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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인문학두드림] 나무 심는 꼽추 이야기
왕안석(荊公)에게 「독맹상군전」(“맹상군의 이야기를 읽고”)이 있다면, 유종원(子厚)에게는 「종수곽탁타전」(“나무 심는 꼽추 이야기”)이 있다. 

형공의 글에는 선비의 강개(慷慨)가 서려 있는데 기존의 통설과 다른 해석을 읽는 묘미가 있다. 전국시대 맹상군이 얻었던 계명구도의 천재(賤才)가 결코 선비(士)의 덕목이 아님을 직설적이고 신랄하게 논파하는 글이다. 송나라에서 신법 개혁의 과업을 완수하지 못한 형공은 강정(剛?)한 지조를 글로써나마 통쾌하게 풀어보려 했던가.

반면, 유자후의 글에는 부드러움과 친근함이 깃들어 있고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해서 깊은 청량감을 준다. 『장자』나 『열자』의 구절처럼 비유와 풍자가 요소요소에 심심치 않게 박혀 있다. 

이제 꼽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곽씨 성을 가진 꼽추는 탁타(낙타)라고 불렸는데 그가 하는 일이 바로 ‘나무 심는 것’이었다(駝業種樹). 탁타는 나무 가꾸는 솜씨가 뛰어나서 그가 돌본 나무들은 잎이 무성하고 열매가 많이 달렸다. 

그에게 당연히 누군가가 물었다. “어찌 그렇게 나무를 잘 가꾸고 기르시오?”

탁타는 대답했다. “저는 재주가 없습니다. 나무가 지닌 천성을 따르고 그 본성이 다하도록 보아 줄 뿐입니다(能順木之? 至其?焉). 뿌리란 뻗는 것을 좋아하고 평평한 땅을 좋아하며 원래 자리 잡았던 흙으로 오밀조밀 충분히 다져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무의 본성에 따른 뒤에는 나무를 건드리지 않고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처음 나무를 심을 때에는 자식을 돌보듯 하다가 나중에는 내버려 둡니다. 그러면 나무의 본성(천성)이 보존되어(則其?者全) 무럭무럭 자랍니다.”

탁타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뿌리를 한데 모아 심고 흙을 새것으로 바꾸며 지나치거나 부족하게 흙을 덮습니다. 나무의 본성을 생각하지 않고 나무를 사랑하고 근심합니다. 갈수록 나무의 본성은 흩어지고 맙니다. 나무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나무를 해치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입니다”

물었던 사람(問者)이 다시 물었다. “당신의 이치(道)를 관리에게 써보면 어떻겠소?”

탁타는 답했다. “제가 고향에 있으면서, 어느 수령이 백성들에게 번거롭게 명을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백성들을 참 가엽게 여겨서 그런 것 같은데 결국 재화(禍)만 초래했습니다. 관리들이 조석으로 ‘밭을 갈아라’, ‘뽕을 심어라’, ‘옷감을 짜라’라고 명했습니다. 그러니 백성들이 생활을 풍성하게 했겠으며, 마음 편한 날이 있었겠습니까. 백성들은 지치고 병들었으며 태만해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보면 백성을 다스리는 법도 제가 나무 가꾸는 법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꼽추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길지 않고 평이한 글이지만,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노자의 무위자연보다는 더 급진적인 장자의 도가(道家) 제세(濟世)에 꽤 가깝다. 자후는 노장사상의 설파보다는 꼽추 이야기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특히, 학식을 갖춘 식자층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섣불리 세상을 통치하려 하는 것이 결코 사회에 이롭지 않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식자층이라면 자신이 터득한 이로움(識見)을 풀어 놓기 전에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마음(민심)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자후의 이야기는 법조인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이제, 법조인들도 한 시대와 한 공간을 함께하는 우리 사회의 동료에게 관심을 쏟고 구성원 각자의 본성이 무럭무럭 커가도록 도와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대한민국헌법 전문(前文)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한다.”라고 한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법조인들이 사회에 기여해야 할 사명과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 긴 여름날, 오래된 글 속의 꼽추 얘기에서도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유재원 사진.jpg

유재원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국회 입법조사처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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