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경 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0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동 대학 행정대학원을 수료하고 해외연수 중 1989년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총무처 인사기획과장,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책심의관, 고위공무원지원단장, 정책홍보관리실장, 행정안전부 조직실장, 정보화전략실장 등을 거쳐 2009년 특임차관으로 임명되었다.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시 초대 상임위원을 거쳐 2013년 5월 제2대 위원장이 되었으며, 지난 5월 29일부로 3년의 임기를 마쳤다.
공무원 인사정책 분야에서 근무할 당시 특히 개방형 임용제도와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 실무 책임을 담당한 바 있으며, 1995년 “올해의 공무원”으로 선정되어 홍조근정훈장을 수여받았다.
특임차관 임명 당시 연합뉴스에 다음과 같은 인물평이 실렸다.
“업무를 합리적으로 추진하고 정책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온화한 성격에 따르는 부하 직원이 많고, 인사 분야에 오래 몸담아 인적 네트워크가 넓다는 평가도 있다.”
1.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상임위원, 제2대 위원장을 역임하시고 2016년 5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 업무의 산 증인으로서 감회가 어떠신가요?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 업무의 산 증인’이라는 말은 제게 합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 · 시행되기 이전에도 정부와 학계, 법조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개인정보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기여하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공식 출범 전부터 발족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참여하였고, 초대 상임위원을 거쳐 제2대 위원장이 되었으니까 경력상 지금까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산 증인’ 이라고 불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당시 행정안전부(지금의 행정자치부)에 개인정보보호를 담당하는 과 조직이 있었습니다만, 행정안전부에 관련 기능이 존치되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직원을 이체받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초기 직원들은 공모를 통해 각기 다른 부처로부터 전입을 받아 충원하였습니다. 그동안 그들과 함께 학습하고 고민하면서 위원회의 사무실과 비품에서부터 조직, 인사, 예산 그리고 위원회 운영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기관형성 작업을 해 왔습니다. 참 정이 많이 든 조직이고 직원들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직원들이 개인정보관리사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심의 · 의결하고 연차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하고 있으며,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및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접수된 안건에 대하여 유권해석과 이견조정 그리고 정책개선 권고를 하는 등 법정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CDPPC(International Conference of Data Protection and Privacy Commissioners), GPEN(Global Privacy Enforcement Network) 및 APPA(Asia Pacific Privacy Authorities) 등 관련 국제기구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으며, 2014년 6월에는 제41차 APPA 회의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국제적 위상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쉬움도 적지 않습니다. 여전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독자적인 인사권와 예산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존재와 기능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미흡한 위원회의 위상에 대하여 위원회 위원님들로부터도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 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위원회 설립 준비 작업부터 간여해 온 제가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2015년 7월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었습니다. 사무국도 확대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제가 그 소임의 일부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초대 위원장님과 위원회 위원님들의 열정, 사무국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그리고 학계, 법조계 등의 전문가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2. 국민들의 개인정보보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어 가고 있는데,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의 보호가 중요해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엄청난 양의 다양한 정보가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빅데이터 시대 그리고 사물인터넷의 초연결 사회 속에서 개인정보의 활용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첨단 정보화 기술 환경 속에서 개인정보의 유출과 오남용 소지가 더욱 커짐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여도 유출 사고의 규모가 수백만 건 하더니 어느새 수천만 건이 되고 2014년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때는 1억 건을 넘어서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개인정보 문제는 단순히 유통되는 정보의 양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질 면에서 더욱 민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일차적인 신상정보를 넘어서 정보주체의 위치와 통신 및 다양한 활동을 모니터하고 분석하여 행태와 성향 등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적으로 고도화된 개인정보일수록 경제적 활용 가치가 높아지며, 이에 따라 불법 수집과 활용의 소지도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제도나 운영실태 등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어떤가요?
외국의 경우 먼저 개인정보보호법 체제 면에 있어서 유럽은 일반법 중심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및 일본은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를 각기 다른 법률로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구에 있어서는 유럽은 총괄 전담기관을 두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공공분야는 대통령실 산하의 행정관리예산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이 담당하고 민간은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보건복지부(Health and Human Services), 소비자보호금융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등 각 분야별로 다원화되어 있습니다. 한편 캐나다의 경우 이원화되어 있는 법 체제와는 달리 감독기구는 일원화되어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최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립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전에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공공분야와 민간 각 분야를 나누어 규율하였으나, 2011년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립하여 유럽식 모델을 지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이후에 관련 법들에 대한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감독기구도 다원화되어 있는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중복 규제 및 법 적용의 혼선 등이 초래되고 있으므로 법 체계와 관련 기능 정비가 필요합니다.
