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93대 집행부의 임기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임기 초, 많은 보도자료가 우리 회 명의로 나갔고, 그 어느 집행부에 비해 뉴스에 많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행부의 ‘입’이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기자분들과 인터뷰도 해 보았습니다.
사람의 입이 하나이기에 우리 표현 중에 “한 입으로 두 말 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고, 서울회의 대변인이기에 우리 회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조심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지금 돌이켜보면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조심하느라 할 말을 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합니다.
곧 찬 바람이 불면 선거전이 시작될 것이고 그렇게 다음 집행부에 모든 것을 넘겨주게 될 것입니다. 주제넘을 수 있겠지만, 다음 집행부는 더 말을 많이 하는 집행부가 들어섰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서울회는 절대 작은 집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익도 중요하지만 우리 변호사업계의 이익을 위해 싸워나가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남들의 눈에는 우리 업계의 사사로운 이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사로운 이익들이 결국 공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공익을 수호한다는 사명이 한두 가지 선심성 정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변호사인 우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가 공익으로 이어져야 진정 변호사로서 ‘공익의 수호자’가 될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변호사의 조력권이 투철하게 보장이 되어야 수사기관으로부터 피의자의 인권이 보호받는 것입니다. 소액사건이라도 변호사 강제주의가 도입되어야 소액사건을 ‘소액=소가치’로 보는 권위적인 시각이 사그러질 것입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저희 집행부가 갈 수 있는 거리는 이제 그 끝이 보입니다. 그래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93대 집행부의 일원으로 많은 숙제를 발굴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 변호사업계는 이제 불기 시작하는 찬바람만큼이나 매서운 겨울을 나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 집단에도 일반적인 수요-공급 곡선의 경제학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안이한 시각 때문에 지금 우리 젊은 변호사들은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송무를 우습게 알고, 변호사업계의 새로운 시장을 외국에서 찾으라는 무책임한 말로 정부정책을 지지하던 자들도 우리의 업계를 책임질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것은 우리가 지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다음 집행부는 더 이기적이 되어달라는 말로 93대 집행부 대변인의 ‘집행부 편지’를 갈음할까 합니다.
부디 다가오는 추운 겨울, 모두가 따뜻한 아랫목을 찾으실 수 있게 되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016. 10.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
임제혁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