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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음] 울음방/찾아서

 울음방

최태랑

사거리 노래방 맞은편
새로 개업한 울음방
광장에서 웃던 사람들이 밀실로 몰려든다
방음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치명적인 독毒을 비운다

입구에 보슬비 오는 분위기를 펼쳐놓고
낮고 애절한 팬파이프, 오보에를 불러왔다
속죄방, 이별방, 우정방, 작별방, 곡비방
개운하게 마무리할 후련방도 있다

운영의 키워드는 울음이 새나가지 않게 보호하는 것
꼬깃꼬깃 접힌
멍이 든 시간을 풀어내야 한다

도우미 없이도
저마다의 울음들이 제 방을 찾아 들어간다

애초에 환불해 갈 슬픔은 받지 않는다
자해自害할 슬픔도 되돌려 보낸다

이 시대의 신종사업
여기저기 대기 중인 울음의 분점들이 즐비하다


찾아서 

 찾는 데 익숙하지 않는 나는 종종 호수공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물가에 앉아 깊은 상념의 낚싯대를 드리우곤 한다. 시어라는 물고기는 매번 잡힐 듯 말 듯 입질을 한다. 그럴 때에는 낚싯대만 드리운 채 호수 건너편을 보거나, 높은 하늘을 보거나, 번지는 노을을 보거나 하면서 짐짓 딴청을 피우기도 한다. 

 어느 날 빈 낚싯대를 접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무 뒤 그늘에 앉아 혼자 울음을 삼키고 있는 한 여인을 보았다. 저 여인에겐 무슨 사연이 있을까.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는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는 여인을 보면서 저 울음도 참 괴롭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울음을 삼키는 여인에게서 ‘그늘에서 울고 광장에서 웃고 산다’는 도시인의 비애를 보았다. 여인은 저 치명적인 독을 어디에서 비워야 할까. 비우지 못한 슬픔에 마음이 가는 순간 ‘울음방’이 태어났다. 호수에서 놓친 시를 나무 그늘에서 찾았다. 울음방 이야기는 우연한 기회에 이재무 교수가 한 말이다. 하지만 직설적 느낌을 받은 것은 호수공원 산책길에서 본 한 여인의 울음 속에서였다. 

나의 시편들은 사물을 보는 일순간의 느낌에서 온다. 시감(詩感)이 되는 느낌을 찾아 헤맨 시간이 이틀이 되고 한 주가 되는 날도 있다. 나의 시는 꾸준한 학습에서 터득되어 왔다. 그래서 그런지 보여주는 꽃의 화려함보다 튼실한 뿌리를 선호하는 편이다. 

 얼마 전 ‘전국계간지 대상’을 받은 바 있다. 내가 시를 잘 써서가 아니라 내 시에 메타포적 서사가 강해서 얻었다고 생각한다. 시는 읽고 난 후에 느낌과 울림이 있어야 한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 무엇을 찾아 독자의 마음을 건드려야 한다. 

 슬픔보다 더 진한 것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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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랑 시인
2012년 <시와정신> 등단 
산문집 <아버지 열매>, <내게 묻는 안부>, 시집 <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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