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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의 상념] ‘장애인법연구회’라는 끈
5년 전 이맘 때 ‘조영래 변호사님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사법연수원 수료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로펌에 계신 선배님, 공익단체에 계신 선배님, 대학 지도교수님, 인권단체 활동가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인 끝에 ‘공익활동을 잘 하고 싶은데, 지금 상태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자기소개서에 담았고 그 모습을 좋게 봐준 로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변호사 생활은 듣던 대로 바쁘고 피곤했지만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는 일은 적성에도 잘 맞고 즐거웠습니다. 

수료 직전 여러 조언들 중에 특히 “로펌에 가게 되더라도 공익활동의 끈을 놓지 마라”고 한 어느 선배변호사의 조언을 마음에 담고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번 셋째 주 금요일 저녁마다 장애인법연구회 월례세미나를 나갔습니다. 장애인법연구회 세미나를 가니 한 가지 장애 관련 이슈를 두고, 변호사들끼리만 얘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판사, 검사, 교수, 활동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식과 생각을 나누면서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감동이었습니다. 아는 것이 없어 고개만 끄덕이고 있어도, 회사에 다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괜히 신이 났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법연구회’는 변함없이 매달 세미나를 하고 있고, 가끔 좋은 영화도 같이 보고 소풍도 갑니다. 3년 전에는 미국 장애인법 단기 연수, 2년 전에는 스위스 장애인권리협약 심의에 참관을 다녀오기도 했고, 작년에는 한국, 미국, 일본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을, 이번 가을에는 <장애인권리협약과 사법>이라는 주제로 독일, 미국, 한국의 장애인법 전문가들을 모시고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올 겨울에는 장애인법 연수도 계획 중입니다. 저는 그 사이에 공익단체로 자리를 옮겨 장애인 권익옹호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진로를 정할 때 마주한 그 두려움은 여전히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 이상 10년이 지나도 이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겠다 싶어 그냥 평생의 친구로 삼기로 했습니다. 30년 변호사 활동을 하신 선배님이 “언제나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 회의에 빠지곤 한다.”는 말씀에 위로와 좌절을 동시에 느꼈다가, “그러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고, 또 그것도 힘들 때에는 뒤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지난 5년간 ‘장애인법연구회’라는 끈을 놓지 않은 것은 무척 잘 한 일 같습니다. 앞으로도 연구회가 또 누군가에게 소중한 끈이 되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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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 변호사
사법시험 제51회(연수원 4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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