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이며 의학박사 전문의인 의사 입장에도 법률용어는 그 뜻을 정확하게 알기 힘듭니다. “불개항, 불고불리의 원칙, 불능미수, 해지, 해제, 편무계약, 쌍무계약 등이 그러하고 미필적 고의, 채증, 이런 사실에 터잡아 판단컨대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경험칙에 의존하지 않는다 해도 그 쟁점은 서로 다투지 아니한다.”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은 모두 알지만 용어에서부터 불평등이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의학 용어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경과, 정신과, 신경정신과, 신경외과를 환자 입장에서는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거기에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일반외과 등 “외과(?科)”는 정확하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런 궁금증을 한 번쯤 가져 보시지 않으셨나요?
매스(칼)를 들고 인체의 깊은 곳을 절개하고 들어가 수술하는 분야를 외과(?科)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바깥이 아닌 인체를 절개하고 내부(內部) 깊숙이 들어가 병변을 제거하는 의사인 만큼 깊은 인체의 속을 들여다보고 수술(手術)하는 의사(醫師)이니 내과(內科) 의사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요? 왜 외과(?科) 의사(醫師)라고 하는 것일까요?
청진기를 들고 인체의 외부에서 ‘청진, 촉진, 시진, 타진’이라는 진찰을 통해 진료하는 의사(醫師)를 내과(內科) 의사(醫師)라고 합니다. 인체의 외부 표면에서만 진찰하고 진료하는 의사이니 외과(?科) 의사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역사적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조선 왕조에서는 아무리 중환(重?)이라 해도 임금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은 아주 금기시해 왔습니다. 치료를 빌미로 암살이나 역모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효종대왕의 종기를 절개하지 못하고 침치료 및 탕제로 치료하는 바람에 결국 승하하기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사람의 몸에 칼을 댄다고 하는 것은 아주 무식한 짓이고 해서는 안 될 치료법으로 간주하였습니다. 특히 인체를 해부하거나 칼을 대는 치료는 백정(白丁)이 하는 짓으로 간주할 정도였습니다.
정실(正室) 부인이 거처하는 곳을 “내실(內室)”이라 하듯이 의학에서의 정도(正道)는 사람의 몸에 칼을 대지 않고 치료하는 것을 제1의 원칙으로 여겼고 따라서 시진, 촉진, 타진, 진맥을 통해 뜸과 침(針) 그리고 탕제로 치료해야 했습니다. 내과(內科) 의사란 의학의 정도를 걷는, 즉 정실 부인이 거쳐하는 “내실(內室)”이라는 의미처럼 정통(正統), 정실(正室), 정도(正道)라는 의미로서 “내과(內科) 의사(醫師)”로 불렸습니다.
조선 말 서양의학이 들어오면서 절개를 통한 수술적 치료가 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기적의 치료법이지만 정통의학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의학(醫學)에서의 외도(?道)”라는 개념으로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외과(?科)”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국, 일본에서도 절개를 통한 수술적 치료를 터부시 하면서 동일한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의학(醫學)에서의 외도(?道)!
가슴을 열고 절개 수술하는 의사를 흉부외과 의사, 복부를 절개하고 수술하는 의사를 일반외과 의사, 사지의 뼈와 근육 인대를 절개하여 수술하는 의사를 정형외과 의사라 하며 뇌, 척추 부분을 절개하고 열고 들어가 뇌종양, 뇌출혈, 척추 디스크를 제거하는 의사를 신경외과 의사(神經?科 醫師)라고 합니다.
외도(?道)라는 단어는 개인, 가정, 집단 어느 조직에서든 금기시되는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나는 신경외과 의사이며 일만 번 이상의 외도(?道) 경험이 있는 외과 의사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날마다 매일 외도(?道)를 하고 있습니다.
외도(?道)란 부적절한 관계를 말하는데 의학(醫學)에서의 외도(?道)는 시의적절하게 긴급한 상황에서 사경(死境을) 해매는 응급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이며 생명을 살리는 외도(?道)입니다. 신경외과 의사의 이유있는 외도(?道)입니다.
법조계에서 이유있는 외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과연 이유있는 법조 외도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의학(醫學)에서의 외도(?道)처럼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법조인들의 몫입니다. 그래서 늘 생각해야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안계훈 원장
허리업신경외과
의학박사, 신경외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