4. 대통령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 구성, 기능은 어떻게 되며, 개선하거나 보충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 · 의결하는 대통령 소속의 행정위원회로서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을 포함한 총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포함한 5인의 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 또는 위촉하고 나머지 10인의 위원은 대법원장과 국회에서 각각 5인의 위원을 지명 또는 선출한 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위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원장과 위원들의 임기는 3년이며 1차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그 기능과 역할 면에 있어서 집행보다는 정책과 제도를 주로 담당하며 민간 영역을 직접 관장하지 않고 공공기관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심의 · 의결하는 주요한 업무를 소개하면, 3년 주기의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 개인정보 침해요인 평가와 침해에 대한 시정 권고, 개인정보보호 관련 정책과 제도의 개선, 공공기관 간의 의견 조정과 법령 유권 해석, 그리고 국회에 대한 연차보고 등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치 근거가 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조 제1항에서는 “보호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위원회에 인사권과 예산권이 주어지지 않아서 독립성이 취약한 실정입니다.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5. 2014년 대형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유출사건 등이 발생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어 왔고 특히 2016년 7월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는데,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개정되어 왔으며, 최근 시행될 내용은 어떤 것인가요?
2013년 12월 검찰에서 서민생활 침해 사범 단속의 일환으로 불법 대부중개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주요 카드 3사로부터 고객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수사 결과 용역회사 직원이 KB, 농협, 롯데카드사로부터 제공받은 고객 정보를 USB에 담아 절취한 사건으로서 유출된 정보는 약 1억 500만 건에 달했습니다.
2014년 초 우리 사회를 크게 흔들어 놓았던 이 사건에 대하여 국회 국정조사가 실시되었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원인과 실태를 진단하여 2014년 7월 말에 범정부 차원의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고의 또는 중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중과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300만 원 범위 내의 ‘법정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었으며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과징금도 매출액의 3%까지 상향되었습니다.
또한 이 사고를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법적 조치도 취해졌습니다. 2015년 7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행정자치부로부터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 수립과 분쟁조정위원회 기능이 이관되었으며, 개인정보 침해요인 평가제도를 도입하여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개인정보 처리를 수반하는 법령을 제 · 개정 시 사전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평가를 거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하였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권과 개선권고권도 상당히 보강되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법률안이 본격 시행되는 금년 7월 24일부터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계획과 조정 기능이 강화되고 침해요인 평가를 통해 사전적 예방조치가 가능해지며 개선 권고 등 사후적 시정조치가 활성화됨에 따라 보다 효과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6. 개인정보의 보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핀테크산업 등의 육성을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해서도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요?
개인정보는 인권적 측면에서 보호 대상임과 동시에 정보화 사회에서는 경제적 자원으로서 활용 가치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의 첨단기술 수준과 응용능력이 해당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빅데이터, 핀테크 등의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제도가 과도한 규제가 되어 관련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있다면 개선되어야 하겠습니다만 개인정보보호를 불필요한 규제나 비용으로만 보는 시각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용하는 기업은 마땅히 해당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개인정보보호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도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개인정보보호 역량이 빅데이터와 핀테크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력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EU에서는 개인정보의 국외이전 시 상대 국가의 보호수준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은 반드시 상반된 개념이 아니며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보호하면서 활용’하여야 지속가능한 정보화 발전이 될 수 있습니다.
7. 변호사인 독자들에게 개인정보보호 분야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
개인정보보호는 국민의 소중한 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변호사인 독자 분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입니다. 사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외부 변호사들이 자문 등을 통해 위원회 업무에 크게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앞으로 보강된 기능인 침해요인 평가와 분쟁조정위원회 업무와 관련하여 변호사들의 전문적 식견이 더욱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로 평가받는 등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개인정보보호 분야에서도 상응한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변호사 여러분들께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활동에 많이 참여하시고 성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정리 : 안병희 본보 편집위원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