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것들에 주목해야 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제일 먼저 꼽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대결은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렸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대결에서 알파고는 지금까지 인간의 보조적 위치에 머물렀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명공학기술, 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드론, 3D프린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의 방대한 과학기술들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양날을 가진 칼과 같이 과학기술의 발달은,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와 동시에 이를 오용함으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함께 낳고 있다. 원자력기술이 핵폭탄에 이용될 수도, 혹은 핵발전을 통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될 수도 있듯이 결국 인류의 미래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처럼 외견상 확실히 보이는 것도 있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인지하기 힘든 요인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이라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인구구조의 변화도 바로 그 중 하나이다.
인구구조 변화에서 가장 큰 변수는 신생아 출산율과 전체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다.
한 국가의 노령화 정도를 분석할 때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경우 고령사회 그리고 20% 이상인 경우는 초고령사회로 부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하였으며, 2015년에는 고령인구비중이 13.1%, 2017년에는 14%가 되어 고령화사회 다음단계인 고령사회로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계속 노령화가 지속된다면, 2026년쯤에는 우리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노령화와 함께 인구구조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출산율의 경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은 2015년 기준 1.24명으로 OECD국가 평균인 1.7명은 물론이고, 일본(1.4명)이나 독일(1.39명)보다도 낮은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과다한 육아비용, 보육시설의 부족, 자녀를 가진 직장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시스템의 부족 등이 세계 최저 출산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며, 젊은 세대에 널리 퍼진 만혼 추세도 출산율 저하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2015년 초혼 연령은 30세,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엄마의 평균연령은 31.21세로 전년(30.97세)보다 0.24세 상승하였고 평균 출산연령은 32.2세로 나타나 출산연령이 매년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저출산 기조는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부양 대상인구의 증가를 초래함으로써 결국 국가와 개인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 2017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4~64세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하며, 2030년이 되면 총인구 역시 감소하게 될 것이다.
노인 부양인력 구조를 살펴보면, 201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6.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하였다. 하지만, 2015년에는 5.6명, 2020년에는 4.5명, 그리고 2030년이 되면 2.6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해야 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부담해야 할 미래의 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자들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지원 시스템은 아직도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이는 노후 준비가 충분치 못한 은퇴 후 고령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축소하게 만들고, 젊은이들 또한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아이를 가급적 적게 가지게 함으로써 국가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경제규모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에는 노인부양과 출산 및 육아문제가 주로 가족이나 친족단위에서 관리되고 해결되었으나 이미 급속한 핵가족화를 이룬 현재의 사회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방식만을 고집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년을 늦추거나, 여성들이 육아와 함께 직장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의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고령화와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홍보 캠페인을 벌이는 등 각종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것 같다. 다만 과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책들에 일관성이 결여되고 홍보에 지나치게 치우치게 된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인구구조문제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지속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옛 어른들이 인생에서 꼭 피해야 하는 세 가지 중 하나로 노년궁핍(老年窮乏)을 꼽았다는 사실을 현대를 사는 우리도 결코 허투루 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옥찬 사장
KB금융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