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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의 여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지의 여부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과 쟁점 

피고인은, 논을 피해자와 공동으로 2/4 지분, 그 외 2명이 각 1/4 지분씩 공동으로 매수하기로 하고, 추후 매도 시 편의를 위해 피해자의 지분을 피고인 앞으로 명의신탁하여 위 2/4 지분에 대하여 피고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승낙 없이 돈을 차용하면서 위 논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이어 대출금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여 위 논 중 피해자의 지분을 횡령하였다. 
본 사건의 쟁점은,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을 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였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상고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관여 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이에 반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한 종전 판결을 모두 폐기하였다. 

㈎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함)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그러므로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서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판례 평석

본판결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무효로 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를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횡령죄의 위탁신임관계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를 엄격히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부동산 실권리자와 등기명의자를 일치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확실히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즉 대법원이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의 경우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고, 횡령죄에 관한 법리,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와 규율 내용,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부합하지 않았던 종전 판례를 모두 폐기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 명의를 빌려 준 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향후 더 이상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판결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근절하려는 대법원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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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변호사
사법시험 제26회(연수원 1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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