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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변호사의 조언] 유중원 변호사 인터뷰
회보 편집위원장인 나에게 청탁이 들어왔다. 인터뷰 좀 하자는 것이다. 사법연수원 18기 회장을 역임하였고, 해상보험법의 전문가로서 법률서적을 12권, 법학논문을 90편 집필한 유중원 변호사님이다. 박사학위도 있고, 국민대학교 교수도 했었고, 대한변호사협회 임원도 했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해 줄 말은 많을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 유중원이 아닌, 소설가 유중원으로 인터뷰를 해 달라는 것이다. 다행히 편집위원회에서 통과가 되어 오랜만에 유중원 변호사님 사무실을 찾았다. 예전에 찾았을 때에는 정말로 작가 사무실 같았었는데 “유중원, 유신혜 법률사무소”란 낯선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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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원 변호사 약력

전남대 법대 졸업
동국대 대학원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18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국민대 법대 교수
금융법연구소 소장

저서 ‘신용장 - 법과 관습’ 외 11권
소설 장편소설 ‘사하라’
중편소설집 ‘달빛 죽이기’
단편소설집 ‘우리들의 시간’
‘인간 해방’
‘아버지와 아들’

학술논문 ‘신용장거래의 법률관계’ 외 약 90여 편이 있음.






변호사 그만두시고, 전업작가를 선언하신 줄로 알았는데 고용을 두고 다시 변호사 사무실을 여신 것인가요? 
(웃으면서) 고용변호사가 아니라 둘째 딸인 유신혜 변호사(연수원 40기)입니다. 법조인을 권하지도 않았는데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변호사가 되어 중견 로펌에 취직했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쉬다 보니 요즘처럼 젊은 변호사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절에 어디 취직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동사무실을 열어 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변호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우리 사무실이 사건이 많지는 않습니다. 요즘 젊은 후배들 무척 안쓰럽고, 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을 청년변호사 딸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왜 변호사가 아닌 작가로서 인터뷰를 자청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소설가로서 유중원을 좀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를 부탁했습니다. 딸 덕분에 아직 변호사의 타이틀을 못 버리고 있지만,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벌써 5권의 소설집을 냈습니다. 그런데 너무 문학책이 안 팔립니다. 나야 무명이지만, 유명작가의 작품도 2천 권 팔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최소한 2천 권은 팔려야 출판사의 손실은 안 나는데, 이래서는 나 같은 무명작가든 유명작가든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법률신문이나 대한변협신문에 자비로 책광고도 하고, 소설가로서 나를 알리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소설가로서의 유중원의 세계를 우리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갑자기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려서부터 소설가를 지망하였는지, 아니면 변호사가 되어 쓰게 된 것인지요? 

2007년에 작은 로펌 소속 변호사였습니다. 그 해 여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그냥 소설을 끄적이기 시작했지요. 작가가 되려는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소위 말하는 에피퍼니(epiphany)가 불현듯 나타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정이 그러했으니 소설 쓰는 데 특별히 교육을 받은 일도 없었고 습작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요. 
다만 그때까지 너무 많은 소설을 읽었어요. 내 삶이 너무 지겨운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나는 신경안정제로 독한 술을 밤새 마셨고, 정신이 말짱해지면 대개 소설을 읽었거든요.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막연히 한 번 써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내 나이 60을 넘어서니 이제야 철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고 세상일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논어의 六十而耳順이라는 경구가 비로소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할까요? 작가란 작가 자신이 내면적으로 어느 정도는 성숙해야만 세상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고, 그래서 서로 상극하는 모순된 목소리와 세계관들이 생생하게 얽히고설키면서 좋은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검버섯이 피기 시작한 내 손을 바라보며 시간이 없다고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도저히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은 도도한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으니, 나의 방언으로 내 글을 써야겠다고 갈망한 것이지요. 

법조인으로 30년을 살았고, 책과 논문도 무척 많이 내셨습니다. 법조인으로서의 글쓰기가 소설쓰기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소설쓰기에 도움이 되었나요? 

법조인으로서 지난 30여 년간은 진실과 허위, 법정에서 끊임없이 주절거리는 똑같은 말들의 반복이었습니다. 그 닳고 닳은 말들 속에 언어의 간결함과 아름다움, 침묵의 언어, 언어의 정수인 은유는 없었지요. 관료주의와 매너리즘, 자기 기만, 자기 연민과의 기나긴 싸움이고 패배의 시간이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사물과 현상의 진실을 밝히려는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중과부적의 일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여기서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몇 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과 준비서면, 법률문서 등과 학술논문이나 판례평석, 법학 전문 책들을 쓰는 스타일과 문체는 소설의 그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요. 소설적인 플롯의 구성과 문체를 쓰는 데 여전히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설은 명쾌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게 아닙니다. 작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어야 하거든요. 

