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음악
[문화산책/대중음악] '알파고'가 연주, 작곡까지 한다지 말입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을 가상의 시나리오가 이제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바로 “알파고”의 등장이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천재 인간 이세돌과 벌인 세기의 대국에서 4승1패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목격하며,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마저 든다. 이제 정녕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오는 걸까? 음악 분야에서 이미 ‘알파고’의 등장은 오래전부터 감지되고 있다. 어쿠스틱악기를 대체하는 일렉트릭 사운드, 신디사이저, 전자음악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는 음악산업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까지 음악산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수_이세돌 알파고.jpg

수_이세돌 알파고 4.jpg


신디사이저를 입체감있는 사운드로 활용하는 등 재즈계에서 꾸준히 개척정신을 발휘해 오던 팻 메스니는 2010년 ‘오케스트리온’이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케스트리온은 마치 오르골처럼 미리 입력된 기계장치에 따라 악기 스스로 연주하는 자동 연주 시스템으로서 악기를 인간처럼 연주하는 로봇과 인간계에서 신처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가 하나의 콤비를 이루는 셈이다. 반짝이는 타악기가 늘어선 구조물, 기타ㆍ베이스ㆍ피아노ㆍ마림바 등의 악기가 무대 전체를 빼곡히 채워 자동적으로 연주하는 기상천외의 모습은 지난 내한공연 때에 많은 이들을 경외의 늪으로 빠뜨렸다. 메스니의 기타 연주와 함께 벨과 셰이커들이 일제히 흔들리고, 수많은 스틱이 심벌즈와 드럼을 두드리면서, 피아노는 흡사 유령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연주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연주된다. 오로지 팻 메스니 혼자만이 인간으로서 무대에 보일 뿐이다. 그의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는 악기 로봇을 연구하는 엔지니어 에릭 싱어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토록 기상천외한 협업은 스윙, 그루브, 솔(soul) 등 인간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의 재현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오히려 기계라서 사람이 연주하기 어려운 음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십분 살렸다. 

수_pat metheny 오케스티리온 공연3.jpg


수_pat metheny 오케스티리온 공연.jpg


하지만, 기계의 역습은 단순히 연주에 그치지 않았다. 이제는 기계가 작곡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예일대학교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쿨리타’는 기존 악보를 이용해 기본 음계의 조합을 분석한 후, 약간의 학습을 통해 고난도의 음계를 재조합하여 작곡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음악성이나 작곡의 패턴을 찾아내고 적절한 패턴으로 결합함으로써 한 사람의 작곡가가 창조해 내기 어려운 부분까지 생성하고 있는 것이다. 쿨리타는 음악 요소의 재조합에 불과할 뿐 창작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창조산업에 슬슬 고개를 내민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연주는 물론 작곡마저 인간 대신에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나라 음악 기업들도 테크놀로지의 측면에서 그리 뒤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창뮤직은 저 유명한 신디사이저 포르테에 새로운 인공지능 기반의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ARP(아르페지에이터) 기능은 음악의 구성 화음 패턴을 자동으로 기억하고 생성해 주면서, 사용자가 기본적인 화음만 지정하면 최대 16개까지 해당 패턴을 기억하여 다양한 조합을 통하여 최적으로 재생해 주고 있다. ARP는 단순히 기억 재생에 그치지 아니하고, 연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용자들을 위하여 화려하고 풍성한 효과로 공연이나 음반 녹음 작업을 도와 주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영창뮤직만이 보유하게 된 기술인 무한대 신디사이징 VAST 기능은 기존의 8개쯤의 기본요소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인 32개까지 디지털 소리 제작을 가능하게 하였고, 직렬, 병렬 배열을 포함한 어떠한 방식으로도 조합할 수 있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까지도 창조해 내고 있다. 

수_인공지능 쿨리타.jpg


전문가만의 영역이었던 인공지능 작곡도 우리 곁에 다가왔다. 최근, 픽토뮤직연구소는 인공지능 작곡 시스템인 ‘픽토뮤직(Picto Music)’의 개발에 성공하여 작곡 대중화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모바일 기반의 작곡 시스템으로서 픽토뮤직은 사용자가 원하는 악기를 선택하여 악보와 함께 800개 장르의 음악을 작곡, 연주, 공유 및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의 작곡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연구용으로서 다양성이 떨어져서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웠고, 인간의 감성 부분을 깊이 있게 구현해 내지 못했다. 그러나 모듈화 시스템을 도입한 픽토뮤직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거기에 걸맞는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를 앞당겼다. 더 나아가, 저작권 비교 시스템까지 탑재하여 전세계 2000만 곡 이상의 음악 데이터를 자체 필터링하여 사용자에게 효과적인 저작권 소유 여부를 확인해주는 시스템도 곧 시작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에도 인간이 아닌 기계에 둘러싸여있다. 과연 인공지능에 의하여 뮤지션의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될까?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인공지능, 누구를 위한 음악일까?

이재경 변호사
사법시험 제35회(연수원 25기)
건국대 교수

이재경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