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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공익을 위한 명예훼손과 형법 310조의 개정 필요성
수년 전 공공기관의 고위직에 계시다 해직된 분께서 우리 사무실을 방문하셨다. 해직 사유가 관공서의 장을 명예훼손하고 무고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 분 말씀에 의하면 기관장이 “인사발령 시 호남 출신자들은 주요직에 승진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인사부처에 내렸고, 승진 대상자들에게는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의 돈을 받기도 하였으며, 개인적인 회식에 법인카드를 빈번히 사용하였다고 한다. 의뢰인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비분강개하여 그들을 개인적으로 일일이 만나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한 후 기관장의 비리를 내부 감찰부서와 감사원에 신고하였다. 당시 입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내부 고발자인 자신을 철저히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던 그는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개인비리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가 들어오자 피감사자인 기관장이 이 사실을 알고, 신고자를 그냥 둘 수 없다고 판단한 후, 다른 내부 직원들을 시켜 악의적인 명예훼손 및 무고를 일삼는 임원을 해직시키라는 취지의 탄원서들을 제출하게 하였다고 한다. 감사원 결과 기관장의 혐의를 모두 밝히지는 못하였으나 일부는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혐의는 사실인 개연성이 높으나 결국 처음에 도와주겠다던 내부 고발자들이 기관장의 회유와 협박에 자신의 말을 하나둘씩 번복하는 바람에 결국 밝혀지지 못하고 의뢰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고 결국 해직되었다. 이에 이분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기관장은 오히려 내부 고발자인 의뢰인을 명예훼손과 무고의 혐의로 고소하였고, 검찰은 의뢰인에게 징역형을 구형하였다. 한 맺힌 사연을 들으며,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여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입법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실제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명예훼손죄나 무고죄와의 충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법(310조)의 개정까지도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최근 최순실 문제에 관한 청와대의 태도도 “공연한 의혹을 제기하는 불순분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하여 응징해야 한다”는 것 아니었나? 공익을 위한 의혹제기는 과연 증인신문과 증거제출 등의 명백한 입증을 통하여 그 의혹이 100% 사실임이 입증된 때만 명예훼손에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것인가? 형법은 제310조(위법성의 조각)에서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하여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하여는 발설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 ‘진실성’ 입증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애초에는 내부고발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던 조력자들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기관장의 회유와 협박에(본인들의 인맥을 과시하며, 검찰도 우리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의), 하나둘 진술을 바꾸면서 잡았던 손을 놓기 시작할 때, 동행자들과 함께 과거로 소급하여 한 걸음씩 시간여행을 하면서 밝혀야 하는 ‘진실성’은 결국 미궁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고도의 개연성’만이 남게 된다. 만약 법원이 “고도의 개연성이 있지만 진실한 사실이라는 것이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판단한다면 사실 내부 고발자의 출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여기서 ‘진실한 사실’의 진실성이 ‘고도의 개연성’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11. 3. 29.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통하여 신고자를 보호하고 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6조에서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7조에서는 “공직자는 직무를 하면서 공익침해행위를 알게 된 때에는 이를 조사기관, 수사기관 또는 위원회에 신고하여야 한다”고 하여 공직자에게 공익 신고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제12조에서는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거나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고, 제15조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분명히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까지 그 위험성만으로도 공익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7조에서는 공익침해를 알게 된 때에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조항까지 두고 있다. 위 법에 따라 신고자는 분명히 부정부패가 있다고 생각하여 양심에 따라 신고한 것이다. 그런데 기관장이 일부 혐의가 감사원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고하였다면서 해직시켜 버리고(물론 해직시킬 때는 다른 이유를 들어 해직하기도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기자회견을 하자, 검찰이나 법원이 ‘형법’을 들이대면서 신고자에게 “그 사실 여부를 밝히되 증인과 증거를 모두 대라”고 요구하고, “만약 100% 명백한 사실로 밝혀지지 않으면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겠다”고 한다면 어느 용감한 내부자가 직장과 가정을 포기하고 관공서의 상관의 비리를 선뜻 신고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하늘의 도움인지 다행히 우리는 1심 판사도, 2심 판사도(난 2심을 수행하였다) 매우 합리적인 분들을 만났다. 우리는 310조 위법성 조각사유에서의 ‘진실성’을 ‘합리적 의심없는 고도의 개연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하여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하였고, 우리는 1심, 2심 승소는 물론, 대법원까지 무죄 선고를 받아 확정되었다. 

요즘 시국을 보면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진실성’의 해석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고발자들이 수사기관이 아닌데 어떻게 신고하기 전 수사기관에 준하는 조사를 통하여 진실을 100% 밝혀내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혹을 100% 입증할 수 없지만, 의혹이 사실일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 내부자들이 이를 공익을 위하여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필자의 의견으로는 아예 형법 310조를 개정하여 공익을 위한 경우에는 ‘진실한 사실’ 또는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기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까지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으로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한, 무고죄의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5조에서는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찰이 공익신고를 이유로 무고죄로 기소하거나, 법원이 유죄 판단을 하여서도 안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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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변호사
사법시험 제42회(연수원 33기)
법무법인 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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