애매하네요. 독학으로 소설에 도전하셨다면 터득한 자신의 소설 작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는지요? 소설을 쓰는 작가적 자세 같은 것을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전에도 어떤 기회에 밝힌 바 있습니다만, 입체파 화가들처럼 입체적 플롯, 자기 내면이 강한, 고독한, 특별한 성격의 작중 인물, 인간 삶의 근원적인 것에 물음을 던지는 주제, 무엇보다도 나만의 독특한 컬러를 가진 미학적이고 섬세하고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문체에 집착합니다. 물론 산문에서 서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문에서 소설과 시의 중간쯤인 서정성이 풍부한 글을 쓰려고 무진 애를 쓰지요. 약간 센티멘탈하기 때문이지요. 항상 적절한 단어와 문구는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문제는 그것들을 어떻게 배열해서 자연스러운 문장과 문단을 만드느냐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여 예술적 영혼을, 온전한 애정을, 모든 증오를 집어넣은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소설쓰기에서 작가는 얼마나 자유스러울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면 작가는 작중인물들의 삶을, 운명과 죽음까지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생명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허구가 아니고 모두 진짜 현실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 다시 말하면 작가적 진실성으로 독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요. 
그런데 소설에는 다른 예술의 형식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이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자기 세계를 창조하니까 창조주, 신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허황된 소리에 불과한 영감이 아니라 쓰고 싶은 강렬한 욕망 혹은 써야 한다는 병적 강박과 함께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말한 ‘바늘로 우물 파기’처럼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것입니다. 편집증 환자처럼 쓰고 또 쓰고,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합니다. 

자비출판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고 출판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떤가요? 

변호사가 수임이 문제인 것처럼 작가에게는 책을 출판하는 일이 참으로 고달픈 일입니다. 어느 출판사가 무명작가의 그렇고 그런 원고를 선뜻 받아줄까요? 책을 낼 때는 유쾌하지 않은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건 작가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의 간절한 소망인즉 제가 조금만 유명해지고 그래서 새 책을 내면 몇 천 권 정도는 팔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출판사는 손해가 나지 않으니까 제 책을 내는 데 부담감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문단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속한 세계는 오랫동안 법조계였고, 그쪽과는 아는 사람도 없고 교류할 기회도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편견일 수도 있겠는데, 그쪽에서는 이방인 또는 엉뚱한 침입자 취급을 하지 않을까요? 혹시 빈정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호사 주제에 무슨 소설을 쓴다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한편 아쉽기는 합니다. 

자기 만족으로서의 소설쓰기가 아닌 전업작가로서의 소설쓰기는 일단 출판이 되어야 하는데, 변호사님께서는 사건을 수임하여야 하는 무게감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병적인 사명감으로 글을 쓴다는 출판의 무게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출판은 별론으로 하고 작가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랄까, 고통은 무엇입니까? 

모든 창작자의 공통된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늘도 백지를 마주하고 앉아서 망연자실한 채로 절망감을 느낍니다. 창작의 열정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요.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자기 회의 때문에 괴롭습니다. 내 초라한 작품에 대해 어떠한 믿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유 작가님은, (이렇게 한 번 불러 보았다.) 독자의 재미를 위해서 쓰시나요? 아니면 독자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소설을 쓰시나요? 

몇몇 독자들은 내 소설은 깊이는 있으나 너무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소설이 재미없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지요. 내가 무슨 자격으로...... 교훈을 말할 처지는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의 작업이란 글쓰기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공포로 떨게 만들거나 폭소를 자아내는 이야기를 씀으로써…. 그러기 위해 우리는 매일 철저하게 진지함으로 무장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듯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럼 좀 쉽게 소설을 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생각해 보지 않으셨나요?

재미있는 소설쓰기, 시대에 부합하는 소설쓰기는 젊은 친구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름의 저의 글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분명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을 위하여, 저를 위하여 묵묵하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지금도 구상을 해놓은 소설감이 20개 정도나 됩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작가 유중원에게 작가란 무엇인가요? 혹은 작가란 누구인가요?

글쎄요. 쉽게 말하자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말해서 문학이나 예술의 창작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고, 저작자의 준말인 저자란 책을 지은 사람, 그래서 (예술 작품이 아닌) 일반적인 책을 쓴 지은이를 말하고, 필자란 사전적으로는 글이나 글씨를 쓴 사람을 말하지만 널리 논문이나 에세이 등을 쓴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작가란 창작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고 여기서 창작이란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므로 작가란 ‘창조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많은 학술 논문과 판례평석, 에세이, 법학 전문서, 기타 글 등을 써 와서 필자 또는 저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창조적인 작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제 작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그건 현명한 독자들이 판정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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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유신혜 변호사가 들어와서 셋이 대화를 나누었다. 젊은 유 변호사 말에 따르면 결혼할 때 부인에게 아버지가 자신의 장차 소원으로 말한 것 중에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였다. 두 부녀 변호사의 티격태격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유중원 변호사는 먹고살기 위하여 외환은행을 8년간 다녔고, 다시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가 밥벌이의 숭고함, 고단함에서 벗어나면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이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깊은 내 가슴 속에 감추어진 꿈은 무엇일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물론 갈수록 밥벌이가 만만치 않아서 우리의 꿈은 점점 더 깊이 감추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인터뷰/정리 : 박형연 본보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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