간 같은 사무실에서 있는 모습이 생소한 모양이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 필자가 하는 말은 대략 이런 취지이다. “연수원 시절 지금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익변호사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아들, 딸이고 누군가의 선후배, 친구이지 않냐고. 내 몸은 하나이지만 내게 주어진 역할은 여러 개이고 그 여러 역할을 균형있게 수행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떠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지난 1월 7일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법인이 대한변호사협회가 시상하는 ‘2016 일과 가정 양립 법조문화상’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선정이유는 정시 출퇴근과 휴가를 보장하고, 구성원의 가족과 함께 문화 행사 및 저녁식사를 갖는 문화송년회를 개최하며, 직원의 경우 매 3년마다 가족을 동반한 근속 해외여행을, 변호사의 경우 매 2~3년마다 가족을 동반한 해외연수를 제공함으로써 일·가정 양립뿐 아니라 가족들 간의 유대감 제고에도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수상 이유 그 어느 것도 매출과 직결되는 것도 아닌데 법인 설립 이래 십수 년간 이런 원칙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상보다 영광스럽다. 평소 정시 출퇴근을 하고 서로의 가족들까지도 알고 있는 정도로 유대감이 높아 법인에서 개최하는 각종 행사나 해외연수에도 다들 기꺼이 참여한다. 좋은 직장에 다닌 덕분에 지난 10년간 아빠 노릇, 남편 노릇, 자식 노릇을 제법 잘해왔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에도 큰 부담이 없었다. 필자에게 집은 ‘그저 잠만 자고 나오는 곳’이 아니며, 회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단지 직장동료, 선후배’가 아니다.
변호사 업무의 특성과 빠르게 악화되어 가는 변호사 시장의 현실상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평범한 목표가 생각보다 쉽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일과 가정 양립 법조문화상’이 제정되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상을 주신 대한변협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중장기적으로 변호사가 일과 가정 간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업무환경이 전혀 특별한 것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기천 변호사
사법시험 제46회(연수원 36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