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나라이지만 여 성정치인 율리아 티모셴코의 얼굴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자는 모스크바 특파원 재직 당시 티모셴코를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급기야 그녀와 우크라이나 현대사를 소개하는 책을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티모셴코의 인생 역정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만큼 극적입니다. 편모 슬하에서 순탄치 않은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내고 명문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학년 때 갑작스럽게 아기 엄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최우수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였고, 소련이 해체되는 과도기에 여러 사업에 뛰어들어 ‘가스공주’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재계의 거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업성공 및 정·재계 명문가인 시댁의 배경을 발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에는 오렌지 민주화 혁명의 주역으로 총리를 역임하면서 화려한 외모와 카리스마가 더해져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또한 그녀의 삶과 정치 역정을 살펴보면, 순탄치 않았던 우크라이나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슬라브 문화와 종교의 원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강대국의 식민지배와 혹독한 전란을 겪으면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고, 독립 이후에도 정치적·경제적 예속을 벗어나지 못한 채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가 대립하면서 정치적 혼미를 거듭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현실정치는 환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였고, 현실정치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의 경우에 대립과 분열을 조장하는 소재가 되어 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정치와 정치인의 모습은 민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주제일 것입니다. 낯선 나라의 정치인에 투영된 인생과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그러한 고민에 긍정적인 실마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송정제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39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