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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탐방] 이범준 기자 인터뷰
*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를 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법조 4부작을 준비 중이시고, 그 첫 작품이 헌법재판소인데,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법원·검찰·변호사(로펌) 이렇게 법조 3부작이 될 텐데, 첫 번째 대상으로 헌법재판소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국 연방대법원에 관한 최고의 논픽션인『지혜의 아홉기둥』(원제 brethren: inside the supreme court)는 워렌 버거 코트의 초기만을 다룹니다. 이 짧은 시기를 통해 저자인 밥 우드워드와 스콧 암스트롱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작동 방식을 보여 줍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논픽션도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일입니다. 하지만 논픽션 작가라면 누구나 통사에 욕심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30년도 되지 않은 신생 기관이고, 2009년 집필 당시 모든 전직 재판관이 생존해 계셨습니다. 저는 헌재의 통사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돌아가신 이영모 전 재판관을 비롯해 초기 재판관들을 인터뷰한 육성 파일을 가지고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헌재에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작품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도 있었는데, 법원 검찰 로펌과 달리 헌재는 미국과 일본에 없다는 점도 이유였습니다. 이 책은 2012년 일본에 번역 출판되어 일본 아마존닷컴 외국법 분야 10위권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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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에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다루었는데요, 예를 들어 5.18 불기소 헌법소원,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그리고 최근의 정당해산까지, 헌법재판소가 법과 정치의 경계에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위치에 있는 헌법재판관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일까요?

헌법재판소의 침체기는 재판관 개개인 역량의 총합이 작은 시기가 아닙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재판관들이 다수 포진한 시기입니다. 김용준 소장이 있던 2기 재판소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조규광 소장이 이끌던 1기 재판소가 분란 속에서도 헌법재판의 기틀을 잡아나간 것과 대조적입니다. 헌재는 기반이 다른 생각들이 철저히 부닥쳐서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정치적 사법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재판관 개인의 덕목을 꼽자면 설득하고 당하는 능력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강화하고 헌재의 결정을 입체적으로 만들려면, 상대를 설득하고 자신도 설득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평생 중립을 유지해온 법관 출신보다 주장하고 설득하는 검사나 변호사 출신들이 유리합니다. 초기 재판소에 변호사나 정치인 출신이 많았던 것도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 작년에 있었던 정당해산심판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히려 이를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되었다고 할 정도인데요, 헌법재판소를 취재하고 그에 대한 책을 집필한 전문가로서 작년의 정당해산심판,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정당해산 사건은 직접 취재하지 않아 내용을 자세히 모릅니다. 다만 대학원에서 헌법을 전공하는 학생 입장에서, 정당이 해산 결정이 실제로 나오니 놀라웠습니다. 공부를 해 봐야겠지만 결국 통합진보당이라는 조직 혹은 헌법재판소 결정 둘 중에 하나가 이 놀라움의 원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수의견에 보충의견까지 쓰신 안창호 재판관님과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내신 김이수 재판관님께 모두 말씀을 들어 봤는데, 사건이 간단치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 법조기자 경력만 10년이 넘으셨는데, 법조기자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와 그 이유를 알려 주세요.

심성이 얄팍하여 자신에게 너그러운 편인데도 아직은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없습니다. 대신 몇 차례 오보를 낸 적이 있는데 잊히지가 않습니다. 어떤 기사였는지 왜 오보가 났는지 모두 적어두었고, 2012년 이런 내용을 대한변협신문에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사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어 마음이 아물지 못할 정도가 되면 언론계를 떠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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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에 법원행정처에 대한 심층취재기사를 쓰셨는데요, 기사의 내용을 보면 법원에도 핵심권력을 쥐는 집단이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우려를 보이셨어요. 일본에도 상당 기간 집필 및 자료취재로 계셨는데, 외국도 법원의 권력이 어느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나요? 그리고 이렇게 집중되는 권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과 관련하여서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정치권력은 사법부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해 왔습니다. 사법부에는 정치권력의 압력이 있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법부에 구심점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칫 이 구심점이 개개인이 모두 헌법기관인 법관들의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법원을 대표하는 최고위의 누군가가 아니라 법관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정치권력의 간섭을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이것이 사법부의 독립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헌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토론을 통해 대법원장의 전체 법관인사권에 대해서도 논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최근 대법원이 고등부장제도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부활시킨 것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신영철 전 대법관의 개업신청을 반려하였습니다. 공직에 있다가 변호사로 개업하는 우리의 법조 문화에 대한 기자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굳이 법조기자가 아니어도 아는 일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런 문제를 법률과 규정에 바탕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다름 아닌 변호사단체라는 점입니다. 다수의 법조기자들의 개업하려는 대법관보다는 근거를 넘어 이를 막으려는 변호사단체에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법이 따라야 하는 것은 원칙입니다. 

* 마지막으로, 법조기자를 오래 하시면서 변호사들도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요, 변호사들이 이런 부분이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자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가장 활기가 없는 직업군이 변호사 같습니다. 기계 부속품이라는 대기업 사원은 물론이고, 엄격한 직업윤리를 요구받는 판사나 검사보다도 메마른 느낌입니다.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빤한 레드오션을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잖은 변호사들이 남들이 해 오던 대로만 하려고 합니다. 평생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에만 익숙해져서인지, 문제지를 찢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고 하지 않습니다. 
변호사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집단이고, 법조인 중에서는 창의력을 가장 많이 발휘할 수 있는 직군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직업적으로도 성과를 내고, 사회에도 크게 기여하고, 존경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조합조직인 변호사단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변호사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치적인 활동도 변호사단체의 무시할 수 없는 사명이겠지만, 기본은 변호사 회원들의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정리 : 임제혁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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