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23장에 보면 지성능화(至誠能化)라는 말이 나온다. 지극한 정성은 형태를 만들고, 밖으로 들어나게 되며, 밝아지고, 움직이고, 변하여 일이 이루어진다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영화의 대사로 나와 유명해진 말이다. 이는 작은 변화를 통해 습관이 만들어지고, 이는 성취를 이룬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생활습관이 바로 이와 같다. 작은 반복이 습관이 되면 큰 변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생활습관과 연관이 있어 잘 알려진 병이 있다. ‘생활습관병’이라 이름 붙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말한다. 잘못된 생활이나 습관이 여러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가진 산모는 임신 초기에 술, 담배 등 생활습관, 식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시기의 잘못된 건강습관은 아이에게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강은 우리가 매일 별다른 생각 없이 하고 있는 생활습관과 연관이 많다. 즉 잘못된 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비만은 식생활습관의 잘못이 부른 질병의 씨앗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음식을 섭취해서 이를 분해하고 에너지로 만들어서 생각하고, 움직이고 사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먹는 음식의 총량이 많아지면 몸과 마음이 다 사용하고도 남게 되고, 이렇게 남은 에너지는 체내에서 지방으로 변해 축적된다. 바로 뱃살과 허리살, 팔뚝살로 표현되는 지방의 축적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비만은 적게 먹으면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운동을 많이 해도 정상적인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다.
덜 먹는 방법과 운동을 많아하는 방법, 어떤 방법이 좀 더 쉬울까?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면 또는 라면 한 그릇은 약 500Kcal 정도의 열량을 포함하고 있다. 먹는 데 5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이 500Kcal의 열량을 우리 몸에서 해결하려면 운동장을 약 5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당뇨병은 유전이다’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병일 경우 내가 당뇨병이 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당뇨병 부모의 아이들이 다 당뇨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있긴 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이 훨씬 더 큰 요소로 확인되어 있다.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 생활습관과 심각한 스트레스가 중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의 발생원인도 유전적 소인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알려진 요인은 바로 짜게 먹는 식습관과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지방성분이 많아지는 것을 말하는데, 많이 먹는 식습관과 비만이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지혈증은 혈관에 문제를 유발한다. 동맥경화를 일으켜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유발하고 뇌졸중의 중요 원인이 된다. 이런 혈관병은 현재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약 40%에 해당되며, 이는 암에 의한 사망보다 높다.
과음을 하는 습관에 의해, 술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는데, 이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간암을 말한다. 흡연을 하는 습관에 의한 질병 또한 대단히 많이 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숨쉬기를 힘들게 하는 만성적이고 매우 고통스런 질병이다. 산소호흡기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면 인공호흡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우로 발전할 수 있다. 무릎관절염으로 대표되는 만성퇴행성 질환 또한 잘못된 행동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쪼그리고 앉아 생활하는 습관도, 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방식이 만들어낸 고통스런 질병이다.
암은 생활습관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폐암은 흡연과 매우 밀접한 인과관계가 알려져 있고, 대장암과 유방암은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서구식 식사습관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암은 짠 음식과 또 탄 음식을 먹는 식습관과의 연관이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들의 생활습관, 식습관이 질병과 매우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성인 2명 중 1명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중에 한 가지 이상의 질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성인의 23.6%는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7.9%는 3개 이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많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율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가꾸는 방법은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조절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지방과 나트륨(소금)의 과다 섭취와 술과 담배 같은 잘못된 습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방의 과다 섭취는 비만과 고지혈증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식물에 포함된 트랜스 지방 섭취를 줄일 것을 권장한다. 또한 충분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와, 생선과 해물을 통한 불포화 지방산(DHA, EPA)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운동습관도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대의 많은 질병이 적은 운동량과 연관이 있다. 최근 호주의 시드니 대학 연구팀은 사망확률을 높이는 나쁜 생활습관 중 하나로 활동량이 적은 것을 꼽았다. 적게 움직이면 많이 움직이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3배나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운동의 효과는 일주일에 150분 정도 유지할 수 있다면 한 번에 몰아서 해도, 또 몇 일 동안 나누어 해도 같은 것으로 확인되어 있고, 생활 속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도 운동으로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강렬한 운동을 짧게 1~5분 동안 하는 것도 건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연구결과이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면 더할 나위 없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만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해결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고령화 시대에 장수는 더 이상 중요한 단어가 아니다. 질병의 고통 없이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식습관과 건강한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습관이 매우 중요하며, 충분한 수면과 적정한 체중 유지도 필요하다.
습관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젊은 시기부터 노력과 반복을 통해 이루어진다. 좋은 생활습관이 건강을 가져온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 모두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오한진 교수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