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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조정의 명암: 변호사의 입장에서
“조정 하시지요.” 사안에 따라 판사의 위 말이 매우 다행스러울 때도, 아니면 매우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의뢰인은 조정을 원하지 않고, 진행상 승소 가능성도 높은데 판사는 조정 이야기를 꺼낸다. 아니면 사건을 진행하기도 전에 조정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과연 판사의 조정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생각해 보면 법원으로 오기 전에 조정 생각을 안 했을까? 서로 합의하다가 하다가 안 되다 보니 법원에 소장을 낸 것이지. 아무래도 민사 사건에서는 재판장이 조정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소송대리인의 입장은 매우 난처하다. 그동안 소송대리인은 판사를 설득하는 입장에서 의뢰인을 설득하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다. 판사가 조정을 권하고, 조정에 불응할 경우 어떠한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며, 판결로 갔을 때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혹시라도 조정에 불응해서 결과가 나쁜 경우에는 온갖 소리를 의뢰인으로부터 들어야 한다. 참 난감하다. 변호사 입장에서 판사는 판결문 안 써서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사자가 조정을 원하지 않는데 판사가 직권으로 조정을 하라고 하는 것은 변론주의 내지 처분권주의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민사조정법상에는 판사의 직권 조정을 규정한 법규정이 있다. 

그러나 저러나 법원에 ‘소장’과 ‘답변서’를 제출한 사람은 판사의 판단을 받기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건, 법무사가 쓰건, 자신이 직접 재판에 출석하건 간에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법원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판사가 조정을 권하면 과연 마음 깊이 판사의 이야기에 대하여 승복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이 승소할 사건인데 판사가 귀찮아서 조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일 것이다. 변호사가 그러한데 당사자야 오죽하겠는가. 

물론 사안의 성격상 조정에 친한 사건이 있다. 정확한 손해액 산정이 어렵거나 과실 비율이 애매한 경우, 동업 해지 사건 등 조정이 필요한 사건이 있다. 법원의 재판이 각 당사자를 설득시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면 법관 스스로 조정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이에 대하여 당사자와 변호사를 충분히 설득하였으면 좋겠다. 즉 “내가 판사니까 내 말을 들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해당 사안이 조정이 합리적이니 이 사안은 당사자 사이에 서로 양보가 필요하다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여야 조정에 임하는 당사자들도 조정을 거부하지 않고 이에 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사조정법 제7조 제3항도 그러하다. ‘수소법원이 스스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한 사건’에 한하여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정하다고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이유에 대하여 충분히 이를 적시해 주어야 소송의 당사자는 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원의 업무는 폭주하고 있고 당사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법원도 변호사도 당사자의 불만과 함께 살아가는 직업일 것이다. 그런데 재판부에서 조정을 지속적으로 강권하는 경우,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경우, 나아가 조정에서의 태도와 달리 판결이 선고된 경우 변호사와 당사자는 과연 법원을 신뢰하게 될까? 

변호사는 법원, 검찰, 의뢰인을 설득하는 직업이다. 법원, 검찰도 법조인인데 법원, 검찰에서 당사자와 변호사를 설득하면 안 되는 것일까? ‘스스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이유도 없이 조정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법조인은 결국 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는 직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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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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